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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트럼프 2기는 기회"…10호 'FDA 신약' 주인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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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서제약 '캄렐리주맙'과 병용요법 택한 HLB, CMC 실사 통과 '주목'

비보존 '오피란제린' 수혜 가능성↑…HK이노엔 케이캡 美 임상 '순항'

[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미국식품의약국(FDA) 신약 허가에 도전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 1월부터 트럼프 2기 정부가 본격적으로 집권하면서 신약 허가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이는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FDA의 신약 승인 건수가 증가했던 사례에서 비롯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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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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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선으로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미국식품의약국(FDA) 신약 허가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신약 허가 규제를 완화하며 허가 사례가 증가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이벨류에이트파마(Evaluate Pharma)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6년까지 FDA가 매년 승인한 신약은 연평균 36건에 달했다. 트럼프 정부가 집권한 2017년부터 2019년까지의 신약 승인 건수는 연평균 55건으로, 1.5배 이상 증가했다.

현재까지 FDA 승인을 받은 국산 의약품은 지난 20여 년간 9종에 이른다. 최근 승인받은 의약품은 유햔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로, 글로벌 제약사 얀센의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와의 병용요법으로 최종 승인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10번째 FDA 신약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해 허가 획득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가장 빠르게 허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회사는 HLB다. HLB는 자사의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성분명 아파티닙)'과 중국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으로 FDA 허가에 재도전하고 있다.

리보세라닙은 '혈관 내피 성장인자 수용체(VEGFR-2)'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경구용 약물로, 종양 내 신생혈관 형성을 억제하고 암세포에 산소와 영양분의 공급을 차단해 암의 성장을 억제하는 기전을 지녔다. 캄렐리주맙은 면역관문억제제로, 이 약물은 면역세포인 T세포 표면에 있는 PD-1 단백질에 결합해 암세포가 면역반응을 회피하는 경로를 차단한다. 이를 통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앞서 회사는 지난해 5월 리보세라닙의 병용요법을 간암 1차 치료제로 품목허가 신청했으나, 1년 만인 올해 5월 보완요구서(CRL)를 받으며 한 차례 좌초된 바 있다. 당시 HLB는 보완요구가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에 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구체적으로, FDA가 지적한 사항은 △캄렐리주맙의 CMC(제조설비) △BIMO 실사(임상병원 현장실사) 등 2가지였다.

이에 따라 HLB는 올해 9월 FDA에 재심사 서류를 제출했으며, 이달 18일 BIMO 실사를 무사히 통과하면서 최종적으로 캄렐리주맙의 CMC 검토 통과만을 남겨두고 있다. 회사는 내년 상반기 안으로 리보라세닙 병용요법의 승인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HLB 관계자는 "항서제약은 CMC 보완사항에 대해서도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라며 "잠시 지연됐던 상업화 준비와 추가 파이프라인 확장 계획을 치밀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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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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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K이노엔이 개발한 제30호 국산 신약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도 후보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케이캡은 우리나라 최초 위산분비억제제(P-CAB) 약물이다. P-CAB은 기존의 양성자 펌프 억제제(PPI) 계열 약물보다 효과가 빠르고, 식사 여부와 상관없이 복용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2018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신약을 인정받은 케이캡은 이듬해 3월 출시돼 연간 처방액이 매년 30~40%씩 성장한 제품이다. 올해 8월 기준 케이켑의 처방실적은 7611억원 상당에 이르고, 4년 연속 소화성궤양용제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다.

HK이노엔은 현재 미국 파트너사 브레인트리 래보라토리스(Braintree Laboratories)를 통해 케이캡의 미란성·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에 대한 미국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비미란성 적응증 연구는 올해 안으로, 미란성에 대한 임상은 내년 상반기에 종료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미국에서 시판 중인 P-CAB 약물은 일본 다케다제약의 '보퀘즈나'가 유일하다"며 "향후 케이캡이 최종 승인을 받은 뒤, 시장 진입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비보존제약이 개발한 '오피란제린(품목명 어나프라주)'도 주목할 만하다. 비보존제약은 다른 기업들과 달리 오피란제린 임상 연구를 미국에서 먼저 시작한 후 국내에서 임상을 진행한 제약사다. 이는 미국 글로벌 기업 일라이릴리와 존슨앤존슨, 암젠에서 FDA 경험 등 다양한 연구를 맡았던 이두현 회장의 이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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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보존 제약 CI. [사진=비보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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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란제린은 통증을 줄여주는 주사 제형의 비마약성 진통제로 현재 식약처의 최종 승인 여부를 기다리고 있다. 오피란제린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피험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어 임시 중단된 상태이나, 국내에서의 상용화를 마친 뒤 미국 임상을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수술 후에 겪는 통증이나 암 통증 등이 일반적으로 중증 통증의 대표적인 척도로 여겨진다. 중증도·중증 통증에 쓰이는 진통제는 펜타닐과 같은 오피오이드 계열 마약성 진통제가 주로 사용된다. 마약성 진통제는 통증 완화 효과가 뛰어나 미국 수술 환자 90% 이상이 처방받지만, 중독성이 있어 위험하다. 오피오이드 오남용에 따른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인해 트럼프 1기 정부는 2019년 오피오이드 비상사태를 선언했었고, 미약성 진통제를 강력하게 규제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2기 정부가 본격적으로 들어서면, 오피란제린의 임상 진행은 이전보다 훨씬 순조로워질 수 있다"며 "트럼프의 자국 우선주의 기조로 타국 기업 혜택을 후순위로 둘 것으로 보이나, 비보존제약은 예외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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