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징금 63억원도 원심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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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이었던 ‘백현동 개발 사업’ 로비스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28일 대법원에서 알선 수재 혐의로 징역 5년을 확정받았다. 지난 대선 이후 이 대표와 측근들이 기소된 여러 비위 의혹과 관련해 처음으로 대법원 판단이 나온 것이다. 특히 이 사건은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과 구조가 비슷해 앞으로 이 대표의 관련 재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 수재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5년과 추징금 63억5700여 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유죄 판단에 알선에 관한 대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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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동 개발 비리’ 사건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인 2014~2016년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을 통해 김씨의 청탁을 받고, 민간 사업자인 정바울씨에게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를 4단계 상향하는 등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다. 김씨는 2005년부터 이 대표와 시민운동을 하며 이 대표가 성남시장 선거 등에 출마했을 때 여러 차례 지원한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김씨는 이런 친분을 내세워 백현동 개발 사업 당시 성남시의 인허가 등을 알선한 대가로 정바울씨에게 77억여 원 등을 받은 혐의(알선 수재)로 기소됐다.
이 사건과 관련해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은 김씨의 청탁을 받고 정씨에게 특혜를 줘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약 200억원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로 작년 10월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1·2심은 모두 김씨에게 징역 5년과 추징금 63억5700여 만원을 선고했다. 성남시를 상대로 인허가를 알선하고 현금 74억5000만원과 공사장 식당 운영권을 받은 부분이 유죄로 인정됐다. 법원은 김씨의 청탁대로 성남시가 인허가를 해줬다고 판단했다. 사실상 ‘성공한 로비’로 본 것이다. 다만 김씨가 받은 돈 중 2억5000만원은 대여금으로 보고 무죄로 판단했고, 추징금은 김씨가 동업자에게 나눠줬다고 주장하는 11억원을 빼줬다.
김씨는 정 전 실장에게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 성남도개공 사업 배제 등을 여러 차례 청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담당 공무원들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정 전 실장은 당시 성남시 업무를 사실상 총괄하는 역할을 했다.
성남시 도시계획팀장은 정 전 실장에게 “김씨가 백현동 사업을 하려는데 잘 챙겨줘야 한다” “민간 사업자 측 요구대로 잘 처리해 줘라” 등의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또 성남시는 공공성 확보를 위해 성남도개공 참여를 조건으로 내세웠는데, 정 전 실장은 담당 과장에게 “성남도개공은 빼고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했다고 한다. 이후 성남시는 정 전 실장과 이 대표 결재를 거쳐 부지 용도 상향을 추진해 실제 용도를 4단계나 상향했다. 성남도개공도 결국 사업에서 제외됐다.
법원은 “성남시장실과 정책실장실이 시청 2층에 있었기 때문에 공무원들은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을 ‘2층’으로 불러왔다. 공무원들은 김씨와 이 대표, 정 전 실장의 ‘특수 관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고 했다. 김씨가 담당 팀장에게 “백현동 사업을 하려고 하는데 2층에서도 잘해보라고 했다”고 말한 부분이 근거가 됐다.
이날 김씨의 판결은 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와 정 전 실장 1심 재판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인허가 청탁이 정 전 실장을 통해 전달됐고, 이 대표의 결재에 따라 실행된 사실이 인정된 만큼, 이 대표가 김씨 측에 특혜를 몰아준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최근 선거법 위반 사건 1심이 이 대표에게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은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가 스스로 한 것”이라고 판단한 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김씨가 이 대표에게 직접 청탁을 했는지, 민간 사업자에게 특혜를 준 성남시의 결정이 위법했는지 등은 명확히 판단하지 않았다. 이 대표 측은 “당시 김씨와 연락하지 않았고, 용도 변경은 국토교통부의 압박 때문에 했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물론 앞선 선거법 사건 재판에서는 이 대표의 국토부 압박 주장이 거짓이라고 판단했다.
‘백현동 개발 비리’ 사건은 이 대표가 기소된 8건 중 가장 증거가 복잡하고 내용이 방대한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사건과 비슷한 구조다. 세 사건 모두 이 대표가 성남시장일 때 벌어졌고, 개발 업자와 브로커에게 이익을 몰아줘 성남시 측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뒤늦게 불거진 것도 공통점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는 현재 이 대표의 대장동·위례·성남FC·백현동 사건을 병합해 1심 재판을 심리하고 있다.
[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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