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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폴 도너번의 마켓 나우] 투자자 관심이 절실한 노동이민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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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폴 도너번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


세계 경제의 급변과 불확실성의 고조로, 이주가 매우 민감한 문제로 떠올랐다. 이주 통제 정책은 경제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주 원인은 다양하고 복잡하지만, 경제 요인이 중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주노동자들은 대체로 노동력 부족 국가로 이주한다. 힘들게 정착한 나라에서 실업자가 되길 바라는 사람은 없다. 이주자 유입이 많다는 것은 해당 국가의 경제 상황이 견실하다는 신호다. 또한, 이주자들은 주로 ‘노동 병목현상’ 즉 특정 기술·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는 곳으로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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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는 노동 병목현상을 해결해 생산성을 향상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기술 부문은 숙련된 이주노동자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은 노동력 제공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로서도 중요하다. 예컨대, 시애틀에 정착한 이주노동자가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사서 마시면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에도 기여하는 셈이다.

또한 이주노동자들은 일반적으로 생산성이 높아 경제 성장에 기여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새로운 환경에서 문화적·언어적 장벽을 극복한 사람들은 현지 노동자들보다 기업가 정신과 위험 감수 능력이 더 뛰어나다.

이주는 사고의 다양성을 가져와 혁신을 촉진한다. 특히 현재와 같은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시기에는 사고의 다양성이 더욱 중요해졌다. 만약 모두가 비슷한 관점에서 생각한다면, 변화가 가져오는 기회와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50년간 노벨상 수상자 중 이주자 비율이 높았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런 배경에서 이주자 유입 제한 정책은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미 사회에 정착한 이주자를 추방하는 것은 공급과 수요에 충격을 준다. 노동 병목 현상이 재발하고 소비자가 줄어 수요가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주자 추방은 노동력 부족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역설적으로 실업률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벽돌공 대부분이 이주노동자라면, 이들이 떠나면 주택 건설이 중단될 수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집값 상승에 전기기술자·인테리어업자·공인중개사 등 관련 직종의 실업률이 증가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1972년 우간다는 인구의 약 1%를 차지했던 아시아계 노동자들을 추방했다. 숙련된 핵심 인력의 갑작스러운 이탈로 우간다 경제는 매우 취약해졌다.

최근까지 투자자들은 이주 문제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제 이주 문제가 경제적으로 중요한 주제다. 이주에 대한 사회적 태도와 정책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폴 도너번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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