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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트럼프 ‘관세폭탄 위협’ 부른 이것... 재작년 미국인 11만명 목숨 앗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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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 2017년 중국 베이징에서 만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로이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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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 당일인 내년 1월 20일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를 물리고, 중국에 대해선 10% 추가 관세를 붙이겠다고 밝히면서 중국산 마약 유입을 명분 중 하나로 내세웠다.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문제가 그만큼 미국 사회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마약단속국에 따르면 펜타닐 과다복용으로 2022년에만 미국인 약 10만 7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며 18∼49세의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했다. 펜타닐은 마약성 진통제 일종으로 아편을 정제한 몰핀과 합성해 만드는 헤로인보다 50배, 모르핀보다 100배 강력하다.

미국 정부는 펜타닐이 약 10년 전부터 중국에서 국제우편 등을 통해 미국으로 유입됐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근원지로 지목되자 중국 기업들은 펜타닐 주원료를 멕시코 마약 조직에 공급하고 멕시코가 이를 재가공해 미국으로 유통한다는 게 미국 정부의 판단이다. 펜타닐 유통 경로는 다변화됐지만 미국 정부는 여전히 중국이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수년간 중국을 압박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첫 임기 때인 지난 2017년 10월 오피오이드(아편성 진통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이듬해 12월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펜타닐 규제 강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미국의 관세 압박에 시 주석은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요구를 수용하며 펜타닐을 규제 약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백악관이 밝힌 ‘규제’란 미국으로 펜타닐을 판매하는 사람을 중국에서 법정 최고형에 처한다는 뜻이었다. 중국은 2019년 5월부터 모든 형태의 펜타닐을 금지했고 그해 미국과 중국 수사당국은 펜타닐 밀매업자에 대한 공동 수사를 벌여 유죄 판결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마약제조업체들이 멕시코 마약 조직에 펜타닐 주원료를 판매해 우회유통하기 시작했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정부가 여전히 자국 내 마약 관련 업체들을 제대로 단속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중국을 향한 압박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이후 중국은 모든 협상 채널을 닫았다. 또 미국 영공에서 발견된 중국의 ‘정찰 풍선’ 사태와 양국 군사 대화 채널 단절 등으로 미중 관계가 계속 악화돼 갔다.

그나마 상황이 나아진 건 지난해 11월의 일이다.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의 미국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 때 중국은 중국에서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유입되는 펜타닐을 막기 위해 펜타닐 원재료를 제조하는 마약제조업체를 직접 단속하기로 합의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6월 펜타닐 원료에 대한 단속 캠페인을 벌였다. 미국 정보기관 제보에 따라 멕시코 마약 카르텔을 위해 일한 것으로 추정되는 자금세탁범을 체포하기도 했다. 8월엔 3가지 펜타닐 원료에 대한 통제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또 다시 펜타닐 카드를 꺼낸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5일 중국에 관세 10%를 추가하겠다고 발표하며 “중국 대표들은 미국에 마약을 보내다가 잡힌 모든 마약상에게 최고형인 사형에 처하겠다고 나한테 말했지만 안타깝게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은 곧바로 “중국과 미국은 광범위하고 심층적인 마약 금지 협력을 수행해 괄목할 성과를 거뒀다”고 반박했다. 바이든 행정부와 협력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중국 외교부 마오닝 대변인은 “중국은 평등과 상호 이익, 상호 존중을 기반으로 미국과 마약 금지 협력을 계속하길 희망한다”며 “미국은 중국의 선의를 소중히 여기고 중국과 마약 금지 협력으로 어렵게 얻은 좋은 국면을 유지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6일 “중국이 오랫동안 미국 정부의 정책을 탓하며 미국의 펜타닐 위기에 대한 책임을 피했다”면서 “중국은 또 19세기 영국의 착취적인 아편 교역을 지목하며 중국을 마약의 피해자로 묘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을 강력하게 압박하기 위해 관세를 꺼내 들었다고 보지만, 오히려 중국의 협력을 얻기 힘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7일 “무역 전쟁 재개는 가장 생산적인 외교 채널 중 하나(중국)를 폐쇄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했다.

[최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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