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추경호 원내대표.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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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동명이인’ 셀프 조사로 당원게시판 의혹을 일단 봉합하려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친한동훈계를 향한 당내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공개 회의석상에서 한 대표와 친윤석열계가 설전을 벌이는 모습까지 노출됐다. 한 대표는 “익명 당원게시판에서는 대통령이든 당 대표든 강도 높게 비판할 수 있다”며 가족 연루 의혹에 대한 자체 조사는 하지 않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특히 그는 이런 문제 제기에 대해 “당 대표를 흔들고 끌어내려보겠다는 이야기 아니냐”고까지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대표회의실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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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표는 25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을 만나 “익명 당원게시판은 당이 익명으로 글을 쓰라고 열어준 공간”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대통령 비판 글을 누가 썼는지 색출하라고 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정당에서 할 수 없는 발상이다. 황당한 소리”라고 발언 수위를 높였다.
특히 자신과 가족의 연루 의혹을 제기하는 것을 두고 “명태균 이슈를 덮으려는 의도가 보인다”는 주장까지 했다. 눈덩이처럼 커지는 명태균 공천 개입 의혹에 연루된 당내 인사들 상당수가 친윤석열계 또는 비한동훈계인 것을 거론한 것이다.
앞서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서범수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한동훈 동명이인’을 확인하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서 사무총장은 “당원게시판은 익명성을 전제로 한다. 다만 ‘한동훈’이라는 이름의 경우, 한동훈 당 대표가 공인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간단하게 (당원 여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친한동훈계는 전날 법률자문위원회(위원장 주진우)가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비방 게시글 1068개를 조사한 결과, 수위가 높은 욕설·비방글은 12건이었다는 점을 공개하며 “12건 모두 한동훈 이름으로 작성됐지만 한동훈 대표가 아닌 동명이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친한계는 당 외부의 강제 열람을 제한하는 정당법을 근거로 ‘당무 감사를 위한 당원 명부 열람은 위법하다’는 주장을 펴왔다. 정당이 자기 당원 명부를 보는 것이 위법하다는 상식 밖 주장인 셈이다. 당 안팎에서 정당법을 왜곡 해석한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선거 사무를 위해서가 아니라면 당원 명부 확인은 위법하다’는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당 사무처는 예외적으로 “‘한동훈’ 이름만 간단하게 확인했다”고 밝히자, ‘당원 확인은 위법하다’는 친한계 쪽 주장을 스스로 허물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서 사무총장은 한 대표 가족과 동일한 이름으로 올라온 비방글에 대해서는 “익명성을 전제로 하는 상황이라 더는 확인하기 어렵다”며 추가 확인 문을 닫았다. 친윤계에서 “한 대표가 직접 가족인지 아닌지만 밝히면 된다”는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친윤계인 김민전 최고위원과 한동훈 대표는 비방글 관련자 고발 여부를 두고 공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한 것으로 보이는 김 최고위원의 발언이 나오자, 한 대표가 발언 중 끼어들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말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이 “관련 기사가 있다”고 거듭 주장하자, 한 대표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참…”이라며 헛웃음을 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이후 서 사무총장과 김 최고위원 사이에 고발 여부를 두고 다시 공방이 벌어지자, 추경호 원내대표가 “비공개에서 논의하자”고 서둘러 마무리 지었다.
한편 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날 오후 예정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에 대해 “사법 방해의 대표적인 사건이다. 법원이 엄정한 판단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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