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먹사니즘’은 매우 현실적인 정치 구호입니다. 국민에게 가장 중요한 건 먹고사는 것이라는 생각이지요. 국민이 잘살 수만 있다면 무슨 이데올로기와 진영이 필요하겠습니까. 금융투자소득세를 접기로 한 데도 이 대표의 먹사니즘 영향이 컸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표는 코인 과세에 대해서도 유보적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원칙론을 거스른다는 지적에도 이런 입장을 보이는 건 정치적 고려도 있을 겁니다. 수백만 투자자들의 표를 의식했겠지요. 그렇다고 해도 먹사니즘이란 현실의 요구가 이런 고려의 바탕에 있을 것으로 풀이됩니다.
현실적 먹사니즘이 반도체 산업에 대한 ‘주 52시간제 예외’ 앞에서 작아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에서 당론으로 발의한 반도체특별법 가운데 ‘화이트칼라 면제’(고소득 전문직 근로시간 규율 적용 제외) 조항을 삭제하기로 당내 의견을 모았습니다. 이 조항을 적용하면 반도체 연구개발(R&D) 근로자는 주 52시간제 족쇄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민주당은 예외를 두면 주 52시간제가 무너진다고 합니다. 현행 탄력근로시간제를 활용해도 1년 최대 90일 이내 64시간 특별연장근로가 가능한데 굳이 예외 조항을 둘 필요가 없답니다. 나름 합리성이 있어 보이지만, 비상상황엔 비상대책이 필요하단 걸 모르는 걸까요.
한국과 반도체패권 경쟁을 벌이는 미국·일본·대만에는 사실상 근로시간 제한이 없습니다. 미국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면제)이 적용된 직종은 연장근로 제한이 없지요. 일본은 24시간 밤낮을 밝혀 구마모토에 TSMC 공장을 세웠습니다. 대만은 3교대로 24시간 공장을 돌립니다. 먹사니즘이 반도체산업 앞에서 멈춰선 안 되겠습니다.
김동호 경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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