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Inside Out] 새 행장 후보군 6명도 절반씩 짜여
인사때 소외… ‘계파 문화’ 뿌리깊어
공적자금 받으며 ‘외부 줄대기’ 만연
행장 누가 되든 반목 불거질 가능성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용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우리금융지주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자추위)가 이번 주 우리은행장 단일 후보를 발표할 것으로 점쳐진다. 우리은행 내부의 상업은행-한일은행 경쟁 구도가 아직도 뿌리 깊은 가운데 이번 행장 후보군 6명도 3명은 상업은행, 3명은 한일은행 출신으로 짜였다. 자추위가 후보군도 반반씩 ‘기계적 균형’을 맞춰야 할 정도로 분파적 조직 문화가 아직도 심각하다는 것을 방증한 것이다.
● 합병 후 25년째 라인 갈등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1999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대등 합병한 이후 우리은행에서는 두 은행 출신 사이의 계파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합병 후 약 10년 동안은 관료나 민간기업 등 외부 출신들이 주로 수뇌부를 꾸렸지만, 이후에는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이 번갈아 행장을 맡고 임원도 양쪽 출신을 거의 동수(同數)로 구성하며 갈등을 인위적으로 봉합해 왔다. 상업은행 출신이 행장이 되면 수석부행장을 한일 출신이 맡고, 한일 출신이 행장이 되면 상업 출신이 2인자 자리를 맡는 식이었다. 심지어 한일 출신인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은 “내 영문 머리글자가 ‘CH’라면서 상업(C)과 한일(H)이 들어가 있는 만큼 조직 화합의 적임자”라고 자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1년부터 이순우, 이광구 행장 등 상업 출신이 연달아 행장을 맡으며 이런 기계적 균형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한일 출신들이 소외당하고 있다는 불만이 내부적으로 커진 것이다. 그러다가 막상 한일 출신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이 취임한 이후에는 또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며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합병 이전에 입사한 직원들이 모두 정년을 맞아 퇴사하기 전까지는 이런 식의 갈등이 계속될 것”이라는 비관도 나온다.
● 새 행장 발표 앞두고 또 긴장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우리뿐 아니라 KB, 신한, 하나 등 4대 금융지주는 모두 인수합병(M&A)으로 커 왔다. 이 가운데 유독 우리금융만 분파적 조직 문화가 남아 있는 이유로는 정부 등 외부 입김이 꼽힌다. 우리금융은 1998년 공적자금을 받은 이후 26년 만인 올해 3월에야 비로소 정부 보유 지분 모두를 털어냈다.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금융당국, 예금보험공사, 감사원 등의 온갖 감시를 받다 보니 직원들의 외부 ‘줄 대기’ 문화가 자연스레 형성됐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지주 출범 초창기부터 회장 자리는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로 채워지니 내부에 충성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라며 “직원들이 은행원으로서의 실력을 키우며 본업에 집중하기보다는 줄 대기, 파벌 간 권력투쟁에 익숙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상대 은행을 흡수 합병해 탄생한 신한은행(조흥은행과 합병), 하나은행(외환은행과 합병)과 달리 우리은행의 경우 한일-상업은행이 대등 합병을 했다는 점에서 파워가 엇비슷한 세력끼리 파벌 싸움이 더 길게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은행 내부 갈등을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지는 의견이 엇갈린다. 당장 새 행장이 발표되면 상업-한일 어느 쪽이든 간에 또다시 계파 간의 반목이 불거질 수 있어 은행 안팎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우리금융의 한 전직 임원은 “우리은행의 위기는 실적을 무시하고 출신과 파벌을 위주로 인사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합병한 지도 25년이 흘렀기 때문에 기계적 안배보다는 실력 위주의 인사 평가 시스템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출신 안배가 당분간은 ‘필요악’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또 다른 전직 임원은 “상업과 한일 어느 한쪽이 우위를 잡으면 다시 내부적으로 서로 갈등 양상이 커져 은행 조직이 망가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