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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휴머노이드(지능형 로봇)의 골든타임이 3년도 남지 않았다. 로봇 기업과 인재를 키울 특별법을 만들고 파격적인 보조금을 지급해 '1인 1로봇 시대'를 선점해야 한다."
26일 서울 중구 그랜드 앰배서더 풀만 호텔에서 열린 '2024 MBN 보고대회'에서 나온 제언이다. 사람의 보폭에 맞춰 나란히 조깅하고, 재난 현장에서 소방관을 보조하며, 어린이의 동작을 따라 하고 상호작용하는 로봇들이 무대에 등장할 때마타 탄성이 터져 나왔다. 스마트폰을 들고 촬영하는 청중도 많았다. 호기심이 금세 탄식으로 바뀌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 로봇들은 모두 중국에서 만든 것입니다"란 사회자의 설명이 나오면서다. 올해에만 20종이 넘는 휴머노이드 신제품을 선보인 중국의 로봇 산업 역량을 엿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이날 MBN이 제안한 휴머노이드 육성 전략은 'ABLE'로 요약할 수 있다. 보조금(Assist)을 지급하고 인재(Brain)를 키우며, 전용 트레이닝센터를 만들어 로봇 학습(Learning)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거대행동모델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고, 전용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을 개발하면 K휴머노이드를 국제 표준으로 만들어 수출(Export)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미 한국형 휴머노이드 연구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발표자로 나선 명현 카이스트 교수는 우리 기술로 만든 사족로봇인 '드림워커'를 선보였다. 드림워커는 중국산 로봇보다 훨씬 유려한 몸놀림으로 무대에 오르는 계단과 울퉁불퉁한 장애물을 자유자재로 돌아다니며 재롱을 피웠다.
명 교수는 "드림워커는 시각 정보 없이도 관절과 관성 센서만으로 '블라인드 보행'이 가능하도록 심층 강화 학습한 로봇"이라며 "이 기술을 두 발로 걷는 휴머노이드에 적용하면 훨씬 많은 분야에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난 상황에 투입돼 사고를 수습하고 인명을 구조하거나, 원자력발전소, 우주 탐사 같은 극한 환경에서 사람을 대신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촉각 데이터로 충분히 학습을 시키고, 사람의 행동을 예측하는 기술을 챗GPT 같은 대규모 모델로 구현할 수 있다면 한국이 휴머노이드 패권을 쥘 수 있다고 명 교수는 강조했다.
강호형 MBN 산업부장은 영국 회사 엔지니어드아츠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메카(AMECA)'와 문답을 나눴다. "1인 1로봇 시대가 언제 올까"라고 질문하자 아메카는 "휴머노이드가 스마트폰 규모로 보급되기까지는 수십 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단 기술과 인공지능(AI)이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1인 1로봇' 시대는 착실히 다가오고 있습니다"고 대답했다.
사람과 똑같은 표정을 짓는 아메카는 올해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가장 주목받은 로봇이다. 강 부장은 "전 세계가 로봇 산업 육성에 올인하고 있다"며 "우리도 인재와 기업 생태계를 키울 전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조금 전쟁에서 우리나라만 뒤처질 수 없다. 중국처럼 단순 세제 혜택이 아닌 연구개발(R&D)과 생산시설에 들어가는 비용의 10%를 지원해야 한다"면서 "고급 인재들을 양성하고 한국 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은 "일론 머스크의 예언대로 휴머노이드가 인간보다 많아지고, 인간의 일을 대신할 날이 머지않았다"면서 "MBN 보고대회가 대한민국이 휴머노이드 강국으로 도약하는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장 회장은 이날 행사장에서 독일에서 로봇이 직접 MBN 로고를 프린팅하고 다림질까지 한 티셔츠를 선물로 받았다. 택배 상자를 무대까지 배송한 것도 사족로봇이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축사에서 "관련 법안이 빠르게 논의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평을 맡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산업부는 국내 유망 기업들과 연구소가 참여하는 '휴머노이드 이니셔티브'를 발족시키고, 법 체계를 로봇 친화적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이종화 기자 /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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