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8 (목)

나이프 쥔 95세 치매 할머니에 테이저건 발사…호주 들끓게 한 사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경찰이 쏜 테이저건에 맞아 쓰러진 뒤 숨진 클레어 나우랜드./호주 ABC 방송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치매증상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한 95세 할머니에게 테이저건을 쏴 숨지게 해 공분을 산 호주의 한 경찰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27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대법원은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 크리스티안 화이트(34)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화이트는 지난해 5월 캔버라 인근의 한 요양병원에서 95세 클레어 나우랜드에게 테이저건을 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사건 당일 오전 4시쯤 경찰에는 요양원 입원환자가 스테이크용 나이프 2자루를 들고 돌아다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화이트 경사는 나우랜드 할머니에게 나이프를 내려놓을 것을 명령했다. 할머니가 나이프를 내려놓지 않자 화이트 경사는 1.5~2m 떨어진 거리에서 테이저건을 발사했다.

재판에서 공개된 영상에는 화이트 경사가 할머니에게 칼을 내려놓으라고 21차례 말한 뒤 무기를 쏘기 전 경고하는 음성이 들린 것으로 전해졌다.

테이저건에 맞은 할머니는 넘어지면서 머리를 땅바닥에 심하게 부딪혔다. 머리에 치명상을 입은 할머니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일주일 뒤 사망했다.

이 과정은 화이트 경사가 할머니를 발견한 지 불과 3분 만에 벌어졌다.

당시 할머니는 한 손에는 나이프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보행기를 잡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화이트 경사는 재판에 넘겨진 뒤 “(할머니가) 크게 다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그의 죽음에 나도 망연자실했다”며 “무력 사용은 합당했고, (할머니의) 위협에 상응하는 조처였다”고 주장했다.

사건 발생 전 할머니가 요양원 직원에게 칼을 던지거나 다른 사람의 방에 무단으로 침입하는 등 공격적인 행동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그러나 법원은 할머니가 치매를 앓고 있었으며 몸무게가 48㎏도 채 나가지 않는 할머니를 상대로 테이저건을 쏜 것은 공권력 남용이라고 판단했다.

또 할머니가 나이프를 들고 다녔지만 위협적이지 않았다는 다른 요양병원 거주자의 진술을 토대로 현장이 테이저건을 쓸 정도로 위협적이지 않았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법원은 “경찰이 할머니를 발견한 지 불과 3분 만에 무기를 사용했다. 경찰이 참을성 없이 대응했다”며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호주에서 큰 공분을 샀고, 경찰의 무력 행사에 대한 논의를 불렀다.

현재 보석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화이트 경사의 형량은 추후 선고될 예정이며, 최대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경찰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화이트가 유죄 판결을 받은 뒤 그의 거취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김자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