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헤즈볼라-이란 지원 줄어든 힘의 공백 노려
8년만에 거점 도시 알레포 재탈환
[알레포=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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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이후 정부군의 우세를 보이며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시리아 내전’이 최근 반군의 대대적인 공세로 다시 격화되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수년 만의 가장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그간 정부군을 지원하던 러시아와 이란이 각각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과의 갈등으로 시리아 사태에 큰 신경을 쓰지 못한 게 반군의 결단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최근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인 헤즈볼라 간 ‘60일 휴전’ 합의로 일시적으로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던 중동 정세가 다시 격랑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반군 알레포 대부분 점령…2016년 이후 8년 만 정부군 향해 공세
30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시리아 반군은 27일부터 수년만에 정부군에 대한 가장 격렬한 기습 공격을 가했다. 이 과정에서 나흘 만에 북서부 제 2의 도시 알레포 대부분을 지역을 대부분 손에 넣었다. 알레포는 시리아 반군에게는 상징적인 도시다. 반군은 2012년 알레포를 점령한 후 거점으로 삼았다. 이후 2016년 러시아군과 정부군의 합동 공격에 알레포를 내줄 수 밖에 없었는 약 8년 만에 이를 다시 탈환하게 된 것이다.
시리아 정부군은 이날 설명을 내고 “테러리스트의 수가 많고 전장이 여러곳으로 분산돼 군은 반격에 대비하기 위해 방어선 강화를 목표로 병력 재배치 작전을 수행했다”며 “반군이 알레포 대부분 지역에 진입했지만 반군을 추방하고 도시 전체에 대한 통제권을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반군은 하마주 등 남쪽을 향해 진군을 계속하고 있다. 이날 로이터 통신은 반군이 북서부 아들리부 주 전체를 장악했다고 전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 내전 감시 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27일 이후 양측의 무력 충돌로 반군 측 183명, 정부군 측 100명, 민간인 44명 등 327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수년 만에 다시 시리아의 장기 내전에 불이 붙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반군의 저항은 시리아 반군 세력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이 주도하고 있다. 2011년 설립된 알카에다 계열 조직인 ‘알 누스라 전선’이 전신이다. 다만 2016년에 공개적으로 알카에다와의 관계를 끊고, 유사 단체와 합병하면서 지금의 HTS가 됐다. 이들은 근본주의적 이슬람 국가 건설을 목표로 삼고 있다. 다만 미국은 여전히 알카에다와 HTS의 지도부가 연결됐다고 보고 있다.
●이란-러시아 약화가 반군 부추겨….아사드 대통령 “테러리스트 격퇴하겠다”, 러시아도 지원 강세
알아사드 정권과 정부군을 돕던 러시아, 이란 등이 두개의 전쟁을 겪으며 시리아 정부에 대한 지원 여력이 줄어든 것이 반군의 반격을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현재 러시아는 발발 3년을 향해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발목이 잡혀있다. 러시아는 무기 부족을 경험 중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란과 북한 등으로부터 무인기(드론)와 미사일을 지원받고 있다.
또 ‘저항의 축’ 맹주이던 이란 역시 이스라엘과의 공습을 주고 받으며 군사 자산을 대거 잃었다. 특히 시리아 정부군을 돕던 헤즈볼라는 현재 지휘부가 대거 사망했고, 군사자산도 초토화된 상태다. CNN은 “시리아 반군이 헤즈볼라의 공백을 이용해 진군을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 이라크 총리 등과 통화에서 “시리아는 우방의 도움으로 테러리스트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그들을 제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도 반군에 대한 공습을 실시하는 등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2011년 알아사드 정권에 반발하는 세력을 주축으로 시작된 시리아 내전은 정부군이 2015년 러시아의 개입에 힘입어 승기를 잡았으나 아직 끝나지는 않았다. 현재 정부군이 시리아 영토의 65%, 미국의 지원을 받는 쿠르드족 민병대 시리아민주군(SDF) 25%, 나머지는 HTS 등 반군등이 서로를 견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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