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해협 중간선 무력화...종전 기준 의미 상실"
지난달 14일 대만 신주 공군기지 상공에서 대만 공군 소속 미라주2000 전투기가 비행하고 있다. 신주=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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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국방부가 중국 군용기의 접근 시 발령하는 '공습경보' 기준을 완화했다. 대만 인근 해역에서의 중국군 활동이 '일상화'된 만큼, 종전보다 다소 낮은 기준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대만 군 당국 설명이다.
2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대만 국방부는 전날 공습경보 기준 변경안을 통해 "중국 군용기·군함이 대만 해안에서 70해리(약 129㎞) 이내로 들어오면 발령하도록 했던 공습경보 기준을 24해리(약 44㎞)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대만해협의 군사적 긴장감은 상승하고 있는데, 오히려 경보 발령 기준점을 대폭 낮춘 것이다.
이와 관련, 구리슝 대만 국방부장은 회견을 통해 "중국이 '대만해협 중간선'을 가로질러 반복적으로 도발하는 등 대만 주변에서의 적대적 행위가 증가한 데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대만해협 중간선은 미국·대만의 상호방위조약 체결 이듬해인 1955년 설정된 비공식 경계선이다. 미군이 일방적으로 그은 가상의 선이지만, 약 70년간 중국과 대만 간 군사적 경계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중국은 2021년 8월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총 4차례 대만해협 중간선을 무시하며 대규모 대만 포위 훈련을 실시했다. 올해 2월에는 중국과 대만이 합의했던 기존의 '절충 항로'를 폐쇄하고 대만해협 중간선에 근접한 항로를 일방적으로 설정하기도 했다.
지난 10월과 4월 각각 실시된 중국군의 대만 포위 훈련 구역도. 훈련 해역이 대만해협 중간선에 걸쳐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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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대만해협 중간선이 사실상 무력화됐음을 의미한다는 게 대만 군 당국 판단이다. 따라서 기존의 공습경보 발령 기준 역시 실질적 의미를 잃게 됐다고 당국은 설명했다. 대만군의 한 소식통은 "최근 몇 년간 중국 군용기가 일상적으로 '70해리 선'을 넘었다"며 "이전 기준은 현 상황과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변경된 기준 또한 '경보'로서의 의미가 없기는 마찬가지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예비역 공군 중장인 창예틴은 "중국 전투기가 24해리 수역에 도달했다면, 대만 접근까지 불과 3분 남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대만인들로선 방공호 대피 등 중국군 공습에 대비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다만 중국 군용기의 잇따른 대만해협 출격에도 불구, 대만의 공습경보 발령은 실제로는 매우 제한적으로만 이뤄졌다. 대만인들의 공포감을 자극하려는 중국군의 심리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전략적 조치로 해석돼 왔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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