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혁 변호사(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도시정비팀, 블록체인팀) |
올해 정부에서 밸류업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우리나라 증권시장은 전쟁 중인 러시아보다 상승률이 떨어지는 역설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비아냥 섞인 얘기가 현실이 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11월20일 발표한 3분기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우리 순대외금융자산이 9,778억 달러이고, 3분기에만 증가한 금액이 1,194억 달러에 이른다. 지난 분기에만 해외로 빠져나간 금융자산이 거의 170조원에 이르는 것이다. 블록체인거래소의 경우에도 우리나라는 규제 문제로 외국인이나 법인이 우리 블록체인거래소에서 거래를 할 수가 없어 상당한 자금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 블록체인 발행사업자의 신고 역시 국내에서는 제도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 국내 블록체인 생태계 조성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같은 자본의 탈출 때문인지 연 무역수지 흑자가 천억 불을 넘는 우리나라의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계속 상승을 지속하고 있다. 우리나라 증권시장에 실망한 원인이 여러 가지 있겠으나, 우선 주주를 회사의 주인으로 생각하지 않는 정서와 법원의 태도를 들고 싶다. 회사에서 장기간 투자한 사업부를 물적분할하게 되면, 기존 주주들은 큰 손해를 입게 되는 반면, 대주주는 물적분할회사를 다시 지배하면서 이익을 누린다. 그와 같은 행태를 미국에서 상상할 수 있겠는가. 낮은 배당성향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은 철저히 주주를 회사의 지분을 가지는 주인으로 생각하는 반면, 우리는 주주를 투자자로 생각하는 경향과 판례의 태도에 기인한다고 본다. 법원 판례가 바뀌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판례가 바뀌려면 그와 같은 쟁점이 된 사건에 대한 재판에서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판례변경을 해야한다), 입법 또는 거래소의 상장심사기준의 개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또한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주주대표소송이 활성화되어 있어 대주주나 임원이 회사나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행위에 대해 소액 주주들이 이를 다툴 수 있다. 우리는 주주대표소송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이는 모회사는 상장되어 있고, 모회사가 지배하는 자회사를 통한 대주주나 임원의 사익추구행위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 경우 모회사의 주주가 이를 견제할 이중대표소송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이 또한 법원 판례 변경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입법을 통한 해결이 빠른 방법이라고 본다.
2030세대의 중간 사다리 역할을 한다는 블록체인시장 역시 간과해서는 안된다. 블록체인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비트코인의 시총이 코스피의 시총을 추월하였고, 블록체인과 이더리움 상장지수펀드(ETF)가 미국 나스닥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는 마당에, 여전히 자금세탁과 범죄수익 은닉 수단을 파악하는 정도의 시각에 머무르는 우리의 규제 체계는 심각하다. 우리는 2020년 3월24일 개정된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특금법)에서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정하고 있다. 위 법에서는 실명 확인이 가능한 입출금 계정을 통해 금융거래를 해야 하는데, 동일 금융회사에 개설된 가상자산사업자의 계좌만 이용하도록 되어 있어 전혀 합리적이라 할 수 없고, 금융기관 역시 실명인증에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또한 외국인이나 법인이 우리 거래소에서 거래가 불가능하니 해외 거래소를 이용할 수밖에 없어, 한 때 세계적으로 손꼽히던 우리나라 거래소들의 거래대금은 해외 거래소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차이가 벌어졌다. 해외 거래소들이 다양한 블록체인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와중에 기존 거래지원조차 위축되는 국내 거래소의 현실에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방침은 환영받기 어렵다.
지금은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를 통해 누구나 해외 주식을 거래할 수 있고, 휴대폰에 앱을 설치하여 바이낸스나 코인베이스와 같이 해외 거래소를 통해 쉽게 블록체인을 거래할 수 있는 시대이다. 우리가 자본시장에 대해 국제적인 수준의 규범을 확립하고 경쟁력을 갖추지 않는다면, 밸류업은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권혁 변호사(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도시정비팀·블록체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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