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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타다·로톡·직방…이번엔 ‘닥터나우’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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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스타트업 죽이기? 닥터나우 방지법에 부글부글


스타트업 업계와 직역단체가 또 충돌하고 있다.

이번에는 약사협회와 닥터나우다. 플랫폼 사업자의 의약 도매상 설립을 막는, 이른바 ‘닥터나우 방지법’을 둘러싸고 첨예한 대립을 펼친다. 약사협회는 법 발의를 환영하며 빠른 통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반면, 닥터나우를 비롯한 스타트업 업계는 ‘소비자 선택을 막고, 기업 발전을 막는 법’이라며 강한 반발의 뜻을 내비친다.

매경이코노미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상 설립 금지를 주요 골자로 한 ‘닥터나우 방지법’이 도마에 올랐다. 약사 단체는 환영의 뜻을 내비쳤지만, 스타트업 업계를 비롯한 플랫폼 측의 반발도 적잖다. 사진은 닥터나우 화면. (닥터나우 화면 갈무리)


닥터나우 방지법이 뭐길래

‘나우약국’ 서비스가 갈등 촉발

지난 11월 13일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닥터나우 방지법이라 불리는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에는 ▲환자 처방전을 약국에 전송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플랫폼을 대상으로 약국개설자의 경제적 이익 제공 금지 ▲플랫폼 사업자의 의약품 도매상 불허가 ▲환자에게 경제적 이익이나 정보를 제공해 특정 약국으로 환자를 유인하는 행위 금지 등 조항이 담겼다.

해당 법안은 플랫폼의 약국 유통 독점 문제를 막는 등 폐해를 막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플랫폼이라 표현했지만, 법안이 조준하는 업체는 한 곳이다. 바로 비대면 진료 앱 ‘닥터나우’다. 의원실에서 아예 ‘닥터나우 방지법’이라고 명명할 정도다.

그렇다면 왜 닥터나우는 정치권과 약사단체의 ‘타깃’이 됐을까. 이유는 2가지다. 의약품 도매상 ‘비진약품’ 설립, 그리고 제휴 약국 서비스인 ‘나우약국’이다.

닥터나우는 최근 의약품 유통사 ‘비진약품’을 설립했다. 동시에 비진약품의 의약품 패키지를 유통하는 약국을 ‘나우약국’으로 지정했다. 비진약품은 비대면 진료 후 처방약에 활용도가 높은 성분을 중심으로 의약품 패키지(29종)를 구성, 약국에 판매한다. 제휴 서비스에 가입하는 ‘나우약국’에 전달한 필수 의약품 패키지는 약 100만원 상당으로 구성돼 있다. 총 29개 상품명이 적힌 리스트인데 이 중 셀트리온제약 품목이 13개로 약 45%를 차지한다. 나우약국으로 선정되면 닥터나우 플랫폼에서 노출 빈도가 높아진다.

해당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닥터나우는 약사단체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했다. 의약품 유통에 직접 참여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닥터나우는 환자와 병원·약국을 연결하는 진료 중개 서비스만 제공해왔다. 그간 행보와 한층 달라진 움직임을 보이자 ‘플랫폼 종속’을 우려한 약사회가 사업 철수를 촉구했다. 일부 약사는 “비진약품 셀트리온 패키지를 구입한 약국을 더 많이 노출시켜 비대면 처방을 몰아주는 일종의 담합”이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현재 약사단체는 법안 발의에만 만족하지 않는다. 빠른 법안 통과를 촉구하며 강하게 정부와 국회를 압박 중이다.

닥터나우 측은 이런 논란이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환자들이 약이 있는 약국을 찾아다녀야 하는 이른바 ‘약국 뺑뺑이’ 등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나우약국 제휴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강조한다. 필수 의약품 패키지 구성에 대해서는 “비대면 처방 40%를 차지하는 다빈도 품목으로 구성했다”고 부연했다.

닥터나우 방지법에도 유감을 표한다. 닥터나우 측은 “ ‘의약품 공급 서비스’는 비대면 진료 후 여러 약국을 전전하고도 처방 약 수령에 실패하는 환자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서비스다. 국정감사 당시 이런 환자의 고충과 서비스 제공 취지를 성실히 설명했고, 이후 모든 제휴 약국에 ‘약품 재고 관리 시스템’을 개방하는 내용을 포함한 서비스 개선 계획을 국회에 제출하고 지속적인 보완과 우려 요소에 대한 수용 의지를 밝혀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 ‘불공정거래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정책당국 판단이 있었음에도 우려를 해소하고자 적극 소통했으나, 개선과 보완의 기회 없이 ‘닥터나우 방지법’이 발의돼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계속되는 플랫폼·직역단체 갈등

‘플랫폼 종속’ 공포 해소가 필수

직역단체와 스타트업 간 치열한 갈등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타다, 강남언니, 로톡, 삼쩜삼, 직방 등 플랫폼이 등장할 때마다 첨예한 싸움이 벌어졌다. 성형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는 대한의사협회와 갈등을 빚었고, 로톡은 대한변호사협회, 삼쩜삼은 세무사회와 대립각을 세웠다. 직방은 초창기 공인중개사협회와의 다툼으로 서비스 확장에 차질이 발생했다. 타다는 아예 ‘타다 금지법’이라는 직격탄을 맞고 일부 서비스를 중지해야만 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직역단체가 지나치게 ‘이권 챙기기’에만 몰두한다며 불만이 터져 나온다. 소비자 편의를 위한 시스템도 무작정 반대한다는 주장이다. 구태언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부의장은 “플랫폼이 제공하는 편의와 혁신의 이점에도 불구하고, 기존 직역단체들은 이를 견제 대상으로만 간주한다. 오랜 연대를 통해 기존 질서를 유지하려는 명목으로 혁신을 억제하는 조치들이 본말이 전도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직역단체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플랫폼과 직역단체 간 갈등이 가장 첨예한 분야는 의료, 법률, 세무, 부동산 감정 서비스다. 해당 서비스는 사적 영역이지만, 공공 서비스 성격도 일부 가지고 있다. 공공 성격을 지닌 업종이 민간 플랫폼에 종속되는 것을 우려해 반발하는 이도 적잖다. 스타트업도 이런 우려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민 편의 저해하는 ‘무조건 반대’ 사라져야인터뷰
구태언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부의장
매경이코노미

구태언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부의장은 IT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변호사다. 현재 법무법인 린에서 총괄 변호사로 재직하며 스타트업·테크 기업의 법적 조언을 제공하고 있다. 구 부의장에게 ‘닥터나우 방지법’의 문제점과 플랫폼·직역단체 간 갈등 해소 방안 등을 물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Q. 닥터나우 방지법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 보는가.

A. 우선 비대면 진료 플랫폼과 약국의 협력을 제한한다.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에 제약을 가하는 문제가 있다. 이는 환자들에게 약국 선택의 폭을 줄이고, 비대면 진료 이후 가까운 약국에서 신속히 약을 조제받는 편의를 저해한다. 환자들이 직접 약국을 찾아야 하는 불편함이 증가할 것이다. 국민 건강과 안전, 편의를 고려해야 할 법안이 오히려 의약품 접근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Q. 기존 직역단체를 설득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A. 직역단체 소속 개인들이 단체 입장에 따르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소속 단체 의견에 동의하지 않아도 개인은 섣불리 의견 표명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기존 단체를 설득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Q. 플랫폼과 기존 이익단체 간 원만한 합의를 위해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보나.

A. 모든 혁신적 시도에서 국민 편의와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고정관념을 벗어나 새로운 방식의 경쟁을 허용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고,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을 조율할 중립적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6호 (2024.11.27~2024.12.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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