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자영업 폐업자 100만명 육박
“생계위기→과다경쟁→부채증가 악순환”
마트보다 싼 국내산 삼겹살 식당도 등장
“생계위기→과다경쟁→부채증가 악순환”
마트보다 싼 국내산 삼겹살 식당도 등장
[사진 제공 = 전종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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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가 역대 최다를 기록하는 등 자영업 시장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격해지면서 국내산 생삼겹살 등 돼지고기를 마트보다 싸게 판매하는 자영업자까지 등장할 정도로 불경기를 실감케 하고 있다.
25일 유통가 등에 따르면 서울 중구의 한 식당은 국내산 생삼겹살과 생목살, 껍데기를 총 550g ‘돼지 한마리’로 묶은 메뉴로 1만9900원에 판매하고 있다. 국내산 돼지고기 특수부위는 200g에 7900원이다.
이곳에서 돼지고기를 구워 먹으면 별도 상차림비가 1인당 1000원이 붙는다. 직장인 2명이 퇴근시간 돼지 한마리 메뉴를 각각 시키면 상차림비까지 총 4만1800원이다. 여기에 소주(병당 3000원)까지 곁들여도 5만원이 넘지 않는다. 식당 운영에 들어가는 인건비, 임차비 등을 감안하면 팔아서 이익을 남기기 어려워 보인다.
자영업 경쟁이 심화하면서 주변에는 이런 식당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마디로 경기가 좋지 않아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외식산업경기동향지수는 전망치 83.12보다 아래인 76.04를 나타냈다. 지수가 기준점(100)보다 낮으면 전망이 어둡다는 의미다.
550g ‘돼지 한마리’ 1만9900원 가격은 삼겹살 200g 1인분 가격(2만83원)이 지난 9월 처음으로 2만원을 넘어섰다는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 통계를 감안하면 역주행이다.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국내산 삼겹살.[사진 제공 = 이마트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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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격은 마트에서 판매하는 국내산 삼겹살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현재 리뷰가 3400개 넘게 달리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한돈 삼겹살 구이용 500g’ 판매가격은 1만8800원으로 100g당 3760원이다. 이를 550g으로 환산하면 2만680원이다.
롯데마트에서 판매하는 돼지고기 특수부위 ‘국내산 돼지 등심덧살’의 경우 100당 4790원이다. 통상 식당에서 판매하는 1인분 기준 200g이면 9580원이다.
마트에서 사서 집에서 맛을 즐기는 돼지고기보다 외식으로 먹는 게 더 저렴한 셈이다.
자영업 경기가 내리막을 걸으면서 지난해 폐업자는 100만명에 육박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사업자는 98만6487명으로 전년(86만7292명) 대비 13.7% 증가했다. 2021년 팬데믹 시기와 비교해도 11.4% 늘어난 것으로 2006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대치다.
전규열 서경대 경영학부 겸임 교수는 “장기간 고금리와 고물가 등의 여파로 자영업자 폐업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보다도 더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는 부채 증가와 생계 위기로 이어지고 과다한 경쟁도 촉발해 자영업 시장의 경쟁력을 깎아먹는 악순환의 반복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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