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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러니 1%대 성장률 전망...대기업 10곳 중 4곳 “투자계획 없거나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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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 위치한 반도체 장비업체 A사 경영진은 주1회 하던 회의를 요즘은 이틀에 한 번으로 확대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당장 내년 경영 전략을 수정하기 위해서다. 경영진은 한결같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는 내년 1월 이후 중국에 대한 제재 수위가 더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60% 수준인 이 회사 입장에선 압박이 크다. 이 때문에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이나 유럽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지만, 마땅한 전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중국 수주 물량이 크게 늘면서 공급 속도가 이를 따라가기 어려운 지경이라 설비를 추가하려 했는데 보류하고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며 “직접 보조금 같은 혜택은 언감생심이더라도, 정부의 작은 관심이나 외교적인 노력이 아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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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 자동차 공장 전경.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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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가 강화하는 상황에 글로벌 경제 전망이 불투명한 데다 내수시장은 침체하고 국내 투자 환경도 악화한 영향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여론조사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500대 기업(매출액 기준)을 대상으로 내년 투자 계획을 조사한 결과 10곳 중 6.8곳이 내년 투자 계획이 없거나 미정이라고 답했다. 아직 투자 계획을 세우지 못한 기업은 지난해(55%)보다 13%포인트 늘었다. 그만큼 대내외 경제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더구나 아예 투자하지 않거나 축소하겠다는 기업은 지난해의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 투자 계획이 아예 없다는 기업은 11.4%로 지난해 조사 때(5.3%)보다 많았다. 투자를 축소하겠다는 기업(28.2%)도 지난해(10.2%)보다 크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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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디자이너


기업들이 투자 계획 수립마저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불확실성이다. 당장 내년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관세를 앞세운 미국의 자국 이익 중심의 통상 정책이 강화되고 대중국 압박 수위도 높아진다면 한국 기업들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당장 지난 2일 미국의 대중국 수출통제 대상 품목에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포함되면서 반도체 업계가 비상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 눈치를 보자면 중국으로 수출하던 물량 공급을 중단해야 하는데 당장 이에 따른 손실을 메울 방법이 마땅치 않다”라고 토로했다.

그렇다고 내수 시장이 좋은 상황도 아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로 내리고 골드만삭스는 아예 2.2%에서 1.8% 낮춰 잡았다. 골드만삭스는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을 끌어올릴 상방 요인은 많지 않은데 하방 위험이 많다”고 분석했다. 실제 기업들은 투자 규모를 줄이거나 투자를 하지 않는 이유로 부정적인 국내외 경제 전망(33.3%)과 내수시장 위축 전망(16%)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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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디자이너


국내 투자 환경이 열악하다(20%)는 지적도 나온다. 지원은 없고 되레 규제만 강화된다는 것이다. 국회에 발의는 됐지만, 지지부진한 반도체 특별법과 야당이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보조금 등 재정지원 근거와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 제외 등 반도체업계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담은 반도체법은 여야 갈등으로 상임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했다.

이사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방안을 담은 상법개정안은 16개 기업 사장단이 모여 긴급 성명을 낼 정도로 반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추진 중이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경제가 어려울 때 위기 극복 열쇠가 된 것은 기업의 투자인데 현재는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할 동력을 얻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금융‧세제 지원 같은 인센티브로 적극적으로 투자를 유인하고 경영 불확실성을 키우는 규제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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