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붕괴·대규모정전·다중추돌까지…도로 통제·열차 지연에 출근길 대란
도내 학교 4곳 중 1곳은 휴업…112·119 신고 폭주 "비긴급 신고는 110"
적설량 용인백암 47.5㎜ 최대…12년만에 대설 대처 '비상 3단계' 가동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구조물과 나무가 넘어지는 사고가 잇달았고, 결빙으로 인해 교통사고가 곳곳에서 발생했다.
도로가 통제되고 열차가 지연되면서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의 불편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무너진 철제 그물 |
◇ 제설작업 중 사망사고 잇달아
28일 오전 5시께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의 단독주택에서 집 앞의 눈을 치우던 60대 남성이 쓰러지는 나무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났다.
사고는 제설 작업을 하던 이 남성의 머리 위로 눈이 쌓인 나무가 갑자기 넘어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오전 8시 40분께 양평군 옥천면의 농가 내 천막형 차고에서 제설 중 붕괴가 일어나 1명이 사망했다.
28일 오전 11시 59분 안성시 서운면의 자동차부품 제조공장에서는 눈 쌓인 캐노피가 붕괴해 이 밑을 지나던 70대 직원 1명이 사망했다.
또 27일 화성시 매송면 비봉매송 도시고속화도로 비봉 방향 샘내 IC 인근 도로에서 광역버스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차 사고 현장의 교통을 통제 중이던 도로 운영사 직원을 치어 숨지게 하는 사고가 났다.
양평서 제설작업 중 무너진 농가 차고지 |
◇ 여기저기서 붕괴·정전·교통사고…관련 신고 폭주
28일 낮 12시 5분께 안양시 동안구 농수산물시장의 지붕이 붕괴하는 사고로 1명이 다쳤다.
또 오전 9시 56분 안산시 단원구의 금속 가공공장에서는 천막으로 된 가설 건축물이 무너져 제설작업을 하던 1명이 부상했고, 오전 11시 49분에는 안성시 미양면 택배 물류센터의 가건물이 붕괴해 6명이 다쳤다.
SKC 공장 창고 붕괴 |
또 오전 6시 38분 수원시 장안구 SKC 공장 내 인테리어 필름 보관 창고가 쌓인 눈 때문에 무너졌다.
전날 밤에는 평택, 수원, 시흥 등지의 아파트에서 지하주차장 진입 통로가 무너졌다.
취약 구조물인 주거용 비닐하우스 붕괴도 곳곳에서 잇따르면서 다수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지하주차장 입구 무너진 수원의 아파트 |
정전 사고도 이어져 화성시 봉담읍 내리, 서신면 홍범리 일대가 각각 정전됐고, 용인시 기흥구 서천동의 아파트 2곳에서도 정전이 발생해 1천200여 세대가 불편을 겪었다.
내린 눈이 얼어붙으면서 빙판이 형성된 탓에 교통사고도 이어졌다.
28일 0시께 의왕시 봉담과천간 도로 봉담 방향 과천터널 인근에서 차량이 미끄러지며 8중 추돌사고가 발생, 2명이 다쳤다.
전날 밤에는 용인서울고속도로 광교상현IC 부근에서 7중 추돌사고가 났고, 평택시흥고속도로 송산포도휴게소에서는 대형 트레일러가 눈길에 멈춰서면서 차량 여러 대가 장시간 갇히는 일도 있었다.
112와 119에는 전날 오후부터 이날 오전까지 총 2천 건이 넘는 폭설 관련 신고가 들어왔다.
경기도는 신고가 폭주하고 있다며 비긴급 신고의 경우 110번을 이용해 달라는 안전 안내문자를 발송했다.
아파트서 눈 치우는 주민들 |
◇ 출근길 대란…도로 통제되고 전철 운행도 차질
이틀간 누적 적설량이 많게는 40㎝ 이상을 기록하면서, 그야말로 출근 대란이 빚어졌다.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출근길에 나선 주민들이 무릎까지 쌓인 눈을 치우느라 진땀을 빼는 모습이었다.
아파트 주민 방모(38)씨는 "운전을 잘하는 일부 주민은 차량을 빼내는 데 성공했지만, 대부분 눈을 치우다 결국엔 차를 끌고 가기를 포기했다"며 "나 역시 회사에 연락해 연차휴가를 냈다"고 전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수원 광교신도시에서 스키를 타고 출근하는 사람을 봤다는 목격담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스키타고 출근하는 시민 |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 역시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도로 곳곳이 마비되면서 광역버스의 도착시간 역시 지연됐기 때문이다.
28일 오후 1시 기준 경기남부 지역에서 통제 중인 도로 구간은 성남수정 남한산성로(광주→성남) 2.5㎞, 성남중원 이배재고개 양방향 1.6㎞, 평택 장당고가(고덕→서창) 2.5㎞, 의왕 오메기고개 양방향 1.8㎞, 화성광주선 도척 IC 부근 등 5개소이다.
폭설에 붐비는 지하철 9호선 |
전철 운행 역시 차질을 빚었다.
코레일에 따르면 폭설로 인해 수인분당선 전동 열차 차고지와 열차 등에 많은 눈이 쌓여 해당 노선 양방향 열차가 이른 아침부터 길게는 20분 이상 지연되면서 주요 역이 북새통을 이뤘다.
◇ 도내 학교 4곳 중 1곳 휴업…학부모는 '발동동'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11시 25분 기준 유치원 634곳, 초등학교 337곳, 중학교 107곳, 고등학교 95곳, 특수학교 1곳 등 1천174곳이 휴업했다.
이는 전체 학교 4천520곳의 26%에 해당한다.
도 교육청은 이날 오전 7시 30분 휴업을 적극 검토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하달했으나, 일각에서는 전날 기록적 폭설이 내린 가운데 휴업 권고 공문 시행이 늦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수원의 학부모는 "아이를 차에 태워 평소보다 일찍 나왔는데, 갑자기 휴업한다고 해서 힘이 빠졌다"고 했다.
화성 동탄에서 유치원생 자녀 둘을 키우는 30대는 "유치원이 휴업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며 "결국 아이 둘을 데리고 직장에 나왔다"고 하소연했다.
눈길 걷는 시민들 |
◇ 대부분 지역 대설특보…재해대책본부 '비상 3단계' 가동
기상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 기준 적설량은 용인 백암 47.5㎝, 수원 43.0㎝, 군포 금정 42.4㎝, 안양 만안 40.7㎝ 등이다.
수원은 11월뿐 아니라 겨울을 통틀어 1964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지금이 가장 많은 눈이 쌓였다. 수원은 전날 이미 30㎝가량 눈이 쌓인 상태에서 밤사이 눈이 더 쏟아지면서 적설이 40㎝를 넘겼다.
경기도 전역에 발효했던 대설특보는 현재 모두 해제됐다.
기상청은 경기남부의 경우 오후 6시부터 자정 사이에, 북부의 경우 정오부터 오후 6시 사이에 눈이 완전히 그칠 것으로 예보했다.
폭설 '출근길' |
경기도는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대응 단계를 2단계에서 3단계로 격상해 대응하고 있다.
대설 대처와 관련한 비상 3단계 가동은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비상 3단계는 근무 인원이 비상 2단계 25명에서 32명으로 확대되며 31개 시군에서도 1천376명이 상황 대응에 나선다.
제설작업에는 차량 2천129대, 기타 장비 7천633대, 인력 2만6천777명을 투입했다.
경기도는 취약구조물 거주자를 대피시키고, 위험지역에 대한 예찰 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재난문자 발송 등의 홍보활동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출근 시간 도로정체 및 교통사고에 대비해 사전 제설 작업을 하고 재난문자를 추가 발송할 것"이라며 "기상상황 모니터링 및 취약지역 중심 제설을 지속하겠다"고 했다.
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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