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과 SK그룹 계열사들이 지분을 갖고 있던 사피온코리아가 합병 절차를 완료했다.
2일 리벨리온은 사피온코리아와 합병 절차를 완료하고 '리벨리온'이라는 사명으로 공식 출범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6월 합병 추진을 발표한 이후 6개월 만이다. 이번 합병 이후 리벨리온 단독 최대주주는 SK 계열사지만, 경영권은 지분율이 총합으로 우세한 박성현 대표(사진)를 비롯한 기존 리벨리온 경영진 쪽이 행사한다. 박 대표는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컴퓨터공학 박사를 마치고 인텔, 스페이스X, 모건스탠리를 비롯해 미국 실리콘밸리와 월스트리트를 모두 경험한 AI·시스템 반도체 전문가다.
리벨리온은 이번 합병으로 기존 사피온코리아 주주였던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의 지원을 업게 됐다. 구체적으로 리벨리온은 SK텔레콤과 AI 데이터센터 분야 글로벌 진출을 위해 힘을 모으고, 리벨리온은 이를 바탕으로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일본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일 계획이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리벨리온의 차세대 AI 반도체 '리벨(REBEL)'에 적용된 칩렛(여러 반도체를 하나의 패키징으로 만드는 것) 기술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빠르게 변화하는 AI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AI 분야 오픈소스 머신러닝 라이브러리인 '파이토치' 생태계에서 주도적으로 사용자들이 AI 서비스를 보다 효율적으로 개발하고 구현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리벨리온 관계자는 "합병 법인의 기업가치는 약 1조3000억원으로 평가된다"며 "이로써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AI 반도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이 탄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합병은 AI 인프라스트럭처가 안보·전략물자로 부상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AI 반도체 분야에서 규모의 경제 달성과 협력 강화가 시급하다는 산업생태계 전반의 공감대 아래 진행됐다. 이를 통해 리벨리온은 인력·자원·파트너십 면에서 본격적인 글로벌 경쟁이 가능한 규모로 거듭나게 됐다. 리벨리온은 앞으로 3개월간 인수 후 통합(PMI) 과정에 집중할 예정이다.
리벨리온은 자사 리벨을 토대로 주요 반도체사들과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AI 추론에 특화된 고효율 솔루션 개발에 속도를 더하기 위해서다. 리벨리온은 Arm,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에이디테크놀로지와 협력해 AI CPU 칩렛 플랫폼도 개발 중이다. 이 칩렛은 Arm의 네오버스 컴퓨팅 서브 시스템 V3를 기반으로 설계되고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최첨단 2나노 공정 기술을 활용해 생산할 예정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통합 플랫폼은 초거대언어모델 연산에 있어 기존보다 2배 이상 높은 에너지 효율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표는 "엔비디아 독주와 함께 글로벌 AI 반도체시장 재편이 이미 시작됐다"며 "이러한 세계적 추세 속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두 신경망처리장치(NPU) 기업의 합병은 대한민국 AI 반도체 산업 성패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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