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혹감 드러낸 與…향후 주도권 싸움 밀릴 듯
野, 눈물 훔치며 안도…'김건희 특검법' 정조준
11월 정치권 최대 화두였던 2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의혹' 관련 1심 선고공판에서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가운데 여야 희비가 명확하게 엇갈렸다. 그간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공략에 모든 당력을 집중했던 국민의힘은 예상치 못한 선고 결과가 나오자 공개 일정을 멈춘 채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이 대표 일극 체제에서 처음 맞은 위기를 해소했다는 안도와 함께 대여 압박 재개를 위한 기지개를 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에게 무죄, 위증교사 정범으로 기소된 고(故)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전직 비서 김진성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위증교사죄는 공직선거법 위반 대비 평균 형량이 높기 때문에 이 대표의 법정 구속 가능성까지 거론돼 왔다. 이에 야권에서도 상당한 긴장감이 흘렀지만, 열흘 만에 열린 1심에서 무죄 판단을 받으면서 리스크를 어느 정도 해소하게 됐다는 평가다.
반대로 중형을 예상했던 국민의힘은 1심 결과가 나오자 아쉬움이 역력한 듯 공개 발언을 하지 않고 서면을 통해서만 입장을 밝혔다.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모두 국회 본청 내 기자들을 응대하지 않고, 오후 일정을 비공개로 소화했다.
대통령실을 향해 연일 쇄신 요구를 관철하며 신경전을 이어온 한 대표는 지난 7일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후 확전을 자제하고,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공략에 몰두했던 터라 충격이 더욱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위증한 사람만 유죄이고, 위증교사한 사람은 무죄라는 위증교사 1심 무죄 판단을 수긍하기는 어렵다"며 "그러나 11월 15일 징역형 유죄 판결을 존중했듯이 오늘 판결도 존중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11월 15일의 징역형 유죄 판결도 존중하길 바란다"며 "이럴수록 국민의힘은 더 민생에 집중하겠다. 구태를 청산하고 변화와 쇄신을 실천하겠다"고 적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언론 공지를 통해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아쉬움은 남는다"고 19자에 불과한 한줄평을 남겼다. 검찰 출신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1심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하나, 항소심 과정에서 다른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1심 판결로 정치적, 도의적 책무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여당은 3심제에 따라 이 대표가 향후 징역형을 추가로 받을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으나, 당장의 비판 여론이 희석되면서 정국 주도권은 자연스레 야권에 넘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서울중앙지법 현장에 모인 민주당 다수 인사는 선고 직후 안도의 눈물을 흘리면서 일제히 환호 메시지를 냈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국회에 복귀한 뒤 곧바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전열을 정비했다.
이날 오후 국회로 돌아와 환히 웃으며 당직자들을 맞은 이재명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소감을 묻는 질문에 "특별한 느낌이라기보다는 사필귀정 아니겠냐"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는 선고 직후 "진실과 정의를 되찾아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 이제 정치가 서로 죽이고 밟는 것이 아니라 서로 공존하고 함께 가는 그런 정치면 좋겠다"며 "죽이는 정치보다 이제 사람을 살리는 정치를 하자고 정부·여당에 말하고 싶다"고 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검찰의 억지 기소로 고통받아 왔던 이 대표에게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며 "남아 있는 재판에서도 시시비비가 분명하게 가려져 검찰의 무도한 수사와 정권의 정치 탄압에 철퇴가 가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입장문을 내고 "진실과 정의를 되찾아준 재판부에 감사하다. 윤석열 정권의 정치 검찰이 아무리 정적을 제거하려 해도 없는 죄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는 걸 증명한 판결"이라고 했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엄격하게 심리하고 정의로운 판결로 진실을 밝혀준 사법부에 감사하다"며 "사법부의 독립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이고 절대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대한민국 사법부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고 했다.
친명(친이재명)계 일색의 당심이 여전히 굳건한 데다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이 오는 28일 예정돼 있는 만큼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사법 리스크를 역으로 공략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는 비공개 최고위가 끝난 뒤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 관련 질문에 "우리 국민의힘 의원들의 대오각성을 기대하고 있다"며 "정말 국민을 위해서 정치를 하는 건지, 사욕을 위해서 또는 사익을 위해서 일하는지 그것이 이번 표결에서 보여지지 않겠나"라고 여당 내 이탈표를 부추겼다.
아주경제=구동현 기자 koo12@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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