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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르시안] 지난해 3월 대구에서 추락한 17세 환자를 수용 거부한 병원에 대해서 응급의료법 위반이 적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해당 판결로 인해 오히려 환자 수용 거부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법원의 판결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가 아닌 응급센터에 최종치료를 요구하는 정부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서울행정법원 12부(부장판사 강재원)은 대구가톨릭대병원을 설립·운영하는 학교법인 선목학원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앞서 지난해 3월 대구의 한 4층 건물에서 추락해 머리와 다리 등을 다친 17세 환자가 발생하자, 출동한 119구급대는 지역 병원 2곳에서 수용 거부를 당한 뒤 대구가톨릭대병원에 연락했다.
당시 대구가톨릭대병원 측은 신경외과 의료진이 없다는 이유로 수용을 거부했고,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던 과정에서 환자는 심정지가 왔다. 결국, 이 환자는 다른 병원에서 심장박동 회복을 위한 처치 중 사망했다.
보건복지부는 대구가톨릭대병원 등 병원 4곳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의료를 거부 또는 기피할 수 없다'는 응급의료법을 위반했다고 판단, 시정명령과 6개월 보조금 지급 중단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구가톨릭대병원 측이 복지부 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를 제기했지만, 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를 두고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현재 응급의료 정책을 볼 때 해당 판결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입장이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지난 27일 라포르시안과의 통화에서 "법원의 판결은 팩트만 가지고 볼 때 틀린 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지정을 받을 때 중증 환자를 어떻게 보겠다는 내용의 운영 계획서를 제출하고 복지부가 이를 검토 후 승인한다. 결국 복지부 입장에서는 병원이 중증 환자를 보겠다고 하고서 실제로는 진료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이형민 회장의 설명이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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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민 회장은 "조금만 더 들어가서 생각해보면 (중증 환자 진료를)할 수 없는데 하겠다고 거짓말을 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어떻게 중증 환자를 다 볼 수 있겠나. 애초부터 할 수 없는데도 할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해서 승인한 것이다. 병원도 문제고 승인해준 복지부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권역응급의료센터 승인과정에서 복지부가 실사를 하지만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어떻게 확인을 할 수 있겠나"라며 "그런 과정을 통해서 정부는 응급의료 체계를 잘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선전할 수 있고, 병원의 입장에서는 지원금과 가산 수가 등의 금전적인 이익을 받게 된다.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최종 치료의 책임을 지는 것이 맞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응급실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응급 처치이다. 대구 환자에겐 신경외과적·정형외과적 수술이 필요했다"며 "그런데 판결은 당시 정형외과적·신경외과적 수술이 불가능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자문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라도 환자를 받았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로 응급센터에서 환자 수용 거부가 늘어날 수 있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은 "응급의학과의사회 회원들은 이번 판결을 두고 개인이 아닌 병원이 처벌받은 것이라 그나마 다행이라는 입장을 보이고는 있지만,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면 최종 치료가 안 되고 일단 환자를 받으라는 내용"이라며 "이 판결의 여파가 앞으로 계속 남아 있을 것이고, 인용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판결 이후 병원에서는 (여건이 안 되도)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중증 응급환자를 받으라고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지만, 현장의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거절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며 "이런 점을 생각하면 무척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선 응급실에서 최종치료를 분리해야 한다는 것. 최종 치료와 응급 치료가 분리되지 않으면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데, 정부는 모든 책임을 응급의료센터에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형민 회장은 "정부의 응급의료 발전 계획이나 필수의료 대책을 보면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중증 환자의 최종 치료를, 응급의료기관은 경증 응급환자의 최종 치료를 담당한다고 돼 있다"며 "중증 환자의 최종 치료가 왜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역할인가.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중증 응급환자의 응급처치를 담당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증 응급환자의 최종 치료가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가. 이를 모르는 사람들이 정부의 많다보니 이런 문제가 생긴다"며 "경증 환자의 최종 치료도, 중증 환자의 최종 치료도 어렵다. 그리고 그것은 응급센터의 역할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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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료진이 법적 리스크에 위축되지 않고 역할을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도 촉구했다.
이 회장은 "미국에는 EMTALA(Emergency Medical Treatment and Labor Act) 및 COBRA(Consolidated Omnibus Budget Reconciliation Act)와 같은 응급의료 관련 가이드라인이 있다"며 "쉽게 말해 응급환자에게 어떤 조치를 취하라는 것으로, 응급의료진이 해당 가이드라인에 따라 응급처치를 할 경우 법적으로 면책이 된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수만 페이지에 이르고 케이스마다 정리가 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응급실에서 일하는 의료진의 입장에서 환자를 받았을 때, 설령 그 환자의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가이드라인에 명시된 의료행위를 할 경우 최소한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라며 "국내에는 그런 가이드라인이 없다. 응급실에서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환자가 사망하면 의료진이 책임을 진다. 환자를 살리기 위한 의료행위가 정상 참작의 이유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책임의 근거가 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러니까 아예 처음부터 환자를 받지 않는 것이 제일 합리적인 해결책이 돼 버린 것이다"라며 "대구의 장중첩 사건만 하더라도 진단을 받고 난 이후 할 수 있는 것은 시술이나 수술인데, 그것은 응급처치가 아니다. 장중첩을 진단하는 것까지가 응급실의 일이라고 한다면 장중첩을 치료하는 최종 치료는 응급실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응급의학과에서 응급치료와 최종치료가 분리되지 않으면 수십 년이 지나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라며 "하지만 정부는 최종 치료를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최전선에 있는 만만한 응급실에 책임지라고 압력을 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나 여야의정협의체에서 논의해야 할 사안이 이런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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