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왕산 케이블카 정상 설경. 정선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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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정선군 가리왕산 케이블카를 둘러싼 '존치냐 철거냐' 논쟁이 뜨겁다. 가리왕산은 정선과 평창에 걸쳐 있다. 가리왕산 케이블카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경기장의 곤돌라를 활용한 시설이다. 올림픽 후 철거 예정이었으나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한 존치 요구가 이어지며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환경보존과 지역발전이라는 두 가치의 충돌 속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지방 소멸위기 정선 구할 대안"
존치해야 조경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사람들 다 떠난 뒤라면
금수강산 무슨 의미있나
잘 가꾸고 관리하면 윈윈
올림픽 유산으로도 의미 커
"완전한 자연 복원이 이상적이지만 지역 소멸 위기에 처한 강원 정선군의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가리왕산 케이블카를 존치하면서 환경을 복원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조경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강원 정선군 가리왕산 케이블카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이같이 입을 열었다. 전 세계적으로 '재자연화'가 환경 복원의 주요 흐름이지만 지역 현실적 여건을 고려할 때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재자연화, 즉 자연으로 돌리는 일이 환경 복원의 세계적 흐름이다. 이상적으로는 자연 상태로 돌려서 동식물이 돌아오고 생태계를 복원하는 과정을 관찰하며 배우는 것이 가장 좋은 환경 교육이 될 수 있다." 조 교수는 다만 재자연화 역시 사회적 합의를 전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선의 경우 과거 탄광 지역이었던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지역 경제가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조 교수는 "정선은 탄광 지역이었기 때문에 오랫동안 소외됐고 지역 경제가 많이 움츠러든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 케이블카가 중요한 관광자원으로 자리 잡았고, 지역 주민들의 기대가 상당하다"고 밝혔다.
정선 가리왕산 케이블카는 개장 이후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 5월까지 누적 탑승객 수가 24만명을 돌파했다. 이는 정선군 인구의 약 7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조 교수는 대안으로 '산림형 정원' 또는 '산지형 정원' 조성을 제시했다.
"기존의 정원이 시설 위주였다면 산림형 정원은 시설을 최대한 억제하고 서식지 환경을 조성해 생태적 숲을 복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 습지도 만들고, 지역 여건에 맞는 식재를 하면서 사람들이 자연 복원 과정을 관찰하고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특히 올림픽 유산으로서의 가치도 언급했다. "정선 가리왕산 케이블카는 다른 지자체처럼 단순한 개발 욕구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설치된 시설이다. 이를 올림픽 유산으로 보존하면서 환경을 복원하는 새로운 모델로 만들 수 있다."
조 교수는 국내 다른 국가정원 사례와 비교하며 정선만의 특색 있는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순천만은 습지를 보존하면서 도시 팽창을 막는 모델이었고, 울산은 오염된 땅을 회복해 하천변 정원을 만들었다. 정선은 올림픽 시설이었던 케이블카를 존치하면서 훼손된 산지를 복원하는 새로운 정원 모델이 될 수 있다."
지역 소멸 위기 속에서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조 교수는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삼천리 금수강산이라고 하지만, 자연만 보존하고 사람이 살지 않는 원생 자연만 남긴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 곳곳에 사람들이 잘 거주하며 신명 나게 사는 마을이 함께 있어야 진정한 의미의 금수강산이 된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역 주민들이 정원을 가꾸고 관리하는 주체가 돼 관광객과 함께 즐기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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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복원 국민과 약속 지켜야"
존치 반대 한상훈 한반도 야생동물연구소장
국가정원 '밑빠진 독'
오히려 지역도산 할수도
가리왕산 생태계 활용한
기후위기 교육장 활용을
강원 정선군 가리왕산 케이블카를 둘러싼 존치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한상훈 한반도 야생동물연구소 소장은 경제성과 환경 훼손을 이유로 철거를 촉구하고 있다.
한 소장은 "일부 정책학회나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을 현혹시키는 말로 포장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전국 40여 개 지자체에서 추진 중인 케이블카 사업이 대부분 경제성에서 심각한 손실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지자체 한 곳이 성공하면 다른 지역에서 앞다퉈 뛰어드는 무분별한 개발 행태를 지적했다.
"원래 가리왕산은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이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 쓰인 활강 스키장을 경기 이후 원상 복원하겠다고 국민과 약속했다. 그 약속을 당연히 이행해야 마땅하다."
특히 한 소장은 정부 지원 없이 지자체 예산으로만 케이블카를 운영한다면 정선군이 도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케이블카 존치에 찬성하는 주민도 대부분 건설업자나 관련 종사자들이며 일자리 창출은 다른 방안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한 곳이 성공하면 다른 지자체들이 덩달아 추진한다. 하지만 2~3년 지나면 더 나은 시설을 갖춘 다른 관광지로 여행객이 흡수된다. 가리왕산 케이블카는 단순 조망용 시설에 그치고 있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전망 외에는 관광 매력도가 떨어지고 주변 숙박시설과 음식점도 미흡하며 교통 접근성도 열악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번 방문으로 끝나는 관광시설로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 케이블카는 주말에 최대 3000여 명이 이용하고 있다. 한 소장은 "아침 일출 상품과 저녁 연장 운행까지 도입했지만 수지타산이 맞지 않자 국가정원 등 추가 관광시설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투자하면 할수록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반박했다.
케이블카 철거 이후 관광시설 대안으로는 가리왕산 산림 생태계를 활용한 기후변화 대응 교육장 조성을 제시했다.
"전 국민 대상으로 기후위기와 산림의 중요성을 알리는 교육장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 가리왕산은 우리나라에서도 독특한 산림 생태계를 지닌 곳이다. 산림청에서도 기후변화 대응과 산림 교육시설 조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가리왕산 일대는 안정적으로 관리해왔고 생태적 가치가 높다. 차라리 이곳을 체류형 산림 교육 현장으로 활용하는 게 낫다. 자연이 정말 아름다운데 억지로 돈을 들여 관광시설만 만들려고 한다."
한 소장은 우리 산에 대한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외국인들은 한국 산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알아보는데, 정작 우리는 잘 모른다. 북한산만 해도 365일 매일이 다르다. 북한산에 멧돼지 350마리가 살지만 실제로 본 사람은 거의 없다. 설악산에도 산양 350마리가 살지만 연간 60만 방문객 중 한두 명이 볼까 말까한다. 그만큼 우리는 산에 대한 경외심도, 관심도 없는 것이다."
[권효정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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