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야당 단독감액안의 문제점 등에 대한 정부 입장 합동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최 부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2024.12.02 /사진=배훈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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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야당 주도의 내년도 예산안에 격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기존 예산안 편성의 '문법'이 깨진 데 따른 당혹감, 이로 인해 행정부의 일부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는 참담함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당혹감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단독 처리했다. 당일 오후까지도 예결위에 참석해 있던 정부와 여당 입장에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예산안 처리의 법정 기한인 12월2일까지 예산안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는 많았다. 하지만 합의가 이뤄지기 전 야당이 단독으로, 그것도 감액 예산안만 예결위에서 단독 처리한 것은 헌정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다.
통상 예산안은 정부가 편성해 정기국회에 제출하고, 국회 상임위원회 의결을 거쳐 예결위에서 심사한다. 예결위에서 감액 심사 후 증액 심사를 이어가고 최종안을 본회의에 올린다. 이런 문법 자체가 깨졌다.
민주당은 정부가 주도할 수밖에 없는 증액안도 무력화했다. 헌법 제57조는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정부의 동의 없이 예산을 늘릴 수 없는 구조인데, 정부가 제대로 협상에 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증액안 없이 감액안만 일방 처리했다. 야당은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해 부족한 예산을 보완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구조다.
결국 '치킨 게임' 양상으로 가는 모습이다. 야당 주도의 예산안이 2일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았지만, 우원식 국회의장이 언급한 것처럼 오는 10일까지 정부·여당과 야당이 추가 협상을 이어갈 때 접점을 찾기 어려워졌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우원식(오른쪽) 국회의장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12.02.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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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협상에서 평행선을 달릴 경우 정부 입장에선 최악의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 예결위는 총지출 677조4000억원 중에서 4조1000억원을 감액했다.
감액분 중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건 기획재정부의 예비비다. 정부안에 4조8000원 규모로 담긴 예비비는 절반인 2조4000억원 감액됐다. 검찰 소관의 특정업무경비 507억원과 특수활동비 80억원도 깎였다.
정치적 성격이 짙은 이들 예산과 별개로 기재부가 민생 예산과 산업 경쟁력 제고 예산으로 규정한 예산도 상당수 감액됐다. 약 6357억원으로 편성된 교육부의 대학생 근로장학금 지원사업은 예결위에서 83억3200만원 줄었다.
여성가족부의 돌봄수당과 고용노동부의 청년일경험 지원사업도 각각 384억원, 46억원 감액됐다. 정부가 추진하려고 했던 혁신성장펀드(-238억원), 원전산업성장펀드(-50억원) 등도 감액 대상이다.
현재로선 정부가 야당과의 추가 협상을 통해 접점을 마련하는 것 외에는 마땅한 방법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감액안만 통과된다고 가정할 때 내년에 추경 편성을 검토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국가재정법상 추경 요건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등으로 한정된다. 특정 사업의 예산을 늘리기 위해 추경을 편성하는 건 쉽지 않을 뿐더러 최종 결정도 감액을 결정한 국회에서 이뤄져야 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이날 "야당은 지금이라도 헌정사상 전례가 없는 단독 감액안을 철회하고 진정성 있는 협상에 임해주길 촉구한다"고 언급한 이유다.
세종=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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