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먼저 조준된 나라들은 미국의 3대 교역국이란 공통점이 있다. 트럼프는 “(관세 부과) 기간은 미국 국경을 통한 불법 이민, 마약 유입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라고 못 박았다. 대선 때의 관세 공약과 별개라는 뜻이다. 트럼프는 앞서 대선 후보 시절 중국에 60% 관세를, 다른 교역국에는 10~20%의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고 했다. 중국 업체가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자동차에 대해 100~2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도 했다.
트럼프는 “관세는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며 ‘관세맨’을 자처하는 보호무역론자다. 고율 관세로 기업들의 해외 공장을 미국으로 어렵지 않게 유치할 수 있다고도 했다. 전쟁 억지 수단으로도 관세 카드를 꺼내 든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150~200%의 관세를 부과해 대응하겠다”고 했다.
트럼프가 내각 인선을 마무리하자마자 보란 듯이 ‘관세폭탄’을 터트린 것은 자못 시사적이다. 초강경 관세 카드를 집권 후에 실제 조자룡 헌 칼처럼 쓸 것이라고 공개 천명한 셈 아닌가. 더욱이 미국 우방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캐나다가 희생양이 된 것은 의미가 각별하다. 가치 동맹에 대한 일말의 기대마저 접고 철저히 거래 관점에서 대미 관계를 조율해야 한다는 메시지나 다름없다.
대한민국은 긴장의 끈을 단단히 조여야 한다. 트럼프 2기 무역통상 정책의 핵심은 무역적자 해소와 제조업 부흥이다.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흑자는 지난해 444억 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다. 올해 상반기 실적은 이미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 증가했다. 트럼프가 곱게 볼 까닭이 없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USMCA)을 맺고도 난데없는 25% 관세 부과 통보를 받은 멕시코와 캐나다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기분일 것이다. 그 도끼가 한국 앞에선 무뎌질 것으로 희망회로를 돌려선 안 된다.
우리에게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해 안전판으로 여겨도 좋은 계약 서류는 많이 있다. 하지만 그것만 믿을 때가 아니다. 북미에서 먼저 터진 트럼프의 관세폭탄 파장을 잘 보고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는 7년 전 한미 FTA 재협상을 압박한 전력도 있다.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고 초강력 대응팀을 꾸리는 것이 급선무다. 통상 분야만도 아니다. 트럼프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의 9배 수준인 연 100억 달러(약 14조 원) 증액을 공개 언급한 바 있다. 안보·국방 분야의 이슈 또한 발등의 불이 될 가능성이 많다.
미국만 볼 계제도 아니다. 중국발 리스크도 덩달아 커질 것이다. 어쩌면 이쪽이 더 큰 화근이 될 수도 있다. 정부가 외풍을 견실히 막아줘야 국민이 험한 계절을 넘기고 기업은 한시름 놓을 수 있다. 위기는 곧 기회다. 정부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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