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6 (화)

‘천당·지옥’ 오간 이재명 재판, ‘고의성’ 인정 여부로 유·무죄 엇갈렸다[뉴스분석]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주관적 영역 ‘고의’, 사실관계 중심 제반 상황 따져야

경향신문

이재명 대표가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민생연석회의 출범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치생명을 판가름할 것으로 관심을 모았던 ‘11월의 재판 2건’이 ‘1승 1패’로 엇갈리며 일단락됐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로, 위증교사 혐의는 무죄가 선고됐다. 법리적으로는 다른 사건이지만 두 사건 모두 ‘고의성’ 인정 여부가 유·무죄 판단을 가른 핵심 쟁점이었다.

고의성 인정 여부는 객관적인 행위를 중심으로 여러 상황을 종합해 판단하도록 돼 있다. 범죄의 고의라는 개념이 주관적인 영역이기 때문이다. ‘고의로 어떤 행위를 했다’는 것은 그 행위를 한 당사자만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법정에선 객관적인 행위와 사실관계를 기준으로 ‘고의가 있다, 없다’를 따진다.

이 대표가 피고인이었던 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사건은 모두 이 대표의 ‘말’에 대한 판단이 관건이었다. ‘고의로 허위사실을 말했는지’ ‘고의로 거짓증언을 하도록 지시했는지’가 쟁점이었다. 130쪽 분량의 선거법 1심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유권자들에게 미치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이 대표의 발언에 고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해외출장 중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과 골프를 친 것처럼 공개된 사진은 조작됐다”는 이 대표의 발언은 전체 맥락상 ‘김 전 처장과 골프를 안 쳤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고, 이 발언을 하기까지 기억을 환기할 시간이 충분했기 때문에 그 발언에는 허위사실공표의 고의가 있다고 본 것이다.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압박 때문이라는 국정감사 발언도 전체적인 인상으로 볼 때 이 대표의 주장대로 ‘검찰의 짜깁기’가 아니고, 사전에 준비한 답변으로 보여 허위사실공표의 고의를 인정했다.

반면 위증교사 사건의 재판부는 이 대표가 김진성씨(고 김병량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에게 통화를 해 증언을 요청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이 대표의 발언내용을 기준으로 볼 때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78쪽에 달하는 위증교사 사건 1심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가 이 대표의 위증교사 행위에 고의가 없다고 판단하면서 중요하게 본 게 ‘방어권’이다. 이 대표가 2018년 경기지사 선거 토론회에서 “검사 사칭이 아니라 누명을 썼다”는 발언으로 이듬해 재판을 받는 상황에서 자신의 방어권 행사를 위해 김씨에게 증언을 요청한 것은 “통상적인 증언 요청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당시 사실관계를 잘 아는 사람에게 증언을 요청하는 건 다른 재판에서도 일반적인 일이라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김씨가 고 김 전 시장의 핵심 측근이고 검사 사칭 사건을 대신 고소하는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이씨와 대화·논의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봤다. 이른바 ‘갑·을 관계’로는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위치에서 이 대표가 자신이 처했던 상황과 그 상황에 대한 의문을 김씨와의 통화에서 얘기한 것은 ‘증거 탐색·수집 및 방어권 행사’의 영역이라고 해석했다. 또 재판부는 김씨의 거짓증언 사실을 이 대표가 김씨와의 통화 당시에는 알지 못했고 알 수도 없었다고 봤다.

‘1라운드’가 끝난 두 사건 모두 ‘2라운드’로 접어든다. 항소심에서의 관건도 역시 고의성 인정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 측은 허위사실공표 사건과 관련해 방어·해명하는 상황이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자신에 대한 불리한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을지라도 고의로 허위사실을 공표한 게 아니라는 취지다.

검찰은 위증교사 사건 선고 직후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전날 “김씨에게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이 대표에게 위증교사의 범의가 없다고 봐서 무죄를 선고한 것은 법리와 증거관계에 비춰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대표와 검찰 사이의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 ‘김씨에 증언 요청’ 일부 교사로 인정했지만 ‘고의성’ 없어 무죄
https://www.khan.co.kr/article/202411252205005



☞ [판결돋보기]‘사법리스크 현실화’ 이재명, ‘130쪽 판결문’에 담긴 유죄 배경은?
https://www.khan.co.kr/article/202411171646001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짧게 살고 천천히 죽는 ‘옷의 생애’를 게임으로!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