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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미국, 대중국 반도체 추가 규제…중국 AI 개발 속도 내자 이번엔 핵심 부품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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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련 기업 140곳 수출 금지

중국 정부 “일방적 괴롭힘 반대”

삼성·SK 등 한국 기업도 영향



경향신문

지나 러몬드 미국 상무장관이 지난 8월 19일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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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 산업을 겨냥한 새로운 고강도 수출규제 조치를 발표했다. 중국은 “일방적 괴롭힘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반발했으며 갈륨 등 희토류 미국 수출금지 조치로 맞대응했다.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2일(현지시간) 발표한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 개정안에서 오는 31일부터 인공지능(AI) 개발에 필수 품목인 특정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의 중국 수출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HBM은 D램을 수직으로 여러 장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메모리다. 방대한 데이터를 다루는 AI가속기를 가동하는 데 필수 품목이다. 상무부는 HBM의 성능 단위인 메모리 대역폭이 1㎟당 초당 2기가바이트(GB)보다 높은 제품을 통제하기로 했다. 상무부는 현재 생산되는 모든 HBM 스택이 이 기준을 초과한다고 밝혔다.

미 상무부는 ‘해외직접생산품 규칙’을 이번 수출 통제책에 적용한다. 미국 외 제3국에서 생산된 HBM 및 반도체 장비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와 장비, 기술이 사용됐다면 미국의 규제를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도체 산업은 미국의 원천 기술에 의존하기 때문에 HBM을 생산하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도 이번 수출통제가 적용된다.

미국은 또 중국의 군 현대화 관련 기업이라며 140곳의 명단을 발표하고 이들 기업에는 반도체 제조 장비나 소프트웨어를 수출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반도체 제조 장비 24종과 소프트웨어 3종이 수출규제 품목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이번 조치는 중국이 첨단 기술 자립을 포기하도록 하기 위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조치를 집대성한 것”이라며 “우리의 가장 정교한 기술이 우리의 적, 특히 중국의 군사현대화를 촉진하는 데 사용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발표한 대중국 반도체 수출규제 조치는 이번이 세 번째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10월과 2023년 5월에도 대중국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했다.

미국은 그동안 자국 기업 엔비디아의 AI 반도체의 수출을 차단해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압박해 왔다. 중국은 기술자립을 목표로 하고 자체 AI 반도체 개발에 속도를 내왔다. 중국 기업들이 자체 HBM 개발에 성공하고 양산을 준비하는 단계에 접어들자 미국은 이번에는 HBM의 부품 공급선을 끊는 조치를 새로 내놓았다.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신문은 수출통제 명단에 포함된 기업 대부분은 반도체 제조 장비와 관련이 있다고 전했다. 중국 기업들은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기술 개발에는 성과를 냈지만 공급망 분리와 자체 반도체 장비 제조 능력 부족으로 양산에는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해진다.

중국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중국 상무부는 3일 “국가 안보와 이익을 수호하고 확산 방지와 같은 국제적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군수용으로 사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 품목의 미국 수출 통제를 강화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갈륨·게르마늄, 안티모니의 미국 수출은 원천 금지된다. 흑연 이중용도 수출도 이전보다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갈륨은 차세대 반도체, 태양광 패널, 레이더, 전기차에 들어가고, 게르마늄은 광섬유 통신, 야간 투시경, 인공위성용 태양전지 등의 핵심 소재다.

상무부는 전날 “미국은 국가안보 개념을 지나치게 일반화해 수출통제 조치를 남용하고 일방적 괴롭힘을 가하고 있다”며 “중국은 강력히 반대하며 단호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도 “미국은 수출통제를 남용, 중국을 악의적으로 봉쇄하고 억압했다”며 “이는 시장경제와 공정경쟁 원칙을 위반하고 국제무역 질서를 파괴하며 글로벌 공급망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궁극적으로는 모든 국가의 이익을 해칠 것”이라고 논평했다.

중국 기업들은 공급망 분리와 미국 측의 수출 통제에 대비해 왔다며 이번 조치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술 자립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제재 대상 기업인 베이팡화촹은 “회사 매출의 90%는 국내에서 나오고 해외 시장의 매출 비중은 10% 미만으로 이번 조치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퉈징커지도 “공급망 안정성 보장을 위한 일정량의 제품을 구비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이번에 새로 미국 수출 금지 대상에 오른 140개 기업 가운데 136개 기업은 중국기업이다. 성메이 반도체, 이좡 반도체, 화다주톈, 중국과학원 마이크로전자 연구원 등이 포함됐다. 나머지 4개 기업 가운데 2곳은 본사가 한국에 있고 일본, 싱가포르 기업도 각각 1곳씩 포함됐다. 모두 중국 기업들의 자회사들이다.


☞ 떠나는 바이든의 ‘HBM 통제’···삼성전자 중국 매출 타격 줄까
https://www.khan.co.kr/article/202412031143001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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