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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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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은 못하겠어"…청년 42만명, 그냥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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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24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년일자리센터을 찾은 청년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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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청년층 '쉬었음' 인구가 늘어난 데는 일자리 미스매치 등 구조적 요인과 경기적 요인이 동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노동시장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청년층 '쉬었음' 인구 증가가 잠재적인 노동력 손실을 부른다는 점에서 이들을 노동시장으로 유인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BOX : 청년층 "쉬었음" 인구 증가 배경'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지난해 3분기 33만6000명에서 올해 3분기 42만2000명으로 지난 1년 동안 25.4% 증가했다.

고용 지표가 양호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쉬었음' 인구가 빠르게 늘어난 것은 이례적이다. '쉬었음' 인구는 특별한 사유나 교육훈련 없이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잠재적인 노동력 손실을 나타낸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수민 고용분석팀 과장은 "최근 '쉬었음' 인구 증가세는 대부분 취업경험이 있는 청년층이 주도했다"며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않고 쉬는 것이 아니라 취업을 경험한 이후 더 이상 구직을 하지 않고 쉬었음으로 이탈한 사례가 늘어난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한은 분석 결과 청년층 쉬었음 인구 증가 배경은 일자리 미스매치 등 구조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청년층 쉬었음 인구가 일자리를 그만둔 사유는 자발적인 이유가 비자발적인 경우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은 핵심연령층(35~59세)보다 교육수준이 높고 일자리를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일자리 선택 기준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취업자의 학력이 일자리가 요구하는 학력보다 높은 경우를 의미하는 '하향취업'도 청년층에서 늘었다. 청년층 하향취업률은 최근 20%를 상회하고 있다.

이 과장은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 쉬고 있는 비중도 청년층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며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미스매치 현상은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노동시장을 이탈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비자발적 쉬었음 인구는 △일자리 미스매치 △기업의 경력직·수시 채용 선호 등 경기적 요인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일반적으로 △직장의 휴·폐업 △정리해고 △임시직 계약 종료 등 비자발적 이직 사유가 경기침체기에 늘어난다.

청년층의 비자발적 쉬었음도 올해들어 증가세가 가파르다. 이 과장은 "최근 청년층 고용상황이 다소 악화된 것과 관련 있다"며 "고용률이 꾸준히 오르고 있는 핵심 연령층과 달리 청년층 고용률은 올해 초 감소 전환했다"고 말했다.

비자발적 사유로 쉬고 있는 청년층은 주로 △중소기업 △대면서비스업에 종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비자발적 이직에 의한 노동시장 이탈이 고용의 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일자리에서 주로 나타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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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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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청년층의 쉬었음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이들이 노동시장에서 영구이탈하거나 니트족(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이 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쉬었음 상태가 장기화할수록 근로를 희망하는 비율이 줄고 실제 취업률도 낮아진다는 이유에서다. 이 과장은 "청년층 쉬었음 증가는 향후 노동공급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므로 이들을 다시 노동시장으로 유인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향후 청년층 쉬었음 인구가 노동시장에 다시 진입하면 청년 실업률이 단기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청년 쉬었음 인구 42만2000명 가운데 60.8%인 25만6000명은 향후 1년 내 구직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인 구직자다.

이 과장은 "청년 실업자와 쉬었음 인구 사이의 노동이동 추이를 주시해야 한다"며 "최근 나타난 청년층 고용상황 둔화와 쉬었음 증가가 전체 노동시장의 둔화로 이어질지 향후 고용상황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주현 기자 na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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