이천시, 지역 의료 공백 해소 잰걸음
쌀·반도체 어우러진 도·농복합도시
의료시설 취약지역 야간진료 도입
응급환자 이송에 軍헬리포트 협약
정신건강 증진 ‘안심버스’ 운영도
최근 ‘남부건강생활지원센터’ 착공
남부권 공공의료서비스 확충 박차
정부 농어촌 삶의 질 평가 최고점
“지역민 케어·안전 중추적 역할 온 힘”
지난해 이천시의 응급의료 헬기 이송 건수는 모두 89건. 도내 31개 시·군 중 두 번째로 많았지만, 기존 헬기 인계점 대부분이 일반 생활권과 겹쳐 아찔한 순간이 뒤따랐다. 김경희 이천시장은 “남북관계 악화, 국제 정세 불안, 군부대 보안 등으로 협약 성사가 몇 차례 무산됐다”며 “10개월 넘게 이견을 조율해 사후 승인 방식으로 중증외상환자들을 신속하게 이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이천시의 한 마을을 찾은 의료진이 노인들을 진료하고 있다. 이천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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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천시 설성면에 사는 엄모(69)씨는 최근 건강에 대한 우려를 조금이나마 덜게 됐다. ‘남부권 찾아가는 보건소’가 마을을 방문하면서 간단한 검사와 진료가 가능해진 덕분이다. 엄씨는 “다리가 불편해 병원을 가기 어려웠는데 의사 선생님이 직접 찾아와 진료하니 편하고 고마운 일”이라고 전했다. 현장을 함께 방문하는 ‘찾아가는 마음안심버스’도 주민들 사이에서 호평받고 있다. 율면에 거주하는 주부 이모(41)씨는 “최근 우울감이 심해져 고민만 늘고 상담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면서 “버스를 타고 찾아온 전문가들이 어떻게 대처할지 알려주니 도움이 된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도자기’와 ‘쌀’, ‘반도체’의 고장 이천시가 다양한 보건·안전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인구 증가율, 출산율이 늘면서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한 이천시는 표주박 모양의 비옥한 평야 지대로 면적(461㎡)이 광주광역시(501㎡)와 맞먹는 도농 복합지역이다.
◆전국 최초 ‘군부대 헬리포트 협약’
24일 이천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선정한 10대 뉴스의 가장 위 칸에는 ‘소아·청소년 야간진료’가 이름을 올렸다. 앞서 시는 야간 소아·청소년 진료의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과 협업, 지난해 평일 야간(오후 5시∼밤 12시) 소아·청소년 진료를 도입했다. 시가 운영 예산의 70∼80%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신둔면의 학부모 김모(33)씨는 “아이가 밤늦게 열이 나면 가슴이 철렁했는데 이제는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의료시설이 부족한 장호원읍과 모가·설성·율면 일대 주민들을 위한 ‘남부 지역 야간진료’도 종종 회자된다.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야간·응급 진료를 하는 의료기관을 찾기 어려워 서울이나 인근 성남의 병원을 전전했던 주민들을 위한 서비스라고 시는 설명했다. 협약에 따라 장호원에 있는 이천엘리야병원 등은 전문 의료진을 추가로 채용했고 시는 운영 예산을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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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주치의 사업’(찾아가는 건강돌범사업)은 의료 취약지역을 의사가 방문하는 사업이다. 김 시장의 공약 사업으로 한강수계기금 등 국비를 확보해 진행되고 있다. 의료 장비가 탑재된 순회 차량이 한 달에 3∼4회 마을을 방문하면 차 안에서 검사와 건강관리가 이뤄진다.
‘남부권 찾아가는 보건소’ 역시 주민들 호응이 높다. 마을 주치의와 같은 맥락을 지닌 이 사업은 남부 지역 경로당 등을 돌며 65세 이상 어르신에게 집중적으로 통합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설계됐다. 상대적으로 의료서비스가 빈약한 남부권의 의료 격차 해소에 무게를 뒀다.
혈압·혈당·빈혈 등 기본적 검진 외에 한의사와 치과의사가 동행해 한방진료(침 치료), 구강검진 등을 토대로 영양 상담을 진행한다. 이천시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운영 중인 ‘찾아가는 마음안심버스’도 의료진과 동행해 무력감에 빠지기 쉬운 농촌 주민에게 정신건강 심리지원을 한다.
경기 이천시의 한 마을을 방문한 마음안심버스 앞에서 청년들이 정신건강 설문에 답하고 있다. 이천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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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진료·마을 주치의 사업 등 활기
이천시가 야심 차게 준비 중인 시설은 ‘남부건강생활지원센터’이다. 올해 5월 장호원읍 장호원리 371-1에 착공한 이 센터는 기존 치매안심센터를 증축해 2960㎡ 부지에 연면적 769㎡, 지상 2층 규모로 지어진다. 내년 3월 문을 열고 건강 측정실, 상담실, 운동 지도실, 영양 실습실, 프로그램실 등 특화시설 운영에 들어간다.
운동·영양·만성질환 등 각 분야 전문 인력이 상주하고,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인력도 배치해 남부권 공공의료 서비스 확충에 기여할 것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시는 △골다공증 관리 △모바일 헬스케어 △비만 예방관리 △심장·뇌혈관 관리 등 다양한 수요를 반영하기 위한 설문을 벌여 이를 센터 운영에 반영할 계획이다.
시는 아울러 의료 대란 등 응급상황 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공동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지난해 10월 서명한 ‘응급의료 지원 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이 토대가 됐다. 시 소방서 외에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바른병원, 이천엘리야병원 간 유기적 관계를 구축했다. 인력과 장비 지원, 응급상황 대비 공동 훈련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특히 이천시는 바른병원과 지난 6월 별도의 응급의료시설 운영 협약을 맺어 인력 확보와 환자 처치 등에 협력하고 있다. 덕분에 올 하반기 응급의료시설 폐쇄를 예고했던 이 병원은 여전히 응급환자들을 받고 있다.
이런 시의 노력은 최근 정부의 삶의 질 평가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7월 공개한 농어촌 삶의 질 평가에서 이천시는 도농복합도시 가운데 최고점(59.32)을 받았다. 보건·복지, 환경·안전, 지역 활력 등을 대상으로 전국 50곳 도시·농촌 복합지역을 평가한 결과다. 이보다 한 달 앞서 공개된 민간기관의 지속 가능한 도시 평가에서도 이천시는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8위를 기록했다.
이천시 관계자는 “다양한 서비스와 사업이 주민들의 건강한 생활을 관리하고 안전을 지원하기 위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며 “결국 삶의 질 향상과 건강수명 연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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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 이천시장 ‘생활정치’ 강조 “방문 진료 서비스 확대 지역간 의료 격차 완화”
“지역 간 보건의료 격차를 완화하겠습니다.”
올해 8월 ‘찾아가는 보건소’ 운영팀과 함께 율면 북두1리 경로당을 찾은 김경희(사진) 경기 이천시장은 의료취약계층의 건강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약속했다. 몸이 약하고 교통이 불편해 좀처럼 병원을 찾지 못하는 고령·만성질환자들을 두고 한 말이다.
김 시장의 시정(市政) 스타일은 ‘어머니 리더십’으로 불린다. 옛 내무부(행정안전부) 최초의 비고시 출신 여성 사무관이자 이천시 첫 여성 시장인 그는 결혼한 두 딸의 어머니이자 3명의 손주를 둔 할머니이다.
김 시장은 최근 이천시청에서 이뤄진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생활정치’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했다. 그는 “요즘 맞벌이 부부가 많은데 이천에서는 밤에 아이들이 아프면 갈 병원이 없어 서울이나 인근 성남의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는 일이 많았다”며 “불편이 커서 이곳을 떠나겠다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이들을 되돌려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천시 특유의 ‘찾아가는’ 서비스는 시민 체감형 시정을 펼치려는 김 시장의 오랜 고민의 산물이다. 김 시장은 “올해에만 남부권역 장호원읍, 설성·율면의 마을회관 59곳을 방문해 700여명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했다”며 “‘찾아가는 건강돌봄사업’의 경우 마을마다 주치의가 있다는 생각으로 혈압·혈당 검사, 치매·우울증 검사, 물리치료, 관절구축, 구강상담까지 모든 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덕분에 좀처럼 문턱을 넘기 힘든 정신과 진료인 ‘찾아가는 마음안심버스’는 올해 230여명의 주민과 630여명의 관내 대학생에게 심리적 고충을 털어놓을 기회를 제공했다.
김 시장은 날로 증가하는 치매 환자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그는 “시 치매안심센터는 대월면 장평1리와 장호원읍 풍계3리를 치매안심마을로 운영하고 있다”며 “마을회관 출입구와 화장실에 안전손잡이를 설치하는 환경개선 외에 치매 예방수칙 안내판을 곳곳에 설치하는 등 주민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천시는 조만간 인지강화교실을 비롯해 산림기관과 협약을 거친 치매 환자 가족 대상의 힐링프로그램을 확대할 예정이다. 온 마을주민이 환자 돌봄에 참여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김 시장은 “취임 이후 시민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일해왔다”며 “앞으로도 시 발전과 시민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천=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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