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산업 '501오룡호'. /사진=뉴시스 |
10년 전인 2014년 12월 1일, 사조산업 명태잡이 어선 '501오룡호'가 러시아 인근 베링해에서 침몰했다. 같은 해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이었다.
배에 타고 있던 60명 중 52명은 침몰 즉시 실종됐다. 이 중 26명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실종된 상태다. 구조된 8명 중에서도 1명은 사망해 총 53명이 가족들 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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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파도에 배수구까지 막혀…"구명뗏목 탄 8명만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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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는 한국인 선원 11명을 포함해 60명이 타고 있었다. 이중 침몰 직후 외국인 선원 7명과 한국인 선원 1명이 구조됐으나 한국 선원은 구조 직후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 나머지 한국인 선원 10명을 포함해 총 52명이 실종됐다.
오룡호에 이상이 생긴 건 한국시간으로 낮 12시 반 무렵이었다. 잡은 명태를 넣는 작업을 하던 중 기상악화로 파도가 높아지며 한꺼번에 많은 바닷물이 쏟아져 들어왔고 배수구가 막히면서 배가 기울기 시작한 것.
선원들 노력으로 기울었던 배가 어느 정도 정상화 됐지만, 펌프로 배수 작업을 하던 중 갑자기 배가 심하게 기울었다. 더 이상 복원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퇴선 명령이 떨어졌고 선원들은 탈출을 시작했다.
퇴선 명령을 받은 직후 선원 8명은 구명뗏목을 타고 탈출했다. 한국인 선원 1명(사망)과 인도네시아 선원 5명, 필리핀 선원 1명, 러시아인 국경수비대 소속 감독관 1명 등이다. 이들은 사고해역에서 구조작업을 벌인 다른 선박에 의해 구조됐다.
하지만 구명조끼를 입고 바닷물에 뛰어든 나머지 선원 52명은 실종됐다. 당시 전문가들은 사고가 난 해역의 기상 상황이 좋지 않은데다 수온도 영하 10도 수준으로 낮아 실종자들이 구조될 확률은 낮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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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 "배와 함께 가겠다" 마지막 교신 끝으로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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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1오룡호' 침몰 사고 관련 사진. /사진=뉴시 |
유가족들은 기상 악화에도 사조산업 측이 무리하게 조업을 강행하다 사고가 난 것 아니냐며 항의했다. 사고 당시 배가 있던 서베링 해의 날씨는 바람이 초속 20m로 불었고, 파고도 4m 정도로 높았는데도 조업을 중단하지 않았던 게 문제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사조산업은 "회사에서 정확히 그때 날씨가 어떤 조건인지 알 수 없고, 본선 선장이 판단해 조업하는 것이기에 할 말이 없다"며 "날씨가 좋지 않다 보니 명태를 잡아 가공하는 처리실에 파도가 넘쳐흘렀고 명태가 해수와 함께 배수구 쪽으로 들어가면서 배수구가 막혀 내부가 침수된 것이다. 어획물의 양이 많았던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실종자 수색을 위해 미국과 러시아의 항공기와 구조함정까지 동원됐다. 사고해역이 러시아와 미국 알래스카 중간 지점이어서다. 외교부 당국자는 사고 발생 이틀 뒤 "미국 해양경비대 소속 항공기가 수색 활동에 동참했다. 러시아 구조본부도 항공기를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색 과정에서 오룡호 선장인 김모 선장의 마지막 교신 내용이 공개되기도 했다. 김 선장의 동생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동료 선장이 형님의 마지막 무전 교신내용을 알려줬다"고 밝혔다.
이 인터뷰에 따르면 김 선장은 배가 가라앉기 직전 동료 선장에게 "형님에게 하직 인사는 해야 될 것 같다. 저는 배와 함께 가겠다"고 마지막 교신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동료 선장의 퇴선하라는 부탁에도 김 선장은 "살아나면 소주나 한잔하자"고 말한 뒤 교신이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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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직원법 어긴 채 출항…사조산업 임직원 '유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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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룡 501호 침몰 사고대책본부가 마련된 사조산업 부산 지사에서 사조산업 임원들이 브리핑에 앞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
사건 일주일 후에는 오룡호가 법적 필수 승선 선원을 채우지 않고 출항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됐다. 선박직원법에 따르면 엔진출력 3000kW 이상 6000kW 미만 원양어선의 기관부 최저 승무기준은 기관장, 1등 기관사(1기사), 2등 기관사(2기사), 3등 기관사(3기사) 등 4명인데 오룡호의 선원 명단에는 기관장과 1기사만 있을 뿐 2기사, 3기사가 없었다. 기관부 필수 선원 4명 중 절반만 채우고 출항한 것이다.
한국 선원 11명 가운데 선장을 포함한 핵심 선원 4명의 자격증이 선박직원법에 정한 해당 직책 기준에 못 미친다는 사실 또한 확인됐다. 선박 총톤수와 엔진 출력을 기준으로 할 때 오룡호 선장은 해기사 2급 이상의 자격증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김모 선장은 해기사 3급 면허를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오룡호 침몰 사고에 대한 수사를 벌인 검찰은 사조산업 임직원 6명과 법인, 해양수산청 공무원 2명 등을 기소했다.
선사 임직원들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내려진 것은 사건 발생 5년여 만인 2020년 2월 14일이었다. 부산지법 형사5부는 업무상과실선박매몰, 업무상과실치사, 선박직원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사조산업 전현직 임직원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유죄를 선고했다.
당시 사조산업 대표이사 김모 씨와 임원 문모 씨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각각 선고됐다. 남모 씨 등 나머지 전현직 임원급 직원 3명에게는 징역 1년~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으며 사조산업 법인에는 벌금 1500만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선박의 인적, 물적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채 위험한 조업을 강행해 인명 사고로 이어진 데 대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소은 기자 luckyss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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