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부터 내린 눈까지 쌓여 누적된 적설(일최심적설)은 최고 16.5㎝로, 이 기준으로도 종전 최고 기록(1972년 11월 28일 12.4㎝)을 넘어섰다.
사진 기상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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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도 눈이 그치지 않으면서 12시 현재 중부지방과 일부 남부 내륙을 중심으로는 대설 특보가 발효된 상태다. 기상청은 “대설경보가 내려진 서울과 경기도 양평·광주, 전북 진안을 중심으로 시간당 1~3㎝(일부 경기 남부 5㎝ 내외)의 강한 눈이 내리는 곳이 있다”며 “낮에도 눈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기상청은 이날 밤에 서해상에서 강한 눈구름이 한 번 더 유입돼 28일 오전까지 중부지방과 전북 동부에 시간당 1~3㎝, 최대 5㎝ 내외의 강하고 무거운 눈이 내리는 곳이 있을 것이라고 예보했다.
김영옥 기자 |
서울·인천·경기 서해안과 북서내륙에 3~8㎝(많은 곳 10㎝ 이상), 그 밖의 경기도와 충청권, 강원 북부 산지, 경북 북동 산지, 제주도 산지에 5~15㎝(많은 곳 20㎝ 이상), 전라권과 경남권에 1~10㎝(전북 북동 많은 곳 15㎝ 이상)의 눈이 추가로 쌓일 전망이다.
이번 눈으로 11월 역대 최고 적설 기록이 전국 곳곳에서 경신될 전망이다. 이미 기록을 경신한 서울 외에도 적설이 10㎝ 이상 기록된 관측소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와 해안가, 도서 지역 등을 제외한 내륙 지역은 대부분 11월 하루 최고 적설 기록이 10㎝ 내외거나 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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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년보다 2도 높은 해수 온도…눈구름에 수증기 공급
11월에 이례적으로 많은 눈이 쏟아진 건 뜨거운 바다, 차가운 공기, 강풍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상청은 높은 해기차(해수면 온도와 기온 차이)로 많은 강수(비 또는 눈)를 동반한 비구름이 형성된 데다, 밤사이 지표면 기온도 급격히 떨어지면서 비가 아닌 눈이 많이 내려 쌓인 것으로 분석했다.
기록적인 첫 눈이 내린 2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횡단보도 신호등이 기울어져 있다. 이 사고는 밤새 내린 폭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부러진 가로수가 신호등과 연결된 전선줄을 끌어당겨 발생했으며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뉴스1 |
공상민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영하 40도 이하의 절리 저기압이 한반도 위에서 회전하면서 한기가 내려왔고, 찬 공기가 평년보다 따뜻한 서해로 내려앉으면서 눈구름이 발달했다"며 "이런 해기차에 의한 구름대는 11월에 많이 생기는데, 서해가 평년보다 따뜻해 수증기가 활발하게 공급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 주변 해수 온도는 15~20도 사이로 평년보다 2도가량 높은 반면, 북쪽에서 내려온 공기는 영하 40도 이하로 매우 낮다. 공 분석관은 "지금 쌓여있는 눈은 슬러시처럼 잘 무너지는데, 많은 물을 포함한 습설이기 때문"이라며 "습설은 보통 눈보다 무겁기 때문에, 시설물이 무너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26일부터 전국에 불고 있는 강풍도 '역대급 눈'이 내리게 한 요인이다. 장은철 공주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어제 전국을 덮은 강한 수준의 저기압이 빠져나가고 그 뒤로 바람이 강해졌는데, 이 강풍이 육지로 들어온 눈구름을 폭발적으로 강화시켰다"고 분석했다.
기상청은 26일 한반도를 통과한 저기압 뒤로 27일 또 다른 저기압이 바짝 붙은 채 한반도에 진입하며 강풍이 불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경기도 서해안, 충청권, 전라권, 경상권 서해안, 제주도에는 강풍 특보를 발효됐다. 특히 전라권 서해안 지역 대부분에는 강풍경보가 내려질 정도로 태풍급 강풍이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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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폭설, 겨울철 뉴노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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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기상은 여러 조건이 맞아 떨어질 때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눈은 기후변화로 인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겨울철 강수량의 예고편이라는 시각도 있다.
북극 빙하가 녹으면서 극지의 찬 공기가 남하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한편 겨울철 우리나라 주변 해수 온도는 평년보다 높다 보니 서해에서 이번처럼 강력한 구름이 자주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극지 전문가인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학과 교수는 “북극의 기후변화가 컴퓨터 시뮬레이션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북극 한기를 가두는) 제트기류가 중위도까지 내려와 추운 공기가 겨울철에 내려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한반도의 겨울은 북쪽의 찬 공기와 적도부터 올라오는 더운 공기가 만나는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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