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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이슈 연금과 보험

[팩트체크] 사망보험만 수십 개 가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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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 가입ㆍ보상 가능하지만 고액ㆍ여러 건은 별도 심사받아야

피보험자 자필서명도 필요해 수십개 사망보험 가입 어려워

금융당국ㆍ보험사, 업계 합산 '30억원 이상' 사망 담보 특별 관리

연합뉴스

교통 사고 현장 및 보험가입 증명서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언론 매체에서 한 유명 연예인을 둘러싼 사망보험금 논란이 뜨거웠다.

수십 개의 보험을 들어 사망보험금 액수를 늘리려 한 게 아니냐는 추측성 보도까지 나오고 있는데, 과연 사망보험을 이렇게 많이 들어 수십억 원의 보험금을 받는 게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망보험 상품은 여러 보험사에 중복으로 가입할 수 있으며 문제가 없다면 누적 가입 한도 내에서 중복으로 사망보험금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보험 사기를 막기 위해 사망보험을 많이 들어도 사망 담보 총액은 30억원을 넘지 못하게 권고하고 있으며, 고액 및 여러 건에 가입하는 사망보험의 경우 보험사로부터 별도로 재정 심사를 받을 수 있어 수십억 원을 사망보험금으로 받긴 쉽지 않다.

더구나 타인의 사망을 담보로 사망보험에 가입할 때는 반드시 피보험자의 자필 서명 또는 전자서명이 필요하기 때문에 보험 계약자가 원한다고 피보험자 의견을 무시하고 수십 개씩 사망 보험을 드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는 게 맞다.

◇ '사망보험 가입' 허점 노린 범죄 이어져 대책 고심

사망보험이란 피보험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규정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으로 가장 대표적인 생명보험 상품이다. 피보험자의 사망으로 생길 수 있는 유가족의 경제적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다.

사망보험의 종류는 계약 기간에 사망했을 때 보험금을 지급하는 정기보험과 기한을 정하지 않고 사망 시에 보험금이 지급되는 종신보험이 있다.

사망보험 가운데 정기보험은 보험기간이 일정 기간으로 한정된 상품이다. 정기보험은 피보험자가 보험 가입 중에 사망한 경우에만 보험금을 주고 보험 계약 만료 때까지 생존하면 보험금 지급 없이 계약이 끝난다. 보험 기간이 보통 1년·3년·5년으로 해마다 갱신되는 게 일반적이다.

사망보험 중 종신보험은 피보험자가 사망할 때까지를 보험기간으로 정해 피보험자가 사망한 후 유족들에게 보험금이 지급되는 상품이다. 책임준비금이 누적되고 해약환급금도 매년 늘어 노후에 필요한 자금을 보장하거나 유족의 생활 보장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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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보험 사기
[제작 이태호] 사진합성, 일러스트


이와 같은 사망보험의 취지와 달리 사망보험금을 노리는 보험 사기가 지속하고 있고 살인이라는 강력 범죄와 연결될 수 있어 금융당국은 사망보험금을 노린 대형 사건이 터질 때마다 대책 마련에 고심해왔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보험사별 종신보험 등 사망 담보에는 가입 제한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 허점을 노려 사망보험금을 타려는 살인 사건이 늘어나자 2010년 종신보험의 가입 한도가 개별 보험사에서 업계 합산으로 바뀌었다. 이후에도 보험사기가 끊이지 않자 사망 담보 한도를 계속 줄였다.

그러다가 2015년부터는 가입 한도 기준을 '최대 사망 보험금'으로 변경했다. 이는 2015년 전까지는 다른 보험사의 사망 담보 가입 금액을 종신보험만 반영했는데 모든 보장성보험은 물론 저축성 보험까지 모두 사망 담보에 합산했다는 의미다.

◇ 업계 합산 '30억원 이상' 사망 담보 특별 관리

2017년부터 보험사뿐만 아니라 공제조합의 사망 담보까지 합산하고 한도 초과 계약의 경우 소득 증빙이 된 경우만 가입을 허용했다.

2020년 들어 생명보험 업계는 일반적으로 사망보험금 가입 한도를 개별 회사는 10억원, 업계 합산은 30억원으로 운영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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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기 예방 모범규준 신구조문 대비표
[금융감독원 자료 화면 캡처]


2022년 5월부터 개정 적용된 금융감독원의 보험사기 예방 모범규준 제10조를 보면 사망 담보 한도가 언급돼있다.

제10조 조항에는 보험사가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다른 사망보험에서 사기를 막기 위해 사망 담보 금액의 합계가 30억원을 초과하면 계약자ㆍ피보험자 가족관계 확인 및 본인확인 수단을 활용해야 하며, 피보험자의 서면동의 시 본인 실명 및 가입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고 돼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9월 제3차 '보험개혁회의'에서 보험사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내놨다. 이 방안에는 과도한 보장한도 설정 방지를 위해 담보 유형별 보장 금액 한도 설정 시 도덕적 위험 등을 고려하고, 타사를 포함해 기존에 체결된 계약의 보장 금액 한도를 합산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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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기관 합동 '보험사 내부통제 강화방안'
[금융위원회 자료 화면캡처]


이 방안의 세부 내용을 보면 보험사기 목적으로 하는 계약 체결을 막기 위해 중복ㆍ과다 보험 가입 방지를 위한 인수 심사 절차를 강화하도록 했다. 사망보험금 30억원 이상, 계약 건수 4건 이상인 고위험 계약에 대해선 특별 인수 심사를 하도록 했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가 지난해 10월 마련한 '중복ㆍ과다 보험 가입 방지 인수심사 가이드라인'에서도 특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고위험 계약은 특별 인수 심사를 하도록 규정했다.

해당 항목은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가 상이한 계약 ▲기존 사망 담보에 더해 중복으로 사망 ▲상해ㆍ재해 사망을 보장 대상 보험사고로 하는 계약 ▲신용정보원에서 조회한 사망 담보 합산 가입 금액이 30억 원 이상, 계약 건수 4건 이상인 경우로 이 조건에 전부 해당하면 특별 인수 심사 대상이 된다.

보험사가 인수 기준을 초과해 계약을 승인하는 경우에는 사유와 근거자료를 남기고, 보상 담당 부서와 보험사기 조사 부서에서 인식할 수 있도록 시스템에서 관리하도록 했다.

◇ 보험사도 자구책…고액 사망보험 가입시 심사 강화

금융당국의 노력과 더불어 보험사들도 사망보험의 악용을 막기 위해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

생명보험사들은 사망 담보를 업계 합산 최대 30억원 수준에서 관리하려고 재정 심사, 신용 정보 파악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사망 담보 금액이 일정액 이상이면 보험료 납입 여력을 파악하기 위해 재정심사를 진행하므로 거액의 사망보험금 범죄를 노리고 사망보험에 가입하는 건 최근에는 쉽지 않다는 게 보험업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가입자가 재정 심사를 받을 경우 소득 자료 등을 제출해야 하고 보험사는 신용정보평가원을 통해 가입 대상자의 신용정보까지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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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사 로고 및 금융감독원 외경
[연합뉴스TV 제공]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망보험의 경우 보험 사기 등 사고 방지를 위해 신용정보원에서 가입 정보를 끌어온다"면서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다를 경우 반드시 피보험자의 자필 서명이 필요하며 계약자와 피보험자를 모니터링하고 그다음에 타사까지 합쳐 사망보험 담보 30억원 이상의 과도한 계약일 경우 별도 재정 서류를 제출하게 하며 보험료 납입 능력이 되는지까지 심사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보험사마다 사망 담보 한도는 10억원, 20억원씩 들 수 있는 부자들이 있어 보험사별 담보 한도는 크게 상관이 없다"면서 "신용정보원에서 고객 자료를 끌어왔는데 타사에 이미 10억원 사망 담보가 들어있다면 전체 사망 담보에서 그만큼 줄어든 액수만 가입이 가능하게 된다"고 전했다.

만약 혼자서 수십 개의 보험을 들었다면 이는 사망보험이 전부이기보다는 연금보험이나 저축보험, 상해보험 등이 섞여 있을 가능성이 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망보험 가입 시 사망 담보 한도에 걸리지 않기 위해 보험 설계사가 고객 요구에 따라 같은 시간에 여러 건에 가입해 신용정보원에 조회가 제대로 안 되도록 하는 수법도 과거에 썼지만 현재는 이런 방법도 잘 통하지 않는다"면서 "수십 개 보험을 들었다면 이는 수익자에게도 돌아가는 저축성 보험 등이 다양하게 섞여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고액 사망보험금 사건 정교화…약물에 재해사고 위장까지

사망보험 관리가 중요한 이유는 보험금이 고액이다 보니 이를 노린 사건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고액 사망 보험금을 노린 사건은 흉기ㆍ약물이나 재해사고 위장, 자동차 사고 위장 등 수법도 갈수록 치밀해지고 있다.

금감원이 2012~2021년 판결이 확정된 1억원 이상 사망보험금 사건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보험 사기자는 무직이나 일용직 등 특정한 직업이 없는 50대 이상의 가족이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살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보험 사기자가 배우자나, 부모 등 가족인 경우가 전체의 61.8%를 차지했고 내연관계, 지인, 채권 관계도 각각 8.8%였다. 직업은 무직ㆍ일용직(26.5%), 주부(23.5%), 자영업ㆍ서비스업(각각 5.9%)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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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보험금 관련 보험사기자 특성
[금융감독원 자료 화면캡처]


사망보험금 사건의 가해자는 60대 이상이 전체의 35.5%, 50대가 29.0%, 40대가 19.4% 등으로 주로 고연령층이었으며 수법은 흉기ㆍ약물 살해(38.7%)가 가장 많았고, 추락사 등 일반재해사고 위장(22.6%), 차량 추돌 등 교통사고 위장(19.4%)이 뒤를 이었다.

피해자는 평균 3.4 건의 보험계약에 가입돼있었으며 가입 후 평균 5개월 내 사망했고 사망보험금은 평균 7억8천만원 수준이었다.

피해자가 5건 이상 보험에 가입한 경우도 전체의 22.6%나 됐으며 가장 많이 가입한 경우는 20건에 달했다. 사망보험금이 10억원 이상인 경우도 전체의 22.6%에 달했다.

2015년 농약 연쇄 살인 사건이 대표적이다. 주부 A씨가 남편의 사업 실패로 어려움을 겪자 음료수에 맹독성 농약을 타서 남편을 살해한 뒤 4억5천만원의 사망보험금을 받았다. 이후 A씨는 사치성 소비로 보험금을 다 쓰자 재혼 후 남편을 피보험자로 종신보험에 가입시키고 음식에 농약을 넣어 살해 후 5억3천만원 보험금을 탔다가 적발됐다.

2017년에는 식당 아르바이트생인 B씨가 일본으로 신혼여행을 가는 공항에서 해외여행자보험에 가입한 뒤 여행 중 아내가 우울증으로 자살했다며 사망보험금 1억5천만원을 청구했다. 하지만 사전 계획에 따라 호텔 객실에서 주사기를 이용해 피해자에게 니코틴 원액을 주입해 사망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1년에는 외국인 아내 방화 살해 사건이 있었다. 무직인 C씨는 카지노 도박에 빠져 생활고를 겪던 중 20살 어린 외국인 아내와 결혼 후 아내가 사망할 경우 11억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보험계약을 하고 아파트에서 아내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고의로 화재를 일으켜 죽게 만들고 화재 사고로 가장했다가 발각됐다.

2014년 홍천강 다슬기 살해사건의 경우 일용직에 종사하던 D씨가 아내 사망 시 6억원을 받을 수 있는 보험계약에 가입한 뒤 아내가 강에서 다슬기 채집 중 물에 빠져 죽었다며 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수사 결과 아내의 머리와 어깨를 수 분간 눌러 사망하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2013년에 벌어진 동백섬 보험 살인극도 있다. 가계 아르바이트생인 E씨는 내연 관계인 피해자에게 11억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사망보험에 가입하게 하고 혼인 신고 2년 만에 피해자가 차량 추락으로 사망했다며 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4년간 준비한 치밀한 계획에 따라 공모자인 친구가 동백섬 선착장에서 피해자가 탄 차량을 추락시켜 피해자를 사망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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