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대선 1차 투표에서 1위를 기록한 컬린 제오르제스쿠.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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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대통령 선거 1차 투표에서 무명에 가까운 무소속 친러시아 후보가 득표수 1위를 차지해 서방이 주시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루마니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선 1차 투표 결과(개표율 99.9% 기준) 무소속 컬린 제오르제스쿠 후보가 22.95%의 득표율로 19.17%의 중도우파 야당 루마니아 구국연합(USR)의 엘레나 라스코니 대표를 따돌리고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마르첼 치올라쿠 사회민주당(PSD) 대표 겸 현 총리는 3위(19.1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열렬한 지지자인 결속동맹(AUR)의 제오르제 시미온 대표는 4위(13.87%)에 머물렀다. 치올라쿠 총리와 시미온 대표는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는 각 1‧2위를 달렸지만, 막상 투표함을 열자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제오르제스쿠는 토양학 박사 출신으로 대학교 교수와 루마니아 환경부 공무원을 지냈다. 몇 차례 선거에 출마하긴 했지만 선거 전만해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0%대를 보이는 등 이렇다 할 세력이 없었다. 그는 결속동맹 소속 시절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두고 “조국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발언하고 반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성향을 보여 마찰을 빚다가 결국 당을 떠났다.
제오르제스쿠의 돌풍 요인으론 우선 루마니아가 우크라이나 지원 차원에서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수입한 게 루마니아 농민들의 민심 이반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제일 크게 지목된다.
지난해 10월 대선기간 중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컬린 제오르제스쿠.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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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제오르제스쿠가 틱톡과 팟캐스트 등을 통해 저변을 넓힌 점도 한 요인이다. 그는 백마를 타거나 유도를 하는 동영상을 올려 340만명이 넘는 틱톡 팔로워를 두고 있다. 팟캐스트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존재하지 않는다”, “유일한 진짜 과학은 예수 그리스도”라는 등의 신념을 노출하기를 꺼리지 않았다.
다만 틱톡을 제오르제스쿠의 지지 기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이언 마란디치 럿거스 대학 교수(국제정치학)는 이와 관련해 엑스(옛 트위터)에 “틱톡은 젊은층이 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지지층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반서구적 포퓰리즘과 결합한 신비주의적이고 종교적인 말을 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제오르제스쿠의 선전에 서방은 벌써부터 긴장하고 있다. 제오르제스쿠는 대외정책과 관련해 루마니아에 있는 나토 미사일 방공망을 두고 “외교적 수치”라고 하거나, “러시아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며 친러 입장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비슷한 입장을 보이는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를 존경한다고도 했다. 대내적으로는 소규모 농업에 기반한 기독교적 국가 이념을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제오르제스쿠와 라스코니의 결선 투표는 다음 달 8일로 예정돼있다. 루마니아는 실질적은 국정운영은 총리가 맡지만, 대통령은 외교와 국방에서 권한을 갖는다.
박현준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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