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수익률 2% 그쳐…"물가상승률 고려하면 사실상 손실"
벤처업계 "연기금 벤처투자 수익률 9% 달해…우량 투자처"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퇴직연금의 벤처펀드 출자를 위한 쟁점과 과제 정책토론회'에서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11.28/ⓒ 뉴스1 이정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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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지난해 말 기준 382조 원에 달하는 퇴직연금의 낮은 수익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벤처투자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 가능성 및 실효성을 따져보는 토론회가 28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퇴직연금의 낮은 수익률과 벤처투자의 유한책임투자자(LP) 부족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 것인데, 퇴직연금을 담당하는 고용노동부는 노후 소득 보장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최근 벤처캐피탈 업계는 지난 10년간 장기 수익률이 약 2% 수준인 퇴직연금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벤처투자로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벤처투자는 손실 위험이 높다는 일반적인 우려와 달리 최근 10년간 연기금·공제회·모태펀드 등이 출자한 청산조합의 수익률이 9%를 상회한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는 382조 원 규모의 퇴직연금이 벤처투자 시장으로 유입될 경우, 투자 혹한기를 겪고 있는 벤처 시장이 활기를 찾을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이를 위해 업계는 현재 예·적금, 보험, 상장사 주식 등으로 투자를 제한하고 있는 퇴직급여법(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시행령 등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발표를 하고 있다. 2024.11.28 / ⓒ 뉴스1 이정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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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자산구조 비합리적"…현금 보유만 87%
이날 발표를 진행한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퇴직연금의 낮은 수익률과 비합리적인 자산구성 비율을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의 10년 평균 장기 수익률은 전체 약 2% 수준이다. 10년간 가파르게 오른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손실을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더욱이 원리금보장상품의 2018년 수익률은 3.07%에서 2.01%, 같은 기간 실적배당상품은 4.8%에서 2.75%로 감소하면서 수익률은 줄고 있다.
남 연구위원은 퇴직연금이 투자하고 있는 자산 구조에 대해서도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퇴직연금은 △현금 87% △채권 9% △주식 4%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는 △주식 50% △채권 40% △대체투자 10%로 투자하는 일반적인 연금 운용 방식과 크게 다르다.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안전한 원금 보장을 추구하기 때문에 현금 자산의 비중이 높은 것인데 사실상 투자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막대한 자본이 묶여있다고도 볼 수 있다.
남 연구위원은 이와 같은 퇴직연금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고 자산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최근 제도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공모형 사모펀드 중 벤처펀드에 집중한 사모펀드에 재간접 방식으로 투자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퇴직연금의 벤처펀드 출자를 위한 쟁점과 과제'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2024.11.28 / ⓒ 뉴스1 이정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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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탈 수익률 좋아요"…고용노동부는 '신중 모드'
벤처캐피탈 업계는 세간의 우려와 반대로 벤처투자의 수익률이 높다는 사실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승운 스톤브릿지벤처스 대표는 "우리 회사는 지난 8년간 8개 벤처펀드를 청산해 투자 원금 2537억 원을 5286억 원, 즉 2.6배로 돌려드렸다"며 "현재 기금과 공제회의 출자 비중이 25%인데 벤처캐피탈이 위험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고 인정해 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은 "퇴직연금이 벤처투자 시장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며 급여 소득자들이 자기 의사에 따라 투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퇴직연금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고용노동부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부경 고용노동부 퇴직연금복지과장은 "퇴직연금의 투자 자산이 현금에 몰려 있는 것은 개인의 합리적인 선택과 퇴직연금을 운용자산이 아닌 임금의 영역으로 인식하는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퇴직연금 규모가 커지면서 금융시장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역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지만 안전하게 노후 소득을 보장하는 본연의 목적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며 "노사와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에 대해 고민을 같이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lee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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