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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태평로] 美에 이 말, 中에 저 말 들통난 ‘사드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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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엔 “사드 의구심 버려도 좋다”

중국엔 “사드 운용 제한”

약속 신뢰 다 잃었는데 ‘기밀’ 묶어 놔

‘매국적 외교’ 국민만 몰라서야

조선일보

한중 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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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민주당이 감사원장 탄핵 소추안을 강행 처리하면 문재인 정부의 주요 비리 의혹들에 대한 감사는 차질을 빚는다. 사드 배치 고의 지연 의혹, 북한 GP(감시 초소) 철수 부실 검증 의혹, 부동산·소득·고용 통계 조작 의혹이 대표적이다. 사드와 통계 조작 의혹의 범죄 혐의는 검찰에 수사 의뢰됐지만, 감사 결과는 의결 기구인 감사위원 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국민에게 감사 결과를 알릴 수 없다. 북한 GP 의혹 감사는 이제 시작이다. 현 감사원장 직무가 중지되면 문 정부가 임명한 감사위원이 이를 대행한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사드 의혹은 드러난 것만 해도 기가 막힌다. 감사원의 수사 의뢰 과정에서 당시 청와대가 사드 관련 한미의 군사작전 내용을 중국과 사드 반대 시민 단체에 유출한 정황이 드러났다. 문 정부는 ‘사드 3불(不)’이 우리의 입장 표명일 뿐 국가 간 합의나 약속은 아니라고 했지만, 당시 국방부 문건에는 ‘한중 간 약속’이라고 적시됐다. 사드 추가 배치 등을 안 한다는 3불 외에 기존 사드 운용에 제한을 둔다는 ‘1한(限)’에 대해서도 문 정부는 “절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국방부 문건에는 “양국(한중)이 합의한 ‘3불1한’은 유지돼야 한다”는 표현이 나온다. 국민을 속인 것이다.

더한 문제가 있다. ‘사드 기만’을 잘 아는 인사는 “미국에 이 말, 중국에 저 말 했다가 들통난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7월 미국에서 의회 지도자들에게 “혹시라도 저나 새 정부가 사드를 번복할 의사를 가지고 그런(환경영향평가) 절차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은 버려도 좋다”고 했다. 그해 김정은이 핵·ICBM 폭주를 하자 문 정부는 미국 측에 사드를 정식 배치하고 기지 운영도 정상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은 동맹의 말을 신뢰했을 것이다.

그런데 2017년 12월 문 전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정부 말이 달라졌다. 난데없는 ‘사드 3불’로 군사 주권을 내줬다. 중국 외교부는 3불은 물론 1한까지 약속 사안이라고 공개 주장했다. 3불은 미래에 추가 조치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이지만, 1한은 이미 배치한 사드의 운용까지 중국 눈치를 보겠다는 뜻이어서 더 심각한 안보 주권 포기다. 문 정부는 ‘3불’은 약속이 아니고 ‘1한’은 없는 일이라고 했으나 미국도, 중국도 바보가 아니다.

트럼프 국방 장관이던 마크 에스퍼는 회고록에서 “2020년 한국 측에 ‘사드 철수를 고려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사드 정상화 약속을 계속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이 미국에 한 약속과 중국에 한 약속이 서로 상반된다는 사실을 알아챘을 것이다. 중국도 문 정부의 ‘한 입 두 말’을 모를 리 없다. 미·중 모두 ‘한국은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라고 여겼을 것이다. 외교 재앙이다. 그런데도 문 정부는 “균형 외교, 실용 외교”라고 자화자찬했다.

국민이 알아야 할 사드 진실은 산더미 같지만 관련 내용 대부분은 문 정부가 대통령 기록물이나 외교·국방 기밀로 묶어놔 공개가 불가능하다. 공개를 검토하면 야당 측은 ‘외교 협상 과정이 드러나면 국익을 해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 외교 내용을 몰라야 할 미국과 중국은 이미 다 알고 있다. 우리 국민만 군사 장비 운용에 외국의 간섭을 허용한 매국적 교섭 경위와 이면 계약 의혹 등을 몰라야 한다. 이래서 재발을 막을 수 있겠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이라도 외교부나 국방부가 가치가 떨어진 기밀 일부만 풀어도 국민은 진실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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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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