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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사설]소소위로 가는 예산, ‘밀실·짬짜미·쪽지’ 구태 벗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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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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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예산결산특위가 677조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 감액 심사 후 증액 심사에 들어갔지만 쟁점 예산들은 여야 입장차로 사실상 모두 보류됐다. 12월2일인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을 목전에 두고, 예결위는 소위원회의 소위 격인 ‘소소위’를 꾸려 보류된 예산을 최종 심의할 공산이 커졌다. 늑장·졸속·밀실 예산 심사의 구태가 올해도 되풀이되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사용 내역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대통령실·검찰·경찰·감사원 등의 특수활동비를 전액 삭감했으나, 여당은 복원을 요청해 예결위에서 심사가 보류됐다. 민주당은 정부 예비비, 공적개발원조, 대왕고래 프로젝트(동해 심해가스전), 용산어린이정원 조성 관련 예산 등도 대폭 삭감을 요구하지만, 여당이 반대하고 있다. 지역화폐, 고교 무상교육 국비 지원 예산은 야당의 증액 요청을 여당이 거부해 보류됐다. 보류된 예산은 40조원대로 추산되는데, 전례 없는 규모라고 한다.

예산안 심사는 매년 비정상이었다. 정부 예산안은 상임위 단계에서 충실하게 논의되지 않은 채 예결위에 넘겨지고, 시한이 임박하면 벼락치기 숙제하듯 소소위에서 졸속으로 마무리했다. 소소위는 예결위원장과 여야 간사, 기획재정부 간부와 국회 예결위 관계자 등 5명으로 구성되는데 법적 근거가 없다. 밀실에서 비공개로 진행되는 데다 회의록·속기록도 남기지 않는다. 감시하는 눈이 없다 보니 예산을 흥정하듯 주고받고, 국회의원 지역구 민원이 담긴 쪽지 예산이 무시로 끼어든다. 사업 타당성이 제대로 검토됐을 리 만무하다. 감사원 감사 결과 2021년부터 4년 동안 쪽지 예산으로 국고보조금 2520억원이 부당 지급된 것으로 드러났는데, 어디 이것뿐이었을까.

예산 심사는 불요불급한 돈을 바로잡고, 민생 지원에는 부족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 국민 혈세를 아무렇게나 주무르는 소소위 관행을 언제까지 묵인할 수는 없다. 여야가 소소위 형식이 필요하다면 법적 근거부터 마련해야 한다. 또 모든 회의 과정을 기록하고 공개해야 한다.

국회는 28일 야당 주도로 정부 예산안이 법정 시한을 지나도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지 않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정치적 힘겨루기만 하다 법정처리 시한을 못 지킨 책임은 여야 모두에 있고, 그 피해는 국민이 입는다. 경기 침체로 재정 역할이 중대해진 상황에서 예산안을 조속히 처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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