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19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주 브라운즈빌에서 열린 스페이스엑스 스타십 로켓 6차 시험발사를 관람하기 전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엑스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걷고 있다. 브라운즈빌/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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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우 | 더밀크 서던플래닛장
미국 대통령 선거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로 싱겁게(?) 마무리됐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펜실베이니아, 네바다 등 7대 경합주에서 완승을 거뒀다. 미국 공화당은 양원을 모두 탈환했다. 트럼프의 완벽한 승리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수혜를 본 인물은 누구일까? 기술 업계만 들여다보면 가장 먼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떠오른다.
그는 트럼프의 승리에 모든 것을 걸었다. 트럼프 지지 캠페인에만 최소 1억3천만달러(약 1800억원)를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자신이 소유한 소셜미디어 플랫폼 엑스(X)를 통해 끊임없이 트럼프를 홍보하는 나팔수 역할을 자처했다.
결국 그의 승부수는 통했다.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날 테슬라 주가는 하루 만에 약 15% 급등했고, 다음날에도 3% 가까이 추가 상승했다. 머스크의 재산은 이틀간 55억달러(약 7조6천억원)가량 늘었다. 1800억원을 투자해 7조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머스크가 누리는 트럼프 당선 효과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트럼프는 정부효율부(DOGE)의 수장으로 머스크를 지명했다. 머스크의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엑스도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가 당선 축하 연설에서 “스타가 탄생했다. 일론이 그렇다”고 언급한 데는 이유가 있다.
그러나 머스크의 기업 테슬라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전기차 의무화에 반대하는 트럼프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의 세제 혜택을 축소할 경우, 테슬라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중국과의 무역 마찰로 인해 중국산 부품에 의존하는 테슬라의 공급망이 큰 타격을 받을 우려도 있다.
머스크의 엑스와 트럼프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간의 충돌도 문제다. 엑스가 광고주 이탈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트루스소셜이 대선 테마주로 주목받으면서 두 플랫폼 간의 경쟁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
둘의 허니문 기간이 길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는 둘의 비슷한 성향에 있다. 트럼프와 머스크는 닮은꼴이다. 자존심이 세고 이기는 것을 좋아한다. 상황에 따라 말을 자주 바꾸기도 한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선호한다. 한번 목표로 세운 일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불도저처럼 돌진하는 모습도 비슷하다.
두 인물 간의 이런 닮은 성향은 각자의 ‘이익’이 대립하는 지점에서 충돌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트럼프와 머스크, 둘의 공존은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늘 아래 두개의 태양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다른 빅테크 기업들은 어떨까. 일단 트럼프의 재집권에 눈치 보기가 한창이다. 변화에 신속히 적응하려는 모습이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기업들은 트럼프와의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으며, 트럼프와 대립했던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와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도 이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트럼프 2기의 승자와 패자를 나누기에는 아직 이르다. 이제 기업들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를 재정비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정책 변화에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향후 몇년간의 경쟁 구도가 결정될 것이다.
이번 대선이 기업에 주는 교훈은 ‘유연한 처세술’과 ‘신속한 전략적 전환’의 중요성이다. 트럼프의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은 단기적으로 기업에 유리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불확실한 정책 기조가 위기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중 패권경쟁 속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우리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변화무쌍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기업은 제품 경쟁력, 기술 혁신뿐 아니라 혁신을 이어나가기 위한 외교력과 처세술을 갖춘 기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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