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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너도나도 ‘총알 배송’ 쿠팡 따라가는 그들 [스페셜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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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는 올해 하반기부터 수도권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주 7일 당일 배송을 전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심지어 일요일에도 오전에 주문하면 오후에 받아볼 수 있는 상품이 있다. GS홈쇼핑에 이어 최근에는 NS홈쇼핑 역시 당일 배송 서비스를 전개하기 시작했다. 이들 서비스 배경에는 한 회사가 있다. 한진이다.

한진 관계자는 “2021년 11월에 아마존의 해외직구 상품 대상 당일 택배 서비스를 일찌감치 시작하면서 노하우를 쌓았다”며 “국내 업체는 물론 알리익스프레스 당일 배송까지 맡게 되면서 점차 고객사가 늘어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진 측은 올해는 서울, 인천, 경기 등 20개시 대상으로 전개하지만 내년부터는 서울, 인천, 경기 전역 31개시로 확대하겠다는 방침. 내년이면 수도권 인구 기준 99%, 전국 기준 69%가 하루 배송 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당일 배송 시장이 뜨겁다. 국내에서는 쿠팡 정도 규모를 갖춘 기업 정도만 할 수 있는 서비스로 알려졌던 ‘빠른 배송’ 전쟁이 최근에는 가전·뷰티·가구 등 업종 불문 확산하고 있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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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배송, 왜 유통가 태풍 됐나

쿠팡에 너무 익숙해진 소비자

“배송이 빨라서.”

소비자 설문 전문 기관 오픈서베이가 ‘쿠팡을 주로 사용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 조사에서 가장 높은 응답률(77.3%, 복수 응답 기준)을 기록한 답변이다. 두 번째로 많았던 답변 역시 ‘반품·환불이 빠르고 편리해서(37.8%)’다. 배송 속도가 쿠팡의 주 성공 요인이라는 방증이다.

이처럼 빠른 배송은 이커머스가 단순히 상품을 구매하는 채널을 넘어, 소비자 니즈를 즉각적으로 충족시키는 플랫폼으로 ‘업의 재정의’가 이뤄졌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간 것이 당일 배송이다.

송상화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는 “쿠팡발(發) 익일 배송, 새벽 배송으로 소비자 기대 수준이 올라가고 빠른 배송에 익숙해진 소비자에게 경쟁 업체가 좀 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 당일 배송”이라며 “서비스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빠른 배송을 원하는 소비자, 즉 수요 측면은 이해가 간다. 공급 측면에서는 어떤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걸까. 송 교수는 “당일 배송 정착을 위한 인프라가 이미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적으로 배달의민족 등 라이더 배달 시장이 활성화돼 있기 때문. 업계 용어로 ‘라스트마일’이다. 그런데 최근 경기 침체로 배달 수요가 줄어들면서 이들 업체가 새 먹거리를 찾아야 했다. 이런 가운데 이커머스 업체가 당일 배송을 늘리자 택배 업체들이 곧바로 호응하고 나섰다는 분석이다.

김철민 비욘드엑스 대표는 “쿠팡처럼 거의 혼자 물류를 다 소화할 수 있는 업체는 흔치 않다”며 “이런 가운데 네이버는 직접 물류센터를 운영하기보다,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등 기존 물류 업체, 물류 스타트업과 협업해 당일 배송에 성공하면서 일반 업체도 이런 ‘연합군’ 모델을 적용할 수 있게 되자 이 시장이 순식간에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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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삼성전자는 가전제품, 모바일 등 구매 제품을 당일 배송·설치하는 ‘오늘보장’ 서비스를 시작했다.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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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뷰티·패션도 ‘총알 배송’

당일 넘어 ‘1시간 배송’도 속속

쿠팡의 ‘로켓 배송’ 성공 이후 모두가 빠른 배송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단순 음식이나 생필품 배달을 넘어 뷰티·패션·가전 등에 이르기까지 빠른 배송이 유통 전반으로 확산되는 중이다. 상품을 중개하는 플랫폼이나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 너 나 할 것 없이 ‘당일 배송’ 서비스를 도입 중이다. 이제는 당일도 모자라 주문 3시간 내 도착을 보장해주는 ‘즉시 배송’까지 도입하는 기업도 다수다.

쿠팡의 최대 경쟁자로 꼽히는 네이버가 대표적이다. 2022년 도입한 ‘도착보장’ 서비스 범위를 계속 넓혀나가고 있다. 도착보장은 소비자가 상품 구매 즉시, 예상 도착일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그중에서도 ‘당일 배송’ 상품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 도착보장 카테고리에 입점한 상품 중 절반 이상이 당일 배송 가능하다.

도착보장은 이미 네이버 효자로 떠올랐다. 올해 네이버가 2분기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한 주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올해 3분기 커머스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 늘었는데, 도착보장 거래액이 같은 기간 50% 늘며 호실적을 견인했다.

내년에는 더 박차를 가한다. 상반기 중으로 배송 방식을 ‘새벽배송’ ‘오늘배송’ ‘휴일배송’ 등으로 세분화하고, 1시간 내로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지금배송’도 선보일 계획이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건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도착보장 품목을 늘리고 택배사와 배달 대행사 등 협력 강화를 통해 빠른 배송을 구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새벽 배송으로 성장한 ‘컬리’도 1시간 내 ‘즉시 배송’에 뛰어들었다. 컬리 몰에서 판매 중인 상품 4500여종을 즉시 배송하는 ‘컬리나우’를 통해서다. 신선식품, 밀키트부터 생필품, 뷰티 제품까지 다양하다. 고객 수요를 예측해 컬리나우 지점에 미리 상품을 보관해놨다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컬리나우 직원이 물건을 담아 포장을 해놓는다. 이후 상주 중인 당일 배송 스타트업 ‘체인로지스’ 배달 기사를 통해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현재는 2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올해 6월 서울 서대문구와 마포구 일대를 담당하는 ‘DMC점’을 오픈한 데 이어 10월에는 강남구를 중심으로 하는 ‘도곡점’을 새로 열었다. “DMC점은 올 7월 대비 10월 기준, 주문 건수가 150% 넘게 늘었다. 즉시 수요가 큰 신선식품을 시키는 김에 화장품이나 세제 같은 생필품을 추가 주문하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며 “도곡점은 11월 들어 1회 주문 시 단가를 뜻하는 ‘바스켓 사이즈’가 5만원을 웃돈다”고 설명했다.

유통 대기업도 빠른 배송 투자를 늘리는 추세다. 신세계그룹 산하 이커머스 G마켓은 CJ대한통운과 손잡고 오후 8시 이전 주문 시 익일 배송을 보장하는 ‘스타배송’을 올해 9월 말 시작했다. 이마트 역시 초밥, 삼겹살 등 3000여종 제품을 1시간 이내에 배달해주는 서비스 실험을 일부 점포에 도입했다. 이마트 왕십리·구로점은 배달 앱 배달의민족(배민)에 입점, 배민에서 음식을 주문하듯 받아볼 수 있도록 했다. 이마트가 배달 앱과 손잡고 퀵커머스를 시작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형마트뿐 아니라 편의점과 슈퍼 등에서도 기존 즉시 배송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여러 배달 앱과 손잡고 배송 시간 단축에 나서는 모습이다. 예를 들어 GS리테일은 올해 7월 배민과 손잡고 GS25와 GS더프레시 즉시 배송 서비스를 본격화했다. 여러 앱과 협업한 덕에 현재 즉시 배송이 가능한 GS25 점포는 1만5000여개에 달한다. CU와 세븐일레븐,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등 슈퍼에서도 즉시 배송 가능 점포가 계속 늘고 있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과 마트는 물류센터 역할을 할 수 있는 매장을 이미 전국 각지에 확보해놓은 상황이다. 즉시 배송 보편화로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다면 높은 배송비 등 문제도 점차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제는 가전·뷰티 업계까지 빠른 배송 서비스가 번져 나간다.

삼성전자는 최근 구매 당일, 가전과 모바일 제품 등을 배송·설치해주는 ‘오늘보장’ 서비스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시작했다. 낮 12시 이전에 TV·냉장고·세탁기 등을 구매하면 삼성전자로지텍을 통해 10만원에 당일 배송·설치해준다.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등 50만원 이하 모바일 제품도 배송비 5000원이면 당일 받아볼 수 있다.

롯데하이마트도 올해 6월부터 TV·냉장고·김치냉장고 등 3개 품목을 오후 1시까지 주문 시 7만원에 당일 배송·설치해주는 서비스를 서울과 수도권에서 시작했다. 쿠팡은 이미 2018년부터 전문 기사가 일부 가전제품을 설치해주는 서비스를 운영해왔다. 2020년부터는 명칭을 ‘로켓설치’로 변경하고 가전·가구, 자동차 타이어까지 영역을 넓히기도 했다.

뷰티·패션 업계도 ‘빠른 배송 전쟁’에 돌입했다. CJ올리브영이 트렌드를 주도한다. 전국 오프라인 매장을 도심형 물류 거점으로 활용해 3시간 내 도착을 보장하는 ‘오늘드림’을 앞세웠다. ‘3시간 배송’을 문구로 내걸었지만 실제 평균 배송 시간은 그보다 빠른 약 55분으로 알려졌다.

오늘드림에 힘입어 올리브영 온라인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올리브영 전체 온라인몰 주문 건수 중 오늘드림 비중은 2021년 24.5%에서 지난해 41.3%까지 커졌다. 2017년 600억원 수준에 머물렀던 올리브영 온라인 매출은 지난해 1조원을 돌파했다.

이 밖에 무신사·에이블리·지그재그 등 패션 플랫폼에도 당일 배송을 비롯한 빠른 배송이 대중화됐다. 한 패션 업계 관계자는 “뷰티·패션은 취급하는 제품 특성상 부피가 작고 가벼워 빠른 배송에 적합하다”며 “국내 뷰티·패션 플랫폼은 쿠팡과 네이버가 쉽게 넘볼 수 없는 고유의 사업 영역을 이미 갖춰놓은 만큼, 빠른 배송으로 고객 만족도를 높여 현재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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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을 비롯한 뷰티 업계 역시 최근 즉시 배송 수요가 커지며 당일 배송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컬리 1시간 배송센터 ‘컬리나우 도곡점’에 진열된 뷰티 제품. (나건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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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 배송, 어떻게 가능할까

AI로 권역 최적화 등 저마다 노하우

소비자 입장에서야 ‘빠른 배송’은 당연히 만족스럽다. 문제는 속도를 끌어올려야 할 기업에 있다. 기존 택배 업계가 당일 배송을 못했던 이유가 다 있다. 두 가지가 꼽힌다. 첫째, 어떻게 제품 배송 시간을 줄이느냐. 둘째, 기사에게 줘야 할 비싼 배송비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다.

대형 택배사는 배송 시간 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기존 택배 업계는 효율을 높이기 위해 ‘허브 앤 스포크’ 방식을 채용했다. 주문이 들어온 모든 상품을 ‘허브 터미널’에 모았다가 다시 전국 각지 택배 대리점으로 뿌리는 형태다.

효율적이기는 하지만 당일 배송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판매자부터 구매자까지, 상품이 배송되는 경로를 살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판매자 → 택배 대리점 → 서브 터미널 → 허브 터미널 → 서브 터미널 → 택배 대리점 → 구매자 순이다. 각 대리점과 터미널에서는 지역별로 상품 분류 과정을 거치는데 여기 걸리는 시간이 최소 2시간씩이다. 3~4번 분류 소요 시간과 터미널 사이 이동 시간만 더해도 10시간은 족히 필요하다. 주문량이 갑자기 늘어날 때는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 분류 작업이 지체되는 데다, 배달 기사가 하루 처리 가능한 건수를 초과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배송이 다음 날로 미뤄지기 때문이다.

이륜차에 기반한 ‘퀵서비스’ 업계는 비용 면에서 불가능하다. 라이더 입장에서는 단건 배송이 대부분인 탓에 하루에 많은 배송을 처리하기 어렵다. 수입을 위해서는 비싼 배송비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장거리라면 비용은 천정부지로 올라간다.

당일 배송을 도입한 회사는 각자 다른 방식으로 해결법을 찾았다.

쿠팡은 그야말로 ‘자본’으로 해결한 사례다. 전국 각지에 물류센터를 짓는 방식으로 접근성을 높였다. 현재 쿠팡 풀필먼트센터는 전국 46개, 서브 터미널 형태인 쿠팡캠프는 200여개에 달한다. 상품 대부분이 쿠팡 ‘직매입’이라는 점도 빠른 배송에 유리하다. 미리 사놓은 상품을 각 지역 물류센터에 고루 보관하는 방식으로 이른바 ‘전진 배치’가 가능하다. ‘판매자 → 대리점 → 서브 터미널 → 허브 터미널’ 같은 과정이 불필요한 셈이다.

쿠팡은 오는 2026년까지 약 3조원을 투자해 전국을 로켓배송 가능 지역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대전, 광주, 울산 등 전국 9개 지역에 추가 물류 인프라를 구축해 1만명 이상을 직고용할 방침이다. 한 물류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배송은 한국에서 ‘쿠팡’만이 가능한 모델이다. 서울에 인접한 비싼 부지에 창고 겸 물류센터를 짓고 주문 즉시 자체 배송 인력으로 구매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라며 “현재 쿠팡 국내 택배 점유율이 25% 수준인 덕에 ‘규모의 경제’ 실현도 가능, 물류 비용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네이버는 쿠팡과는 상황이 다르다. 직접 운영하는 물류센터가 없을뿐더러 ‘직매입’ 구조도 아니다. 상품 중개만 담당하기 때문에 상품을 미리 분산·확보해놓고 빠르게 뿌리는 전략이 불가능하다. 네이버는 ‘물류 연합’에서 답을 찾았다. ‘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Naver Fullfilment Alliance)’, 이른바 NFA를 통해서다. 물류 경쟁력을 갖춘 여러 기업과 손을 잡고 각지에 최대한 빠른 배송을 진행하는 전략이다. 현재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 한진 등 ‘택배 빅2’를 비롯해 품고, 아르고, 파스토, 위킵 등 10여개 물류사 등으로 구성된 NFA와 함께 배송을 진행한다. 파스토, 아르고 등 다수 물류 스타트업에 전략적 투자를 했고 CJ대한통운과는 지분 맞교환으로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네이버가 다른 판매자 물량까지 모아 물류사와 계약하기 때문에 훨씬 좋은 조건으로 물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네이버 도착보장 상품’이라는 배지 역시 마케팅 면에서 큰 도움이 된다. 물류사는 네이버 쇼핑이라는 큰 고객을 갖고 있어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윈윈’이다.

CJ대한통운이나 한진은 NFA 소속 스타트업을 비롯해 여러 물류 기업과 협업을 맺고 당일 배송에 나서고 있다. 예를 들어 한진은 품고·아르고·파스토 등 스타트업과 협업해 물류·배송을 위탁한다. ‘품고’는 인공지능(AI)을 통한 주문처리 자동화와 수요 예측에 특화된 기업이다. 네이버는 품고 풀필먼트 서비스와 한진택배의 운송 역량을 더해 주 7일·당일 배송을 올 4분기부터 운영하기 시작했다. ‘아르고’는 OMS(주문관리), WMS(창고관리), TMS(운송관리) 시스템을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모든 물류센터의 현황을 고려해 주문을 내리고 빠른 출고와 배송까지 담당한다. 양수영 아르고 대표는 “내부 구성원 74% 이상이 개발 인력으로, IT 중심 풀필먼트 서비스에 강점을 보유했다”며 “올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배, 출고 건수가 3배 이상 늘어나는 데 힘입어 최근 기존 2배 규모 물류센터로 확장 이전에도 성공했다”고 밝혔다.

브이투브이는 수도권 도심 물류에 특화된 택배 서비스 ‘투데이’를 운영한다. 버스 같은 대중 교통망에서 착안해 ‘대중 물류망’을 설계한 것이 핵심이다. 버스 대신 트럭이 대중 교통망처럼 움직이며 사람 대신 상품을 이동시킨다고 보면 이해가 편하다. 짧게는 3시간에서 길게는 12시간이면 배송 가능하다. 권민구 브이투브이 공동 창업자는 “도심 물류만 빠르게 처리하면 배송 경로가 도시를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빠른 배송이 가능하다. 좁은 지역에 물동량이 많아 규모의 경제 달성에도 용이, 배송 단가를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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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도착보장 서비스는 당일 배송 비중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사진은 네이버 도착보장 홈페이지 첫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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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몰과 직접 계약을 맺고 당일 배송 대행을 해주는 스타트업도 여럿이다. 사진은 당일 배송 ‘딜리래빗’을 운영하는 딜리버스가 최근 경기 이천에 준비 중인 신규 물류센터 내 로봇 자동 분류 설비. (딜리버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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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 네트워크 없는 자사몰

당일 배송 대행 통해 ‘차별화’

플랫폼에 입점하지 않은 ‘자체 브랜드’와 직접 계약을 맺고 배송을 대행해주는 ‘당일 배송 전문 스타트업’도 있다. 각자 저마다 방식으로 배송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한다. 직계약 덕에 대리점이나 서브 터미널을 거칠 필요가 없어, 6~7시간 정도면 배송이 된다.

‘딜리버스’ 핵심 역량은 ‘상품 분류’다. AI 딥러닝 기반으로 배송 권역을 분류하고 배송 기사 최적 이동 경로를 추천해주는 방식으로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됐다. 매일, 하루에 가장 많은 물품을 시간 내 배송할 수 있는 80여개 ‘자체 권역(클러스터)’을 설정한다. 클러스터는 매일 달라진다. 그날그날 들어온 주문 상품 종류와 배송 지역은 물론, 출발지와 목적지 위도·경도, 강우량 같은 기상 데이터, 아파트·빌라 등 건물 타입, 공동 현관 비밀번호 여부 등을 분석해 초 단위로 예정 소요 시간을 짠다.

이렇게 분류된 상품은 ‘박스’에 담겨 딜리버스가 운영하는 각 지역 ‘무인 캠프’로 이동한다. 배송 기사는 무인 캠프에 방문해 자신에게 할당된 유닛 박스를 챙긴 후, 딜리버스 추천 순서에 맞춰 클러스터 내에서 배송하면 된다. 딜리버스는 현재 당일 도착 보장 배송을 하루 평균 10만건 처리한다. 도착 보장률은 99%에 달한다. 김용재 딜리버스 대표는 “그동안 쌓인 수백만 건 배송 데이터에 기반해 매일매일 가장 효율적인 배송 권역을 분류한다. AI가 정해진 시간 내 가장 많은 물품을 배송할 수 있는 조합을 생성해 건당 배송 단가를 낮춘다”며 “뷰티·패션 등 당일 배송을 차별 포인트로 생각하는 자사몰 중심으로 고객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8년 설립한 ‘체인로지스’는 당일 배송 업계에서 가장 긴 업력을 갖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당일 배송 서비스 ‘두발히어로’를 운영한다. 지난해 11월 올리브영으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유치하면서 ‘오늘드림’ 배송을 담당하고 있다. 컬리나우 배송도 전담하고 있다.

체인로지스가 배송 시간을 줄일 수 있던 비결은 ‘좁은 권역 설정’, 그리고 ‘N차 배송’이다. 체인로지스는 직계약한 배송 기사 담당 권역을 최대한 좁게 설정한다. 해당 기사는 그 권역을 하루 3번 이상 오가는 방식으로 배송한다. 담당 구역을 계속 드나드는 우체국 집배원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권역은 좁지만 한 집 건너 인접 배송지를 한 번에 여러 군데 들를 수 있게 설계해 단가를 낮췄다. 대리점 역할을 하는 서비스센터부터 배송 권역까지, 배송 기사가 출퇴근을 여러 번 하다 보니 그때그때 들어온 주문 상품을 빠르게 처리하는 장점도 있다. 체인로지스 당일 도착 성공률은 99.7%, 누적 배송 건수는 1100만건에 달한다. 내년에는 직계약 배송 기사를 현재 450명에서 8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김동현 체인로지스 대표는 “관건은 배송 기사마다 시간당 기대 수입을 올려주면서도 빠르게 많은 상품을 배송할 수 있는지 여부”라며 “그동안 쌓아온 권역 설정과 N차 배송 운영 노하우가 핵심 역량”이라고 설명했다.

빠른 배송, 지속 가능할까

롯데·SSG는 자체 배송 포기

2022년 롯데온은 롯데마트몰 새벽 배송 서비스 운영을 중단했다. 같은 해 SSG닷컴도 새벽 배송 권역을 축소했다. 모두 비용 절감 차원에서다. 최근 다시 당일 배송, 총알 배송 바람이 불면서 쿠팡처럼 리테일러(잠깐용어 참조)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한 업체는 초조해질 수밖에 없다. 일단 업계 표준처럼 되다 보니 따라 하기는 하지만 비용 부담은 큰 숙제다. 한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배송 비용이 계속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상품 가격 혹은 배송비를 인상하는 방안을 고민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쿠팡이 멤버십 가격을 인상하게 된 이유도 이런 맥락이다.

빠른 배송 서비스가 초반에는 경쟁적으로 늘어나다가 이후 특정 분야에서 자리 잡는 모양새로 갈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김철민 대표는 “빠른 배송은 기존 택배 서비스와 달리 높은 고정비, 낮은 적재율, 그리고 단건 배송의 특성 때문에 근본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이를 극복하려면 B2B 특화, 지역 밀도 확보, 기술을 통한 효율화와 같은 대안이 필요한다. 결국 특정 분야와 일부 업종에 특화한 서비스로 안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향후 빠른 배송 흐름은 어떻게 전개될까. 비욘드엑스 전망은 이렇다. 첫째 기술 중심의 효율화다. 물류 AI 에이전트 상용화와 자율주행 기술이 라스트마일 딜리버리의 생산성을 높이고, 로봇 배송이 점차 상용화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더불어 소비자 선택지 다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 모든 배송을 빠르게 하는 것보다 소비자가 배송 속도와 비용을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온디맨드 배송 옵션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마지막으로 지속 가능성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도 뒤따른다. 김철민 대표는 “빠른 배송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기차와 재생 가능한 에너지 기반 물류가 주요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컬리나우 ‘1시간 배송’ 구경해보니
도서관 방불케 하는 ‘칼각’…검수까지 꼼꼼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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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나우 도곡점’ 내부 상품 진열대 모습. 동일 사이즈 칸막이 수천개를 활용해 공간 효율을 극대화했다. (나건웅 기자)


‘띵동’.

배송 주문이 들어왔다는 알림과 함께 종이가 출력되는 소리가 들린다. 한 손에는 종이를, 다른 한 손에는 장바구니를 든 직원이 분주히 매장을 다니며 진열대에 빼곡히 놓인 상품을 집어 담는다. 5분쯤 지나자 장바구니에 이런저런 상품이 한가득 담겼다. 우유부터 밀키트, 과자와 주방 세제 따위다. 직원은 하나하나 바코드를 찍고 비닐봉투에 넣어 포장을 한다. 그사이 또다시 ‘띵동’ 소리가 들려온다.

대형마트 풍경이 아니다. 지난 11월 27일 오전 11시에 찾은 ‘컬리나우 도곡점’ 상황이다. 컬리가 ‘1시간 배송’을 앞세워 올해 6월 시작한 총알 배송 서비스 ‘컬리나우’ 두 번째 지점이다. 올해 10월 분당선 한티역 바로 옆에 위치한 약 180평 규모 상가 지하 공간을 컬리나우 배송을 위한 센터로 꾸몄다. 언론을 통해 내부가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도곡점에 들어선 첫인상은 ‘도서관처럼 생겼다’다. 컬리에서 판매 중인 4500여종 제품이, 오와 열을 맞춰 칼같이 정렬돼 있는 4500여개 칸막이마다 진열돼 있다. 마치 도서관처럼 ‘뷰티’ ‘식품’ 등 카테고리로 분류돼 있고 진열대마다 ‘A-2-1’ 같은 방식으로 하위 분류 번호가 매겨져 있다. 주문이 들어오면 컬리나우 직원이 이 분류 번호를 보고, 도서관 속에서 책을 찾듯 상품을 담는다. 냉장·냉동 카테고리도 따로 마련돼 있다.

각 칸막이마다 한 상품이 적게는 1개, 많게는 10여개까지 담겨 있다. 박형건 컬리나우 도곡점 지점장은 “전날 주문량과 재고 상황, 컬리 쇼핑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요를 예측해 그날그날 적당량의 상품을 발주한다”며 “11시부터 2시까지 주문이 가장 많다. 당장 필요한 식품에 더해 화장품·생필품 등을 추가 주문하는 장보기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원은 장바구니에서 상품을 꺼내 하나하나 바코드를 찍는다. 들어온 주문과 실제 상품이 달리 나가지 않는지를 검수하는 과정이다. 고객이 주문한 것과 다른 상품을 찍을 경우 ‘삑’하는 경고음이 들려온다. 검수를 끝낸 상품은 비닐봉투에 담아 묶어낸 후 출구와 가까운 또 다른 진열대에 올려놓는다. 진열대에는 ‘개포동’ ‘양재동’ 등 도곡점 배달 권역이 쓰여 있다. 물량이 어느 정도 모이면 컬리나우와 계약을 맺은 체인로지스 배송 기사가 봉투를 들쳐 메고 ‘묶음 배달’에 나선다. 배송 시간에 맞추지 못할 것 같으면 단건 배달이라도 물론 수행한다. 김동현 체인로지스 대표는 “단건 배달, 많아야 2~3건 묶음 배달이 대부분인 음식 배달과 달리 컬리나우 주문은 5~6개를 한 번에 처리하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수요가 높다”고 설명했다.

잠깐용어 *리테일러 직접 물류 창고를 짓고 자체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는 e커머스 사업 모델. 상품 판매부터 배송까지 유통의 전 과정을 직접 운영한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7호 (2024.12.04~2024.12.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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