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필리핀 하원에서 진행하는 공금 횡령 의혹에 대한 입법조사에 출석한 사라 두테르테 필리핀 부통령의 모습/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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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암살 위협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내가 죽을 경우 마르코스 대통령 부부를 암살하라고 지시했다"는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의 살벌한 발언이 나온 이후의 반응이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르코스 대통령은 전날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최근 논란이 된 암살 위협에 관한 질문에 "지난 며칠 간 들었던 발언들은 심히 걱정스러웠다"며 "우리들 중 일부를 죽이겠다는 무분별한 욕설과 협박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그들과 싸울 것이다. 대통령 암살을 계획하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라면, 일반 시민들에게는 얼마나 더 쉬운 일이겠느냐"고 강조했다.
앞서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은 지난 23일 자신을 향한 암살 기도가 있었다면서 자신이 죽을 경우 "마르코스 대통령과 그의 아내, 하원의장을 죽일 것을 암살자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목하진 않았지만 "이러한 범죄 계획은 간과해선 안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의 기자회견 이후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은 지난 1983년 베니그노 아키노 전(前) 상원의원이 암살당한 사건을 언급하며 해당 사건이 마르코스 가문의 소행이라 비난했다.
유사시 대통령 부부 암살을 지시했다는 부통령의 '충격적인' 발언은 마르코스 가문과 두테르테 가문의 연합이 붕괴한 이후 양측의 싸움이 격렬해지는 가운데 나왔다.
전임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인 사라 두테르테는 지난 필리핀 대선에서 마르코스의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출마, 손을 맞잡고 대선에서 승리한 '정치적 파트너'였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와 마약 대응책 등 여러 사안에 대해 이견을 보이며 두 가문의 '동맹'은 점차 와해되기 시작했다.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은 지난 6월 교육부 장관직과 반군 진압 태스크포스(TF)에서 사임하며 마르코스 내각에서 완전히 퇴진했다.
필리핀 법무부는 사라 두테르테의 대통령 암살 위협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법무부 고위 관계자는 "부통령은 기소 면제권이 없고, 암살 위협과 관련해 국가수사국에 소환될 예정"이라 밝혔다.
제시 에르모게네스 안드레스 법무부 차관보는 "이처럼 심각한 위협이, 매우 높은 직위의 공무원에게서 나왔다"며 "이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매우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 말했다.
그는 "주모자가 선언한 대통령 암살 계획은 이제 법적 결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마르코스 대통령이 피해를 입는다면 사라 두테르테 대통령이 분명히 이익을 본다. (대통령 변고시) 대통령직을 물려 받게 되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마르코스 정부에선 현재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대통령 시절 벌인 '마약과의 전쟁' 청문회를 진행 중이다. 마르코스 행정부는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반인륜적 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로드리고 두테르에 전 대통령을 체포하기 위한 모든 국제적 노력에 협조할 것임을 시사한 상태다.
여당 의원들은 또한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이 교육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당시 공금 횡령 의혹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의 마르코스 대통령 암살 위협은 이 같은 배경에서 나왔다. 동맹 붕괴 이후 두테르테 가문을 향한 마르코스 행정부의 움직임에 불편한 심기와 적대감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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