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아들 헌터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매사추세츠주 낸터킷 한 쇼핑몰 서점에서 함께 걸어 나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로부터 이틀 뒤인 1일 헌터에 대한 공식 사면을 발표했다. 낸터킷/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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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을 50여일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불법 총기 소지와 탈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자신의 둘째 아들 헌터 바이든을 직접 사면했다고 1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사법 절차를 존중한다며 사면 의사가 없다던 말을 뒤집은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어 “오늘 나는 아들 헌터에 대한 사면안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사면을 결정한 이유로 “(헌터가) 선택적이고 불공정하게 기소”됐기 때문이라며 “헌터는 비슷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과는 다른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치적 반대파에서 “나를 공격하고 내 선거를 반대하기 위해” 헌터의 혐의를 “선동”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인들이 아버지이자 대통령인 내가 왜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는지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또 “헌터 사건의 사실을 살펴본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헌터가 내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낙인찍혔다는 것 외에는 다른 결론에 도달할 수 없다.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발표가 나온 뒤 헌터도 입장을 내어 “중독의 가장 어두운 시기에 저와 제 가족을 공개적으로 모욕하고 수치스럽게 만드는 데 악용된 실수를 인정하고 책임을 졌다”며 “오늘 받은 관대한 처분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며, 제가 재건한 삶을 여전히 아프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는 데 바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시엔엔(CNN) 방송은 사면권 행사 문서 사본을 토대로 이번 사면은 “완전하고 무조건적인 사면”이라고 설명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이를 철회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 백악관 참모는 시엔엔에 “(바이든 대통령은) 날것의 정치가 그 과정을 오염시켰다”고 믿게 됐다며, “일단 결정이 내려진 이상 더는 미룰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 셀프 사면’은 자신의 공개적인 약속을 번복한 것이다.
그는 지난 6월 헌터가 2018년 마약 복용 사실을 숨기고 권총을 취득한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을 당시 “이번 사건 결과를 받아들이며 사법 절차를 계속 존중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후 7월 민주당 대선 후보직 사퇴를 전후해서도 헌터를 사면하거나 형을 감형하지 않겠다는 뜻을 고수했다. 헌터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외국 기업 이사 등으로 이름을 올리고 번 돈에 대해 최소 140만달러(약 19억6천만원)의 세금을 납부하지 않아 기소된 뒤 지난 9월 유죄를 인정했을 때도,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기자들이 ‘바이든 대통령이 향후 아들을 사면할 것인지’ 묻자 “여전히 아니다”라고 답한 바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사면으로 오는 12일과 16일로 예정돼있던 헌터의 총기 소지 혐의와 탈세 혐의 관련 선고 공판이 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시엔엔은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총기를 살 당시 마약 중독에 대한 연방정부 서류에 거짓 답변을 한 헌터의 혐의는 최고 25년형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지만, 법률 분석가들은 초범이며 폭력 범죄에 무기를 사용하지 않은 헌터의 경우 1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집행유예를 받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탈세 혐의와 관련해서는 최대 36개월을 복역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바이든 대통령과 질 바이든 여사는 지난 주말 추수감사절 연휴에 매사추세츠주의 낸터킷 섬에서 헌터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바이든 대통령과 헌터는 점심을 함께하고 트리 점등식과 미사에 함께 참석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가족 모임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헌터의 사면을 결정해 밝혔다고 상황을 아는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미국 대통령이 행정 권한을 이용해 가족을 사면한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 처음은 아니라고 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날 이복 동생인 로저 클린턴(마약 소지)을 사면한 바 있으며, 트럼프 당선자도 앞선 임기 때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의 아버지인 찰스 쿠슈너(탈세 등)를 사면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30일 찰스 쿠슈너를 프랑스 주재 미국 대사로 지명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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