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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사설] 반도체 대중 수출 통제에서 일본은 예외, 정부는 뭘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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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3월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칩 공급망 강화 법안을 지지하기 위한 한 행사에 참석해 화면을 응시하고 있다. 워싱턴=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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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한국 등 다른 나라들도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국으로 수출해선 안 된다고 선언했다. 여러 개의 D램 반도체를 수직으로 쌓아 올린 HBM은 인공지능(AI) 가속기의 핵심 부품이다. 미국이 아닌 나라에서 만든 제품이라 하더라도 미국의 특허와 기술이 사용된 경우엔 미 수출 통제를 따라야만 한다. 미국은 중국이 AI로 최첨단 무기를 개발하는 걸 막겠다는 전략이다. 반도체 제조 장비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신규 수출 통제도 함께 발표됐다.

일단 정부는 큰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현재 SK하이닉스가 생산하고 있는 HBM은 미국 기업 엔비디아로 공급되고 있고, 삼성전자에서 중국으로 수출하는 HBM도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무 안일한 것 아니냔 지적도 나온다. HBM을 생산할 수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과 미국밖에 없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의 수출 통제는 사실상 한국을 겨냥한 셈이다. 앞으로 중국에 HBM을 팔 생각은 하지도 말라는 경고다.

이번 반도체 제조 장비와 소프트웨어 수출 통제에서 일본과 네덜란드 등 총 33개국이 미 상무부 허가 면제를 받았는데 우리만 빠진 것도 정부의 느슨한 상황 판단에 기인하고 있다. 이들 나라는 이미 몇 달 전부터 자국 기업의 반도체 장비 대중 수출을 스스로 제한하기로 미국과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그동안 뭘 하고 있었냐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하면 미중 반도체 전쟁은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의 견제에도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이어진 만큼 미국의 압박은 더 촘촘해질 게 분명하다. 관세 전쟁까지 예고된 상태다. 미국의 원천 기술로 반도체를 만들어 중국 시장에 팔아온 한국은 타격을 피할 수 없다. 더구나 반도체 제국 인텔의 펫 겔싱어 최고경영자가 돌연 사임할 정도로 반도체 시장도 급변하고 있다. 기업은 핵심 경쟁력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정부는 정확한 판단과 민첩한 대응으로 국익을 극대화해야 한다. 한순간만 방심해도 낙오자가 되는 ‘칩워’가 시작됐다. 민관정이 원팀으로 움직여야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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