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국회(정기회) 제14차 본회의에서 의사국장이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보고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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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첫 월요일인 2일, 고위공직자들이 잇따라 기자들 앞에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날 오전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요 부처 장관과 함께 더불어민주당의 예산안 단독 처리를 비판했다. 비슷한 시각 헌법기관인 감사원에서는 사무총장이 감사원장 탄핵반대 회견을 했다.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검 평검사들은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을 통해 사실상의 기자회견을 했다. 한 시민은 “한주의 시작을 알리는 월요일부터 고위공직자들이 집단행동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야당과 대치하니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예산안·탄핵안 단독 처리가 예고되면서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민주당은 당초 정부 예산안(677조4000억원)에서 4조1000억원을 감액한 야당 단독 예산안을 이날 강행 처리하겠다고 예고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이날 오전 9시30분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입장 합동 브리핑’을 열고 “야당은 지금이라도 헌정사상 전례가 없는 단독 감액안을 철회하고 진정성 있는 협상에 임해달라”고 촉구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야당 단독감액안 정부입장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최 부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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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부총리는 “국가 예산을 책임지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야당의 무책임한 단독 처리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단독 감액안은 민생과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과 문제점이 많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브리핑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등 국무위원들이 최 부총리의 옆에 섰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이날 오후 “정기국회가 끝나는 10일까지 처리해야 한다”며 예산안 본회의 상정을 보류했지만, 정부와 야당의 갈등 상황은 현재 진행형이다.
탄핵안은 이날 본회의에 보고됐다. 민주당은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조상원 중앙지검 4차장검사, 최재훈 중앙지검 반부패2부장 등에 대한 탄핵안을 4일 표결할 방침이다. 헌정사 초유의 감사원장 탄핵소추를 맞이한 감사원은 이 부총리의 브리핑 30분 뒤 반발 행렬에 동참했다. 최달영 감사원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10시 기자회견에서 “감사원이 전 정부에 대한 ‘정치 감사’를 함으로써 정치적 중립성을 위배했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 국가 통계 조작 의혹 감사,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현 민주당 의원) 감사를 ‘정치 감사’로 규정하고, 감사원장 탄핵을 추진하는데 동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 사무총장은 “통상 감사원 감사는 과거 3~5년간 이뤄진 업무가 감사 대상”이라며 “새 정부 초기에는 전 정부가 한 일이 감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전 정부 일은 안 된다고 하면 감사원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재 법무부장관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를 마친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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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 지휘부의 탄핵이라는 폭풍 전야의 검찰은 법무부 장관이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오후 3시 국회 본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검사 탄핵 추진에 대해 “부당한 정치공세”라고 반발했다. “정치적 사건이나 거악을 척결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비판과 정치적 압력은 검찰의 숙명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일하지만, 탄핵소추 발의는 단순 비판을 넘어 검찰의 본질적 기능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했다.
중앙지검 평검사들은 오후 4시24분 ‘검사 탄핵소추 추진 관련 서울중앙지검 평검사 의견’이라는 입장문을 내부망에 게재해 “현재 진행 중인 검사 탄핵소추 시도는 부당하다”고 밝혔다.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무혐의 처분이 중앙지검 지휘부 탄핵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탄핵은 고위공직자의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에 대응해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라며 “특정 사건의 수사와 처분을 이유로 검사 탄핵을 시도하는 건 헌법·법률이 보장하는 검찰의 독립성·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대검과 중앙지검 차장·부장·부부장단 검사 전원이 밝힌 입장과 뜻을 함께한 것이다.
감사원 최감사원 최달영 사무총장이 2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더불어민주당의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 추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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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야당의 대립 구도가 공직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는 상황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나라 전체가 불확실성의 혼란에 빠진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휴업·도산 중인 기업이 늘어나는데 국제 환경도 급변하고 있다. 국회와 정부가 서로 손을 놓게 되면 나라 전체가 경제·정치·국제적 불확실성의 늪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도 이날 “예산 등 정책결정 과정의 불확실성이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준 해외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장)는 “정책·민생·미래가 사라진 ‘삼무(三無) 정치’가 부른 비극”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예산안 처리가 파국에 이르면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정책·사법 서비스의 수요자인 국민”이라며 “권력기관 특수활동비는 깎으면서 왜 국회 특활비는 그대로 두나”라고 말했다. 박상훈 박사(정치학자)는 “전쟁하듯 권력이 분립된 게 누구에게 도움이 되나. 정부는 야당의 도움을 청해야 하고, 야당은 균형을 존중하며 견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영익·김정민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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