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증권·카드·생보 등 5개 계열사 수장 내달 말 임기 만료
핵심 계열사 일부 교체 가능성…이재근·이창권 등 연임 기로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KB금융지주는 오는 27일 차기 KB국민은행장을 시작으로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되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발표한다. 지주 산하 11개 계열사 가운데 5개 계열사 대표이사가 인사 대상이다. 이달 취임 1주년을 맞은 양종희 KB금융 회장이 안정적인 인사 기조를 이어갈지, 올해 인사에서 변화를 내세울지 주목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27일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열고 차기 국민은행장 후보를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KB금융 대추위는 지난 9월 27일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되는 5개 계열사 대표 선임 절차에 착수했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과 김성현·이홍구 KB증권 대표,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 김명원 KB데이타시스템 대표의 등 6명의 임기가 다음달 31일 끝난다.
KB금융 대추위는 통상 국민은행장 임기 만료 2개월 전 차기 후보 선정 기준을 수립하고 임기 만료 한 달을 앞둔 시점에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다른 계열사 CEO의 경우 임기 만료 한 달 전 경영승계를 위한 후보자군을 확정한 뒤 임기 만료 2주가량을 앞두고 단수 후보를 추천한다.올해는 금융감독원의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반영해 은행장 임기 만료 3개월 전부터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했다.
KB금융 대추위는 양종희 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오규택·최재홍·이명활 사외이사와 이재근 국민은행장(비상임이사)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다만 이 행장의 경우 은행장 선임을 위한 대추위에는 이해관계로 인해 참여하지 않는다.
이번 계열사 CEO 경영승계는 지난해 11월 취임한 양 회장이 두 번째로 실시하는 인사다. 앞서 KB금융 대추위는 작년 12월 양 회장 취임 후 첫 계열사 대표 인사를 통해 임기 만료 8개 계열사 9명의 CEO 중 6명을 새로 선임했다.
장기 재임 대표 위주로 세대교체를 단행하면서도 은행과 카드 등 핵심 계열사 CEO는 유임을 결정해 ‘안정 속 쇄신’ 기조를 택했다.
내년에도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양 회장이 핵심 계열사의 리더십을 유지하며 안정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지난해 인사에서 안정에 방점을 둔 KB금융이 올해는 핵심 계열사 CEO에 대해서도 세대교체를 택할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부행장 24명 전원의 임기가 올해 말 만료된다. 이 중 19명이 이 행장보다 젊은 인물이다.
특히 취임 2년차인 양 회장이 핵심 계열사에 변화를 주는 중폭 이상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본격적인 경영 색깔을 드러낼 것이란 관측이다. 은행·증권·카드 계열사 중 1~2곳 대표의 교체 가능성이 제기된다.
임기 만료 CEO 가운데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첫 2년 임기에 더해 1년 추가 임기를 모두 채웠다. 2022년 1월 취임한 이 행장은 기본 2년에 연임 시 1년이 추가되는 ‘2+1’ 임기 관행에 맞춰 지난해 말 임기가 연장됐다.
이 행장은 내년 불확실한 경영환경과 안정적인 실적 등을 고려할 때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추가 1년 임기를 부여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전임자인 허인 전 행장도 3연임을 통해 4년간 회사를 이끌며 조직 안정을 이룬 바 있다.
이 행장 취임 후 국민은행은 이익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행장 취임 전인 2021년 2조5908억원을 기록했던 국민은행의 순이익은 2022년 2조9960억원, 2023년 3조2615억원으로 증가했다.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분기 홍콩 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관련 대규모 충당부채 전입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8.3% 감소한 2조6179억원에 그쳤지만 견조한 대출 자산 성장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은 15.5% 늘어난 4조4521억원을 기록했다.
디지털 성과도 긍정적이다. 양 회장은 ‘넘버원(No.1) 디지털 금융그룹’을 중장기 경영 목표로 설정하고 디지털 혁신을 통한 경쟁력 확보를 주문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뱅킹 앱 ‘KB스타뱅킹’의 월간 회원 로그인 수는 2022년 9월 1019만명에서 지난해 9월 1162만명으로 늘었고 올 9월엔 1262만명을 달성했다. 디지털 채널 상품 신규 비율은 올 9월 기준 64%로 지난해 9월 59%에서 1년새 5%포인트 뛰었다.
이 행장이 주요 은행장 중 가장 젊다는 점도 연임에 무게를 싣는 요소다. 1966년생인 이 행장은 취임 당시 ‘최연소 국내 은행장’이라는 타이틀로 주목받았다.
정상혁 신한은행장(1964년생), 이승열 하나은행장(1963년생), 조병규 우리은행장(1965년생), 이석용 NH농협은행장(1965년생) 등 5대 은행장 가운데 이 행장의 나이가 가장 적다.
올 상반기 배임 사고와 H지수 ELS 손실 등 내부통제 이슈는 변수로 꼽힌다. 국민은행은 주요 은행 가운데 H지수 ELS 판매 규모가 가장 많아 관련 손실 리스크도 컸다.
2022년 1월부터 국민카드를 이끌고 있는 이창권 대표도 이 행장과 함께 지난해 말 1년 연임에 성공해 2+1 임기를 채웠다. 이 대표 역시 국민카드의 실적 개선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1월 취임한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와 김명원 KB데이터시스템 대표는 추가 1년 임기를 부여받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간 KB금융은 계열사 CEO 임기를 최초 2년 보장 뒤 이후 1년을 추가로 부여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왔다.
KB증권의 경우 각자대표 체제가 유지될지 주목된다. KB증권은 2016년 말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 통합 이후 각자대표 체제를 통해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해왔다.
현재 김성현 대표가 IB부문을 맡고, 이홍구 대표가 WM부문을 담당하고 있다.김 대표의 경우 지난 2019년 취임 이후 4연임에 성공해 6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다. 이 대표는 올해 새로 취임해 1년 임기를 보내고 있다.
KB금융은 계열사 CEO 교체 시 내부 승진 또는 지주 부사장·은행 부행장 이동을 택하고 있다. 현재 은행·카드·생명·캐피탈·부동산신탁·저축은행 CEO 모두 지주 부사장이나 은행 부행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KB금융 부사장 6명 가운데 이승종 전략담당(CSO), 김재관 재무담당(CFO), 최철수 리스크관리담당(CRO), 서영호 글로벌사업부문장, 조영서 디지털부문장(CDO)·IT부문장(CITO) 등 5명의 임기가 올해 말 만료된다.
최철수·서영호 부사장은 지난해 초 부사장으로 승진해 2년째 임기를 지내고 있다. KB증권 출신인 서 부사장은 KB증권 차기 대표로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승종·김재관 부사장은 올해 초 선임됐지만 정문철 국민은행 개인고객그룹 부행장,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와 함께 차기 국민은행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김 부사장의 경우 정문철 부행장, 김세민 KB국민카드 부사장 등과 차기 국민카드 대표 후보로도 언급되고 있다.
한아란 한국금융신문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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