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박우만의 사회
시 한 권 분량의 공모전 통해 등단한 박해석 시인의 5번째 시집. 1995년 일이니, 등단 30년을 맞는다. ‘박우만’은 시인의 분신. 필화사건으로 고통받은 시인 박정만(1946~1988)과 해설에서 짚은 지그문트 바우만 사이 어디로부터 오겠다. “오늘 울 일이 생겨/ 울 곳을 찾아 헤매다가/ 결국/ 지구 위에서 울었다// 이 행성 밖 어디에도/ 통곡할 데가 없어서”
파라북스, 1만2000원.
♦화성과 창의의 시도
지난해 장편 ‘탱크’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김희재 작가의 등단 뒤 첫 신간. 한 시설에서 만난 12살의 ‘나’와 탄, 8살 마리아. 그들이 퇴소하고 다시 함께 살기 시작한 8월12일은 삶의 새 기점이다. 인연과 상실, 성장을 겪는 와중에 8과 12는 연연할 수밖에 없는 숫자다. 서로만이 걸목의 전부인 까닭이다.
위즈덤하우스, 1만3000원.
♦쇼는 없다
올해 수림문학상 수상작. 1990년대 주한미군방송(AFKN)을 통해 방영되던 미국 프로레슬링의 스타 레슬러들이 등장한다. 주인공은 삼촌네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며 47살 되도록 소일한다. 중학생 때 우상이었던 레슬러 ‘워리어’가 어느 날 숙소를 찾고, 주인공은 지난 트라우마와 열정을 마주한다.
이릉 지음, 광화문글방, 1만6800원.
♦느림보 달리다
여기 시들은 적나라히 나직하다. 요리사 하다 사고로 장애를 입은 김영관의 두 번째 시집. “술 한잔했어요.// 그냥 눈물이 쪼르륵…// 흘러내리네요.// 수만 가지//…” 연민 넘어 시적 각오. 당사자의 상투성은 진실성이다. “나는 느림보/ 언제나 매우 느리지만/ 장소를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 느릿느릿 달리고 있다”
다우출판사, 1만2000원.
♦내가 알던 세상의 끝
첫 장의 제목이 ‘엔딩’이다. 영국 남서부 굽이친 도로를 달리는 차. 운전하는 아빠가 개를 피해 급브레이크를 밟은 찰나, 엄마의 얼굴이 사라진다. 혼자 살아남은 10대 소년 루커스는 죽은 것과 다름없지만 죽지 않았다. 시적 문체와 철학적 사유가 어우러진 성장담.
영국 작가 리처드 램버트 지음, 황유원 옮김, 복복서가, 1만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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