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파·미국 우선주의자 켈로그 “종전 협상 시급”
우크라 지원 잔액도 트럼프 손으로…지렛대 되나
시간 쫓기는 바이든 정부 “우크라 징집 나이 낮춰야”
키스 켈로그 전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이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로 지명됐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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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에 장군 출신 키스 켈로그 전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80)을 지명했다. 강경한 ‘미국 우선주의자’로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 견해를 밝혀온 켈로그 지명자는 트럼프 당선인이 추진하는 종전 과정에서 협상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성명에서 “키스 켈로그 장군을 대통령 보좌관 겸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로 지명하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라며 “우리는 함께 ‘힘을 통한 평화’를 이루고 미국과 세계를 다시 안전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켈로그 지명자는 베트남전쟁 참전용사 출신의 퇴역 육군 중장으로, 트럼프 집권 1기 때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총장을 지냈다. 고위 장성 출신 중에 드물게 ‘트럼프 충성파’로 분류되는 그는 친트럼프 싱크탱크인 미국우선주의연구소(AFPI) 미국 안보센터장도 맡았다. 이번 대선에선 트럼프 캠프의 정책 고문을 담당하며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계획 초안을 작성해왔다.
트럼프 당선인이 신설한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로 켈로그 지명자를 발탁한 것은 전쟁을 신속하게 끝내겠다는 구상을 실행에 옮기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켈로그 지명자는 우크라이나 지원이 미국에 큰 재정적 부담이 된다는 이유 등을 들어 종전 협상이 시급하다고 주장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1기 집권 시절 키스 켈로그 당시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과 악수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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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로그 지명자가 지난 4월 공동 집필한 보고서에는 “앞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은 (지원 조건으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평화 협상에 참여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영토를 전부 돌려받지 못하는 협상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지만, ‘사람이 그만 죽길 바란다’는 트럼프의 말과 우리의 견해가 같다” 등 내용이 담겼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침공당한 영토를 돌려받지 못하더라도 평화 협정 체결을 강요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당선 시 24시간 내 종전’을 공언해왔지만 어떻게 전쟁을 끝낼지는 한 번도 밝힌 적이 없다. 다만 종전을 위해 현재 전선 기준으로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를 내주는 방안을 밀어붙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우크라이나는 조금 포기했어야 한다”는 등 장기화하는 전쟁의 책임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트럼프식’ 종전 구상을 실행할 인물이 켈로그 지명자로 확정되면서 트럼프 집권 2기에선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평화 협상과 연계되는 동시에 중단될 수 있다는 전망에 더욱 힘이 실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조 바이든 행정부가 올해 배정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예산 65억달러(약 9조700억원)을 집행하지 못했으며, 이를 어떻게 사용할지는 트럼프 당선인 손에 달려있다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해 9월21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만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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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바이든 정부는 내년 1월 트럼프 당선인 취임 전까지 우크라이나 지원에 배정된 금액을 모두 소진하겠다는 방침이었다. 매달 5억~7억5000만달러 규모의 무기 패키지를 우크라이나로 이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무기 재고 확충과 이전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WSJ은 “트럼프가 남은 지원금으로 무엇을 할지는 전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평화 협상과 연계해 무기 선적을 중단하는 등 상당한 레버리지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 1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젤렌스키 대통령 영상과 함께 “용돈을 잃기까지 38일 남았다”는 글을 올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자마자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끊겠다고 시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 취임이 다가올수록 촉박해지는 바이든 행정부는 무기 지원에 최대한 힘 쓰는 동시에 우크라이나에 징집 나이를 낮출 것을 촉구하고 있다. AP통신은 익명의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바이든 정부가 우크라이나의 징집 나이를 현재 25세에서 18세로 낮춰 병력을 신속히 확충할 것을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 집권 전에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 전선 등에서 거세진 러시아군에 맞서려면 당장 시급한 건 병력이란 판단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측은 오히려 서방의 무기 지원이 제때 이뤄지는 게 우선이라며 징병 확대 요구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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