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후 7시쯤 서울시 금천구 시흥동 한 삼거리 일대에서 A군(13)이 마을버스에 치여 숨졌다. 사진 독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강군은 지난 24일 오후 7시 15분쯤 서울 금천구 시흥동 한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던 마을버스와 충돌했다. 심정지 상태였던 강군은 곧바로 고대 구로병원에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해당 지역은 초등학교 인근 이면도로로 시속 30㎞ 속도 제한 구역이지만 학교 출입문으로부터 300m 이내의 어린이 보호구역은 아니었다.
속도 제한이 있는 도로였음에도 사고가 난 데엔 불법주차 돼있던 차량에 강군의 시야가 가려졌던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거리를 비추는 폐쇄회로(CC)TV 영상에 따르면 상가 앞, 폭 7m 이내 편도 1차선 도로에 차량 두 대가 불법주차 돼 있었다. 상가에서 친구를 따라 나온 강군은 자전거를 끌고 이 사이로 빠져나오다가 비보호 좌회전 신호를 받고 들어오는 버스와 부딪혔다. 경찰은 “강군이 불법주차 차량 사이로 나오다가 도로에 진입하는 버스를 놓친 것 같다”고 말했다.
아버지 강씨는 “주차된 차량이 없었다면 버스를 보고 피하거나 차라리 넘어지지 않았겠냐”며 “이 동네에 10년 넘게 살았는데 삼거리는 늘 불법 주정차가 많아 불안한 길이었다”고 말했다.
27일 오전 11시 사흘 전 사고 현장. 불법주정차 되어 있는 트럭이 보도 시야를 막고 있다. 전율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사고가 난 지 사흘 만인 이날 오전 11시 사고 현장을 다시 방문했을 때도 불법 주정차 문제는 여전했다. 사고가 난 자리에는 흰색 트럭이 운전석을 비운 채 서 있었고, 비보호 좌회전 신호를 받고 도로에 진입하는 차들은 트럭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지나갔다. 트럭 옆 보도를 사이에 둔 상가 주차장은 만차였는데, 행인들은 눈 쌓인 폭 1.7m의 좁은 보도에서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조심조심 걷는 모습이었다.
삼거리 인근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이모씨(30대)는 “근처에 식당가와 시장이 있어서 불법 주정차는 많은데 도로는 갑자기 좁아져서 원래도 위험했다”며 “교통사고를 같은 곳에서만 수차례 목격했다”고 말했다. 인근 철물점 가게 주인은 “도로에 주차된 차를 피하다가 마주 오는 차와도 부딪힌다”며 “잊을 만하면 사고가 나는 곳”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은 지난해 이 시흥동 삼거리를 ‘보행자사고 다발지역’으로 지정했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이 부근에서만 9건의 보행자 사고가 발생했고, 피해자는 모두 중상을 입었다.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시흥동 삼거리 부근에서 2021~2023년 9건의 보행자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사진 홈페이지 캡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고질적 문제인 불법 주정차와 관련해 금천구청은 “단속이 필요하지만 일일이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고가 난 구역은 횡단보도로부터 10m 이내에 있어 도로교통법상 ‘절대주정차 금지구역’에 해당해 주말 및 공휴일에도 주정차 위반 단속을 시행해야 한다. 금천구청 관계자는 “한 팀에서 들어오는 민원 위주로 근무하고 있어 절대금지구역이라 하더라도 모든 구역을 단속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불법 주정차가 시야를 가려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처벌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제호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안전신문고를 통해 불법주정차 신고를 해봤자 과태료는 4만원밖에 안 나온다”며 “민간 기관에 위탁해 상시 주차 단속을 하고 과태료를 세게 물리는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선 불법주정차에 운전자들도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뜩이나 보도가 매우 좁은 도로였는데 불법주정차에 가려 공간이 더 부족해졌다”며 “차도를 좁히고 보도는 넓혀 자전거와 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게 하고, 불법주정차 단속 카메라를 상시 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수민·전율 기자 lee.sumin1@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