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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동료에게 “피임 조심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직장 내 성희롱으로 경고 처분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고법 제1행정부(고법수석판사 양영희)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소속 여성 직원 A씨가 전당장을 상대로 낸 ‘경고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 재판에서 전당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A씨에게 지난해 5월 내린 ‘불문 경고’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처분을 취소하고 소송 비용 역시 모두 부담하라고 주문했다.
A씨는 2022년 4월 동료 직원 B씨와 함께 다른 지역으로 출장을 가는 차 안에서 사적인 대화를 나눴다. 당시 B씨는 “결혼을 늦추고 싶은데 남자친구가 가정과 아이를 빨리 꾸리고 싶어 한다”며 결혼과 임신에 대한 고민을 상담했다.
이에 A씨는 “걱정돼서 하는 말이니 오해하지 말고 들어달라”며 “남자친구랑 피임을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그런 애들이 임신을 시키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후 내부 고충심의위원회에는 직장 내 성희롱 신고가 접수됐다.
B씨가 A 씨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신고한 것이다. 문화전당 징계위원회는 A씨의 행동이 성비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견책징계를 내렸다. 다만 A씨가 징계처분에 불복하면서, 불문 경고로 감경을 받았다. 또 자신은 잘못이 없다며 행정 소송을 냈다.
소송의 핵심 쟁점은 “남자친구랑 피임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대화 맥락상 성희롱에 해당됐는지의 여부였다.
1심 재판부는 “발언이 다소 부적절하고 어느 정도 불쾌감을 느끼게 할 수 있어 보이기는 한다”면서도 “피임에 관련한 모든 발언이 성적 언동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해 성희롱에 해당되지는 않는다고 봤다.
이어 “결혼과 출산, 육아, 휴직 등 현실적인 고민을 털어놓은 데 대해 A씨가 조언이나 충고를 하기 위한 의도에서 발언했다고 볼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전당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이들은 “‘피임’이라는 단어는 가장 내밀한 사적 영역인 성생활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며 “피해자가 듣기에 매우 불쾌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피해자 B씨는 ‘성적 불쾌감과 수치심을 느꼈다’고 진술한 바 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1심 재판부와 판단이 같았다. 법원은 “A씨의 발언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달리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봤다.
이어 “언행이 있었던 구체적인 상황과 맥락 등을 막론하고 그 언행 자체가 항상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원고 A씨의 청구를 받아들인 원심은 정당하므로 피고 전당 측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박가연 온라인 뉴스 기자 gpy1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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