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내방가사 경창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최고령 이계희 할머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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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령 대상 수상자 이계회 할머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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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아 외조형주 진성이씨 부인유인 외조형주 갑일인즉/삼십세전 방년시절 생이별을 하게되니 속절없는 이이별이 청천벽력 되단말가 구운 불행 함이련가...생략"
제25회 전국 내방가사 경창대회에서 최고령 참가자인 이계희(94·경북 안동시) 할머니가 ‘외조 형주 갑사가’로 대상을 수상했다. 내방가사는 조선시대 여성들이 지은 문학의 한 장르로, 이번 대회는 내방가사 계승발전을 위해 지난 14일 안동시민회관에서 열렸다.
이 할머니는 회갑 한 달을 앞두고 세상을 떠난 외사촌 언니의 삶을 안타까워하며 지은 외조 형주 갑사가를 불러 대상을 차지했다. 외사촌 언니는 결혼과 동시에 6.25전쟁으로 형부가 월북하고, 유복자를 훌륭하게 키웠으나 회갑을 1개월 앞두고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할머니는 특히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젊은 참가자 못지않은 가사창작은 물론 뛰어난 낭송 실력을 보여주었다. 막내 아들의 도움을 받아 무대에 올랐으나 고운 목소리와 고른 호흡으로 심사위원들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어릴 적부터 할머니와 어머니의 내방 가사를 들으며 자랐다는 이 할머니는 시집살이와 5남 1녀를 양육하면서 겪은 희로애락을 내방가사로 표현했다. 2015년엔 회심가로 최우수상, 2018년엔 ‘모주 애사가’로 우수상을 받는 등 전국 내방가사의 산증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씨는 건강유지 비결로 매일아침 가벼운 산책과 규칙적인 식사를 들었다. 이웃과 격의없이 커피 한잔을 나누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시간날 때마다 내방가사를 연습한다고 전했다.
이계희 할머니는 "아직도 내방가사를 위한 마음은 젊은 사람 못지않지만 기력이 점점 약해지는 것 같아 건강이 허락하는 한 내방가사 활성화에 기여하고 싶다"며 ”내방가사의 명맥을 살리고 미래세대 전수자에게 내방가사의 문학성과 가치 등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는 전국 부녀자들이 제출한 창작부문 50여 편과 낭송 부문 70여 편의 응모작 가운데 엄선된 20편이 육성으로 불렸다.
내방가사는 지난 202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 목록에 등재됐다. 한국국학진흥원과 국립한글박물관은 내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목표로 힘쓰고 있다.
한편 한국내방가사보존회는 내방가사의 명맥을 잇기 위해 28일부터 내달 27일까지 안동대 박물관에서 ‘담장 넘은 내방가사의 화려한 외출’을 주제로 창립기념 전시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권정식 기자 kwonjs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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