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청구권 신탁 요건/그래픽=이지혜

보험금청구권신탁이 생명보험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면서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이 빠르게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중견보험사 중에서는 미래에셋생명과 흥국생명이 적극적이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달 26일 기준 보험금청구권신탁 계약 214건을 했다. 신탁금액은 840억원을 기록해 조만간 1000억원을 넘길 전망이다. 교보생명도 지난달 29일 기준 123건의 계약을 성사했다. 100건 돌파시 신탁 계약금액은 140억원이다. 지난달 12일 출시 이후 빠르게 계약 건수와 금액이 늘어나고 있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이 보험금청구권신탁 판매에 적극적일 수 있는 건 전속설계사가 있어서다. 보험금청구권신탁은 일정 자격이 있는 설계사(신탁투자권유대행인)가 판매할 수 있고 계약을 한 보험회사의 상품만 취급할 수 있다. 9월 말 기준 삼성생명은 3만4441명, 교보생명은 1만4936명의 전속설계사를 각각 두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전속설계사가 없지만 GA(법인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와 판매계약을 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흥국생명은 '종신보험+신탁'이 결합된 전용상품인 '내가족안심상속종신보험'을 출시해 종신보험이 없는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보험금청구권신탁이란 고객을 대신해 보험사 등 신탁회사가 보험금을 관리하고 운용해 수익자에게 지급하는 서비스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지난달 12일부터 퇴직연금, 펀드 등 외에 보험금청구권도 신탁이 가능해졌다. 청구대상은 3000만원 이상 일반사망 보장에 한정한다. 손해보험사들이 파는 재해·질병사망 등 특약사항의 보험금청구권은 신탁이 불가해 생명보험사의 먹거리로 꼽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생명보험사의 올해 6월말 기준 일반계정 사망담보 보유계약 누적액은 883조원이다.

보험사는 보험금청구권신탁을 통해 종합적인 자산관리서비스라는 영역확장과 함께 수수료 수익확보가 가능하다. 삼성생명의 경우 처음에 사망보험금 입금시 0.5%, 이후 관리보수 명목으로 연 0.3%의 수수료를 받는다. 3억원 규모의 신탁계약을 체결할 경우 처음 150만원과 매년 90만원의 수수료 수익이 생긴다. 다른 보험사는 신탁재산가액의 1~3% 수준의 수수료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신규고객 유치와 함께 장기적인 관계유지가 가능해 고객이탈 방지와 다른 상품판매 등 시너지도 장점이다. 신탁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종신보험 가입이 전제돼야 하는데 저출산·고령화 이후 수요가 낮아진 종신보험 판매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새로운 서비스 제공을 통해 신규고객 유치와 고객을 묶어두는 효과가 크다"면서 "고액자산가 고객뿐 아니라 중자산가들까지도 시장확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험금청구신탁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성호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급격한 고령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상속재산 규모와 함께 치매 고령자 수의 증가는 신탁시장 규모의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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