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 당원게시판 논란과 관련해 발언하는 김민전 최고위원(왼쪽)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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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쪽이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태도를 ‘절대 불가’에서 ‘결론 유보’로 선회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이어 풍기고 있다. ‘명태균 공천개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만큼 그 경과를 지켜본 뒤 특검에 대한 입장을 정해도 된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당원게시판 문제’로 한 대표를 향한 친윤석열계의 전방위 공세가 격화되는 최근 상황에 비춰 보면, 특검법과 관련한 한 대표 쪽의 기류 변화는 대통령실과 친윤계를 겨냥한 ‘시위’ 성격이 짙어 보인다.
친한동훈계에 속한 당 지도부 관계자는 28일 한겨레에 “한 대표가 명태균씨 공천개입 의혹을 무겁게 보고 있다. 최근 ‘(수사 과정에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니, (특검법과 관련해서도) 무조건 (윤 대통령 부부를) 옹호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이 예정된) 다음달 10일까지 무슨 상황 변화가 있을지 알 수 없으니 일단 지켜보자는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친한계의 이런 반응은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특검법 수사 대상에 명씨의 공천개입 의혹이 포함된 만큼 검찰의 수사가 흘러가는 방향을 지켜보고 특검법 대응 기조를 확정해도 늦지 않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앞서 친한계 고위 당직자는 전날 검찰의 국민의힘 당사 압수수색 당시 “(검찰이 제시한 영장을 보니) 대강 수사하거나 그러는 건 아니란 느낌을 받았다”며 “결국 윤석열 대통령의 공천개입 의혹까지 들여다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 대표의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발언은 ‘선’을 넘지 않으면서도 ‘정치적 해석 여지’를 남기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취재진이 한 언론보도를 인용해 ‘대표직에서 끌어내리려는 용산 세력에 맞서 김건희 특검을 카드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느냐’고 묻자 “제가 한 말은 아니고요”라고 답했다. 자신이 한 말은 아니지만 친한계 내부에 그런 기류가 있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김건희 특검법은 (당이) 단일대오로 가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느냐’는 물음엔 “(이미) 말씀드렸다. 그걸로 대신하겠다”고 했다. 그는 전날 ‘민주당의 재표결 일정 연기가 특검법에 대한 입장에 영향을 미치느냐’는 물음에 “민주당 사정 때문에 국민의힘 정치가 좌지우지되거나 영향받지 않는다”는 정도로만 말했다. 이와 관련해 친한계인 정성국 조직부총장은 전날 라디오에서 “(특검법에 대한 한 대표 발언의) 뉘앙스가 (이전과) 약간 다르게 느껴진다. 대표의 심중에 어떤 생각이 있는지 며칠 봐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친한계 말을 들어보면,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내부 기류가 지난 25일을 기점으로 변했다고 한다. 이날은 친윤계 김민전 최고위원이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대표를 향해 “일부 최고위원 등 당직자가 (게시판에 한동훈이란 이름으로 글을 쓰는) ‘8동훈’이 있다는 얘길 언론에서 하는데, 어떻게 8동훈이 있(다고 확인했)는지 궁금하다”며 한 대표와 공개 설전을 벌인 날이다. 친한계는 ‘당원게시판 논란’을 한 대표를 끌어내리기 위한 대통령실과 친윤계의 ‘조직적인 작업’으로 보고 있다.
친윤계는 이런 친한계의 발언을 ‘해당 행위’라고 공격했다. 권성동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만약에 당원게시판 문제를 김 여사 특검과 연계시킨다면 엄청난 후폭풍이 일어날 것”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친윤계 의원도 “김건희 특검법을 통해 윤 대통령을 공격하면, 본인도 공멸할 거라는 걸 왜 모르는지 모르겠다. 자기 의혹 해명은 안 하고,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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