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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어린이도 ‘어른이’도 즐기는 부산국제아동도서전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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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아동도서전 행사장 모습. 어른과 어린이가 한 데 모여 그림책을 고르고 있다. 부산국제아동도서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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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쪽!”



28일 오전 부산시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 영화 ‘겨울왕국’ 속 주인공 엘사공주처럼 은색 왕관에 파란색 망토를 두른 한 어린이가 엄마의 손을 이끌었다. 올해 처음 열리는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을 찾은 관람객이다. 어머니 ㅈ아무개(37)씨는 “부산에서 이수지 작가를 만날 수 있다는 홍보글을 소셜미디어(SNS)에서 접하고 유치원도 빼먹고 왔다”며 “코스튬 입고 온 어린이에게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바우처를 준다기에 엘사공주 옷을 입혔다”고 했다. 이날 행사장 곳곳에서는 슈퍼마리오, 유니콘, 한복 등 다양한 차림으로 행사장을 찾은 어린이들이 눈에 띄었다.



제1회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이 이날 오전 10시 개막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부산시가 후원하는 이 행사는 다음달 1일까지 나흘간 진행된다. 16개국 193곳 출판사(국내 136, 국외 57개)가 참가해 도서 전시, 강연, 세미나, 워크숍 등 150여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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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부산국제아동도서전 개막식에서 관람객들이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부산국제아동도서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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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개막식에는 윤철호 출협 회장, 용호성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이준수 부산시 행정부시장 등이 참석했다. 윤철호 출협 회장은 “이번 도서전이 출판인, 작가, 어린이와 어른이 교류하는 장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용호성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은 “국외 저작권 수출의 3분의 1 가까이가 아동 도서”라며 “앞으로 아동도서전하면 부산을 떠올릴 수 있도록 정부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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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호성(왼쪽 두번째)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과 윤철호 출협 회장(왼쪽 세번째)이 똥 모양 탈을 쓰고 어린아이처럼 웃고 있다. 부산국제아동도서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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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발을 뗀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이 60년 역사를 자랑하는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과의 차별점으로 내세우는 것은 ‘어린이의 참여’다. 저작권 관련 프로그램 위주인 볼로냐와 달리,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은 어린이 관람객이 현장에서 즐길만한 다채로운 체험 행사들을 마련했다. ‘웅진주니어’는 어린이 키에 맞춘 낮은 책상을 비치해 어린이가 크리스마스 엽서를 꾸밀 수 있도록 했고, ‘미래아이’는 아이들의 ‘웃음버튼’ 방귀를 소재로 포토존을 구성했다. 반디기독학교 5학년 정서윤(11)양은 “5∼6학년 단체로 관람왔다”며 “평소에는 글자책을 주로 읽는데, 여기에서는 만화책을 마음껏 볼 수 있어 신난다”고 했다. 타이완 출판사 부스에서 만난 장수란(61) 부산 화교소학교장은 “아이들의 (모국어인) 타이완 책들을 접할 기회가 흔치 않아 5∼6학년을 모두 데리고 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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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사는 7살 어린이가 엘사공주 의상을 입고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을 방문했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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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어린이 독자를 직접 만날 수 있어 도서전은 출판사에도 신나는 행사다. 제주를 기반으로 독립출판사를 운영하는 벨라루스인 세르게이 차이콥스키씨는 “작은 독립출판사는 도서전 같은 행사가 아니면 출판물을 알릴 기회 자체가 드물다”고 했다. 인도네시아 아동도서 출판사 편집자인 데와 아유 스와라뜨리씨는 “한국 아동 도서는 큐알코드 등 어플리케이션과의 연계 아이디어가 돋보여 이번 행사에서 주의깊게 살펴보려 한다”고 했다.



이날 오후에는 지난 2022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이수지 작가가 ‘어린이는 모든 색’을 주제로 강연했다. 신청마감으로 미처 강연장에 들어오지 못한 성인 관람객들이 펜스 밖에 서서 강연을 들었고, 이 작가는 이들은 어린이라 불렀다.



이 작가는 강연에서 제한된 색깔만으로 주제를 표현하는 특유의 작업 방식에 대해 설명했다.



“색깔이 더 많다고 해서 더 리얼해지는 것은 아니고, 더 풍부하다고 해서 더 재밌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가장 재밌는 장난감은 물·불·흙이라고 하잖아요? 가장 기본적인 재료가 가장 재밌는 것이 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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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아동도서전을 찾은 이수지 작가. 부산국제아동도서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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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그림책의 저력에 관한 견해도 밝혔다. 이 작가는 “한국 그림책은 이제 막 피어오르는 중이다. 쉽게 말해 ‘고인물’이 없다”며 “외국에서 한국 그림책을 ‘역동적’ ‘에너지가 넘친다’고 평가하는 이유”라고 했다. 이날 강연장의 90% 이상을 채운 ‘어른이’ 독자에 대해 그는 “그림책은 어린이 ‘부터’ 보는 책”이라고 강조하면서 “어른 독자가 많아진다는 건 그림책이 그만큼 풍부한 매체라는 반증이다, 어른과 어린이가 책에 대해 함께 이야기한다면 그림책은 더 풍부해질 것”이라고 했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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