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경기도 수원시의 한 건설현장의 모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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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을 위한 대출 시 관례적인 절차로 여겨졌던 외부 PF 사업성 평가를 민간 중심으로 개선한다. 사업성이 없는 부동산 PF 사업장이 시공사·신탁사의 신용보강에 기대 돈을 쉽게 빌릴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PF 사업성에 대해 전문적으로 평가하는 기관을 선정하는 인증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민간 사업장에 대한 과도한 관치(官治)를 우려해 공공기관 대신 민간 기관을 중심으로 전문 평가기관을 육성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평가 전문기관 인증제를 도입하더라도 부동산 PF 사업장과 대출기관의 입맛에 맞춘 ‘짬짜미 평가’가 지속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는 사업 개발에 소극적일 수 있지만, 반대로 시장이 살아날 경우 평가기관이 수수료를 주는 대출기관의 의중에 따라 평가결과를 조정할 수 있다는 우려다.
2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최근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강화 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이번 연구용역은 ▲PF 사업성 전문평가기관 지정 방안 제시 ▲사업성 평가 강화(의무화) 방안 제시 ▲국내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현황 분석 ▲우리나라 부동산 PF에 맞는 사업성 평가 기준 제시를 골자로 한다.
이번 연구용역은 지난 14일 발표한 부동산 PF 제도 개선의 후속 조치다. 국토부는 제도 개선 발표 당시 금융기관이 PF 사업에 대한 면밀한 사업성 분석 유인이 부족하기 때문에 시행사·시공사의 담보나 신용보다는 PF 사업의 사업성·안정성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한 후 대출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현재 금융기관이 PF 사업장에 대한 대출을 실행할 때 건설사·신탁사의 보증에만 의존해 돈을 빌려준다고 보고 있다. 금융사가 사업성 평가 용역을 진행하기는 하나 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 내부 심사 통과를 위한 형식적 절차로 밟고 있다는 게 국토부의 평가다.
국토부 관계자는 “외부 평가가 수천만 원의 수수료를 받고 이뤄지는데 1조원짜리 대출도 5000만원의 용역을 받고 실행되는 상황”이라며 “대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외부 평가인데도 외부 용역을 받고도 막상 열어보지 않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지금은 제대로 기준조차 없는 사업성 평가를 아무나 하는 구조라 결과에 대한 신뢰가 전혀 없다”며 “인증제도를 통해 이를 제대로 평가해 보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래픽=손민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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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용역을 통해 PF 사업성을 평가할 수 있는 전문기관 인증 제도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예정이다. 국토부는 인증 제도 도입 시 공공기관에서 사업성을 평가하는 방안을 고민했다. 하지만 민간 사업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회계법인, 감정평가기관 등 민간 회사들의 역량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들을 활용해 토지 확보 관련 이슈, 인허가 리스크, 제3자 보증 여부, 사업주 역량 등도 고려한 사업성 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그렇다고 해도 평가기관 인증 제도의 문턱을 크게 높이지는 않겠다는 게 현재까지 국토부의 입장이다. 인증 평가기관이 소수에 그치면, 부동산PF 사업장에 대한 평가가 늦어지면서 대출부터 공사까지 줄줄이 지연되며 주택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민간의 대출 부분까지 공공에서 관여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이 내부적으로 나왔다”며 “(민간기관을 활용하되) 자격을 너무 높이면 사업 기간이 오래 걸릴 수 있어 기본적인 요건만 갖추면 인증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PF 전문 평가기관 인증제 도입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연구용역에 걸리는 시간이 8개월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규제 개선을 위한 행정 절차 등을 거치면 2026년쯤 제도의 윤곽이 드러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전문 평가기관 인증제에 대한 ‘빈틈‘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기술금융처럼 평가기관이 수수료만 노리고 대출기관의 입맛에 맞춘 평가결과를 내어주는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활황일 경우 대출기관이 PF 대출을 무리하게 확장하려고 하면, 평가기관이 이에 따른 맞춤형 결과를 내어줄 가능성이 있다. 또, 사업성 평가 반영 비중에 따라 평가 결과가 대출 실행 여부에 큰 제한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사업성 평가 인증 제도의 한계로 꼽힌다.
관계부처 관계자는 “사업성이 없다고 해도 금융기관이 대출을 실행할 수 있는 자율성이 있어서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며 “평가 결과가 100% 반영되지 않더라도 금융기관이 어느 정도 신경을 쓰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대출기관과 평가기관의 짬짜미 가능성에 대해서는 “인증을 어느 업체들한테 주고, 관리 감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는 문제”라며 “제도 개선 과정에 이 부분을 정교히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유진 기자(bridg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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