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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사설] 문재인 매년 96억 썼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내년 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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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에서 두번째)가 12월 1일 국회에서 열린 '2025년 예산안 및 순직해병국정조사 계획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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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 야당의 예산 단독 의결은 이재명 방탄용





“공존 정치” 발언 진심이라면 여야 합의로 처리해야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9일 국회 예결위에서 단독 처리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오늘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겠다고 한다. 예결위에서 예산안이 야당 단독으로 처리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국회가 예산을 증액하려면 반드시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다. 민주당은 지역화폐 등 ‘이재명표 예산’ 반영 요구가 정부 반대에 부닥치자 정부 원안에서 4조1000억원을 줄인 감액안만 반영해 예결위에서 통과시켰다.

문제는 민주당의 감액이 굉장히 정략적이란 점이다. 민주당은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의 특수활동비(82억원), 검찰 특정업무경비(506억원)와 특활비(80억원)를 전액 삭감했다. 또 감사원 특경비(45억원)·특활비(15억원), 경찰 특활비(31억원)도 모조리 깎았다. 민주당과 관계가 껄끄러운 권력기관의 손발을 묶어 놓겠다는 의도가 매우 노골적이다. 민주당은 이들 기관의 특활비·특경비를 전액 삭감한 이유에 대해 “예산 사용 내역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를 댔다. 하지만 애초에 특활비·특경비는 마약·성범죄 수사 등 고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분야에 투입되는 예산이라 일시와 액수를 특정하기 힘든 경우가 적잖다. 특히 대통령 경호와 직결된 대통령실 특활비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민주당도 이런 사실을 뻔히 알고 있다. 왜냐하면 자신들이 집권했을 때 특활비·특경비를 똑같이 써봤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검찰은 특경비·특활비로 매년 5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썼다. 2022년 3월 박수현 당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연평균 96억원의 특활비를 편성했는데 이는 역대 정부 최저 수준”이라고 자랑했다. 자신들은 연간 96억원씩 썼으면서 현 정부 대통령실은 82억원 중 한 푼도 못 쓰게 한다는 걸 누가 납득하겠는가. 후안무치·내로남불의 극치다. 동해 심해가스전 개발 예산 삭감(505억→8억원)도 현 정부 발목 잡기 성격이 강하다. 민주당은 또 상속세·증여세법 등 일부 예산 부수 법안에 대해 부결 방침을 밝혔는데 이 또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민주당의 감액예산안 일방 처리는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한 정치 공세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민주당은 예산뿐 아니라 감사원장·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탄핵까지 추진하며 사정 당국을 옥죄고 있다. 이 대표를 살리자고 조직폭력·마약·딥페이크 등 일반 범죄 수사까지 지장을 준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 대표는 얼마 전 “서로 공존하는 정치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그게 진심이라면 예산안 단독 처리는 접고 여당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 여당도 정치적 현실을 고려해 민주당 요구 중 일부는 전향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친정에 끌려다닐 게 아니라 여야가 합의안을 도출하도록 막후 중재에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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